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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2-02-10 12: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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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모든 일에 세심하고 꼼꼼한 정 사장
부사장으로 있다가 CEO로 임명된 정 사장은 부사장 시절, 꼼꼼하고 세심하기로 유명했다. 시간 관리도 철저했고 업무에 있어서 빈틈이 전혀 없었다. 
사장이 된 정 사장이 제일 먼저 한 일은 M-day관리체제였다. 매주 금요일이면 한 주간의 실적과 차주의 계획을 적어 내도록 했다. 실적과 계획은 프로젝트 중심으로 작성하고, 프로젝트가 없는 경우에는 적을 수 없도록 했다. 프로젝트 시작 전에는 몇 Man day가 필요하며, 누구와 할 것인지 제안하고 심사했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보고서와 함께 몇 Man day가 소요되었는지 평가했다. 구성원의 Man day는 직위에 따라 금액을 다르게 책정하여 추후 평가시에 이 금액과 프로젝트의 질, 그리고 기간을 가지고 평가를 하도록 했다.
매주 월요일는 과장 이상과 회의를 진행한다. 프로젝트별 마감되지 않은 프로젝트와 프로젝트가 없거나 성과가 낮은 담당자는 이 회의에서 많은 질책을 받게 되고, 심한 경우에는 인간적으로 심한 이야기까지 오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구성원들에게 월요일 회의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일의 성과는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와 열정과 즐거움, 도전과 성취감에서 창출된다. 정 사장처럼 CEO가 철저하게 업무를 챙기면 사장 이하 임원들은 일의 방향과 큰 그림을 그려주기 보다는 업무에 잘못이 없는지 오탈자 살피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무엇이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인지에 대한 생각이 없고, 그들에게는 오로지 CEO에게 지적 받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만 있다.

[사례 2] 왜 전결규정이 필요해?
정 사장은 또 1년 가까이 시간을 두고 회사의 전결규정을 정비했다. 지금까지의 전결규정은 5년 전에 작성되어 많은 부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인사팀의 제안에 따라, 전 조직의 전결규정을 개정하게 되었다. 이전의 자료를 해당 부서에 배포하고, 전결 사항과 전결권자를 조정했으며, 불필요한 전결규정은 삭제하고, 새로운 규정을 포함시켰다. 매번 경영위원회에서는 각 조직의 전결규정 변경사항을 놓고 최종 의사결정을 했다.
전결규정 정비후 사무용 PC구입을 위해 결재를 올린 이 과장은 팀장의 결정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팀장의 예산 전결권은 1천만 원이었다. 사무용 PC 구입에 소요되는 예산은 750만 원이고, 팀 예산에 기 반영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이 과장은 품의서에 팀장 전결로 PC구입을 요청했다. 그러나 팀장은 최종 의사결정자를 상무로 변경하고, 회계팀의 합의를 받으라며 반려했다. “팀장님, 전결규정에는 팀장님 전결사항이므로 상무님까지 갈 필요도 없고, 연초 경영예산이 승인된 상황입니다. 따라서 회계팀에 합의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팀장만이 아니었다. 임원들도 정 사장에게 사소한 업무까지도 전부 보고하고 있다. 간혹 전결사항을 보고하지 않고 실행했다가, “당신이 무슨 권한이 있냐”는 한마디에 속수무책으로 질책 받은 임원들을 여럿 봐왔기 때문이다.
경영설명회 후에는 임직원과의 허물없는 질의응답 시간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통상 질문 없이 끝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정 사장의 경영현황 설명이 끝나고, “질문이 있냐?”는 말에 이 과장이 “대표이사님, 임원들과 팀장들이 사소한 보고까지 전부 대표이사님께 올리다 보니, 의사결정이 늦어지는 것 같습니다. 전결규정에 의거, 권한과 책임을 강화해 나가는 업무처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했다. 
순간 좌중이 술렁거렸다. “나는 임원들에게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만 보고받고, 대부분은 각자 책임감 있게 처리되고 있다”는 정 사장의 대답이 돌아왔다. 결국 다음 날도 이 과장은 채용 면접관 선정 안을 들고 정 사장 사무실 앞에서 앞 사람의 보고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다. 

[사례 3] 사장님, 제발 마지막에 이야기해 주세요.
전략실에 배치된 서 차장의 업무는 경영위원회 운영이다. 매주 월요일 사장님의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10시부터 경영위원회가 열린다. 경영위원회 안건은 각 본부별로 취합하여 2주 전 사장에게 결재를 득한다. 서 차장은 각 본부의 안건들 중에서 파급효과와 영향력 등의 중요성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고, 결정된 안건은 주로 팀장들이 발표를 하게 된다. 발표가 끝나면 정 사장의 질문과 코멘트를 듣고 발표를 마친다. 
안건의 대부분은 인사 이슈가 많이 차지하고, 본부별 안건은 한 달에 한 건 수준이다. 본부의 안건에 대해서는 일종의 묵계가 있는 듯했다. 타 본부에서는 거의 질문이나 코멘트가 없다. 그렇다 보니 발표를 마치면 질문이 있냐는 의례적 인사도 없다. 이러한 경영위원회의 운영을 개선하기 위해 서 차장은 3일 전 자료를 배포하고, 전사 차원에서 실시여부를 검토하여 토론 중심으로 이끌어 주기를 당부했다. 
3일전 자료가 배포되고, 본부장들은 변경되는 승진제도에 대해 회의 전에는 본부 입장에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인원이 많은 조직은 주로 찬성하는 입장이었고, 적은 조직은 반대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경영위원회에서 승진제도에 대한 인사팀장의 발표가 끝나자마자, 정 사장은 “이것을 말이라고 하느냐?”며 “세계 어느 기업이 이런 제도를 운영하느냐며 실시되고 있는 회사를 말해 보라”고 역정을 낸다. 성과가 있는 사람이 승진해야 한다며 원점에서 검토하라고 하고, 본부장들에게 의견을 말해 보라고 하자, 역시 아무도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금번 경영위원회 안건은 달력제작에 관해서다. 구성원들은 회사 달력이 좀 더 품격이 높아지길 희망하고 있었지만, 내년에도 금년과 비슷한 자연을 테마로 한 사진으로 수량, 금액, 제작기한에 대한 발표를 했다. 이번에는 사장의 좋다는 한마디에 아무도 반응이 없다. 서 차장이 용기를 내 구성원이나 고객의 만족도 조사는 해보았느냐고 물었다. 홍보팀장은 조사는 하지 않았지만, 모두들 만족해한다고 한다. 창고에 전년과 올 해 달력이 쌓여 있는데도 말이다.
매 안건마다 사장이 결론을 내다보니, 본부장들은 참석자에 불과하다. 의사결정권이 없는 듯하다. 질문도 없다. 유능한 사람들이 무능의 극치를 보여준다. 사장이 A라고 하면 다 A가 옳다고 한다. 동일 안건에 대해 B라고 하면 다들 B라고 한다. 언제 A라고 했냐는 식이 된다. 서 차장은 경영위원회의 발전을 위해 본부장 토론 후에 사장님의 마지막 결론을 제안했다. 이 역시 정 사장의 좋다는 말에 모두가 찬성한다.      

[사례 4] ‘나를 따르라’ 오직 한 사람에게만 충성
정 사장은 매사가 ‘하라면 하라는 대로 해’다. 그래서 회의에서는 반대의견이 없다. 모두가 펜을 들고 지시사항을 받아 적기에 급급하다. 업무를 추진하면서도 시시콜콜한 지적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대표이사 말만 따르는 임직원들로 거듭났다. 물론 지시가 내려지면 수단과 방법은 뒷전이고, 열과 성을 다해 최선을 다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불씨를 당기는 나를 따르라가 되어야지, 아무 일이나 나를 따르라고 하면 부하직원들은 죽을 맛이다.
정 사장의 성실함은 자타가 인정한다. 매일 아침 6시면 출근해 있다. 임직원들의 주머니에는 사장이 무엇을 질문할지 몰라 제품과 사람에 대한 데이터로 가득하다. 정 사장은 항상 야근을 하고, 그의 일정은 주말도 없이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이뤄져있다.
그러나 오너인 회장이 오면 모든 분위기가 달라진다. 오너 옆에는 정 사장이 계속 싱글벙글 거리며 따라 다닌다. 어느 날 정 사장은 화장실에서 3시간 동안 회장의 질문에 대답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자랑으로 회사에 회자된다. 취짐, 식사시에도 항상 핸드폰을 갖고 있는 정 사장은 두 자녀의 결혼까지는 회사에 있어야 하며, 가장 두려운 일이 퇴직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살아남기 위해 오너에게 헌신하는 것이 당연하다.
정 사장에게는 오너밖에 없다. 다른 본부장의 의견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충성심이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는 충성이라면, 안타깝지 않을 수 있다. 개인적인 이익 앞에 포장된 충성심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너무나 빠르게 변한다. 회사가 어렵게 되면 가장 먼저 자신의 이익을 쫓아 행동한다. 망해가는 회사보다 자신의 성과급을 챙기기에 급급하다. 회사가 잘 나갈 때에는 오너에게 속의 간이라도 다 빼 줄만큼 행동한다. 

사장에게는 사장의 역할이 있다.
사장의 역할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어떤 업의 특성이 있으며, 회사의 규모와 성장 단계, 그리고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느냐에 따라 사뭇 다르게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장은 사장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사장이 대리수준에 머물고 있다면, 임원들은 사원이 되고 말 것이다. 직원들은 눈치만 보고, 누군가가 구제해 주겠지 하는 심정으로 복지부동의 분위기가 만연해질 것이다.  
사장답다는 것은 회사가 가야 할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회사를 이끌어 가는 철학이나 원칙이 있어야 한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신중하되, 과감하고 신속하게 내려 줘야 한다. 적절한 권한위임이 행해져 임원들이 권한을 갖고 책임감있게 일을 추진해야 한다. 외부 네트워크에 강해야 하며, 변화의 방향을 읽고 이를 주도해야 하는 것이다. 
사장이 너무 똑똑하고 부지런하기 보다는, 똑똑하지만 조금은 게으른 편이 낫다고 한다. 가장 최악인 정 대리는 멍청하고 부지런하기 때문에 방향도 없고, 무조건 나를 따르라는 식으로 뒤를 향해 달려간다. 달리는 중간에 이탈하는 사람은 과감하게 제거한다.  
사장은 회사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수없이 많은 이해 관계자 집단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 수없이 많은 시간을 연마하고 고민한다. 그래서 사장은 항상 외롭고 고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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