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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1-12-07 13: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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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 남경읍. 그의 공연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그가 살아온 뮤지컬 인생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한 편의 연극을 보고 있는 것만 같다. 백발이 흰 노인도 아닌데, 그에게는 어딘지 모르게 세월의 연륜과 포스 등이 묻어나 거장, 명인을 만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35년간 한 길만을 걸어온 뚝심 때문일까, 아직도 12시간 이상을 연습에 매진하는 열정 때문일까. 뮤지컬과 영화뿐만 아니라 후진양성을 위한 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남경읍 원장을 신사동 예장연극영화학원 그의 작업실에서 만나 울림이 크고 진득한 감동을 주는 배우의 진실을 담아왔다.


지난 1978년 뮤지컬 '위대한 전진‘으로 데뷔해 14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해 배우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남경읍 원장의 장래희망은 사실 성악가였다. 성악가의 꿈을 안고, 대학에 진학하고자 했지만 어려웠던 집안의 장남으로서 차마 고가의 레슨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예술분야에 소질을 보였던 그는 우연찮게 연극배우 제의를 받고 대학의 연극영화과로 진학했다. “집이 어려우니까 선뜻 도전을 못했다. 그렇지만 어머니께서 ‘그래, 너 끼 있다. 잘해보라’고 격려해주셨기 때문에 용기를 냈고,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있었다.”

미치도록 뮤지컬이 좋다
연극배우로 시작해 뮤지컬배우가 되기까지 그는 한 마디로 뮤지컬에 ‘미쳤다’고 할 수 있겠다. 새우잠을 자면서도 연습하던 대사를 잠꼬대로 할 정도라니 그의 엄청난 노력과 열정이 짐작이 간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지만 뮤지컬배우와 교육자 중 어느 직업이 더 매력적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거침없이 “뮤지컬배우가 재밌다”고 답하는 그다.
“제가 좋아하던 일이었기 때문에 미치게 몰두할 수 있고, 내 온힘을 쏟을 수 있는 겁니다. 그래야 좋은 연기도 나오는 것인데, 요즘 젊은이들은 미치도록 열정을 쏟지 않아서 안타까워요”라고 말하는 그 앞에서 기자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는 지금의 일을 미치도록 좋아하며 하고 있는가’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 때문이었다. 내가 맡고 있는 분야를 좋아해야 관심이 생겨 참신한 아이디어를 창출해 낼 수 있고, 아이디어를 성과로 발전시키기까지 엄청난 열정을 쏟아야지만 최상의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은 배우에게나, 회사원에게나, 사업가에게나 자명한 사실이다.  
“뮤지컬이라는 것이 노래, 연기, 춤 그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한 작품을 위해서는 내 시간과 체력, 열정을 다해야만 해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죠. 저는 하루 2시간 자며 연습하고, 캐릭터를 분석했고, 나를 계발했어요. 지금도 그렇게 살고자 노력하고 있고, 뮤지컬을 좋아하는 마음이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

“뮤지컬 인재양성이 뮤지컬계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지름길”
그의 또 다른 직업은 ‘선생’이다. 뮤지컬에 입문하고 몇 년 뒤인 1983년, 고등학교 예고에서 특강한 것을 시작으로 뮤지컬 인재를 키우는 일에도 힘쓰고 있다. 서울 신사동에서 입시를 위주로 하는 예장연극영화학원을 운영하고, 신도림에 위치한 남뮤지컬아카데미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뮤지컬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혹자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굳이 공간을 따로 만들어 제자들을 가르치느냐고 물어요. 우리나라에는 뮤지컬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제 경험을 토대로 훌륭한 배우를 양성하는 것이 뮤지컬이 좀 더 발전하고, 세계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는데, 지금은 제가 오히려 제자들한테 자극을 받고, 배우는 것이 더 많죠.”
그는 자신이 아무리 교육을 오래 했어도 인재를 알아보는 통찰력은 없다고 진솔한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자신이 대학시절 동무와 ‘황소처럼 열심히 해서 배우로 뜨겁게 살자’고 약속했던 것처럼 재능과 끼, 능력을 믿지 않고 끝까지 변치 않는 마음으로 열정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본인의 역할이자 제자를 인재로 만드는 방법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인재는 “열정과 변치 않는 마음을 가진 이가 진짜 인재”라고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인성을 중시하는 선생으로 유명한 그가 제자들에게 채찍을 주는 것은 그만의 이유가 있다. 훌륭한 연기는 뛰어난 스킬보다는 자연의 섭리에서 깨달아야 하는 것이고, 눈물이 뜨겁다고 가슴에서 느껴지는 신념이 있어서다.
그 안에 헌신하고 분투하면서도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항상 겸손해야 한다는 자연의 지혜처럼 말이다.
 
화합, 상생, 배려를 가능케 하는 뮤지컬
최근에는 기업 특강에도 나서고 있다. 그는 특강에서 뮤지컬배우로서 열정과 자기계발을 통해 살아온 지난 인생을 이야기할 때도 있고, 뮤지컬의 대중화를 위해 뮤지컬을 더 즐겁게 느끼면서 관람하는 방법을 소개하기도 한다. 때로는 지친 직원들을 위해 제자 몇 명과 함께 뮤지컬 갈라공연을 한 적도 있다. 뮤지컬 관련 교육이든, 기업 강의든 중요한 것은 교육의 ‘내용’과 ‘흥미’라고 말하는 남 원장은 기업에서의 특강에서는 뮤지컬의 한 대목을 직접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들이 강연을 즐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를 중점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모든 예술이 미추(美醜)를 알게 하는 것”이라며, “그 중에서도 한 장르에 다양한 춤, 노래, 연기와 희노애락(喜怒哀樂)이 다 어우러져있는 것이 뮤지컬”이라고 말하는 그는 혼자만 잘한다고 해서 작품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소화해내고, 유기적으로 잘 연결됐을 때 비로소 좋은 작품이 나온다면서 이를 통해 미추를 알게 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감정이 정화된다고 표현했다. 그는 “뮤지컬은 한 사람만 잘하면 되는 장르가 아니기 때문에 한 마음, 한 뜻을 이루게 하는 그것들의 어우러짐이 굉장히 중요하다. 기업에서도 이러한 문화예술 교육을 도입해 지속적으로 시행한다면 조직문화에 화합, 상생, 배려를 스며들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문화예술은 사람의 마음을, 영혼을 정화시켜줄 수 있기 때문에 조직원과 조직의 활동을 투명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역설했다.
또한, 그는 작품에 임하는 엑스트라 한 명까지도 그들의 능력과 열정을 존중하고, 잠재력을 발현시킬 수 있도록 도와야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사회와 조직도 이와 같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사회와 조직도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능력을 존중했을 때 그들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고, 사회와 조직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지 않겠어요?”

요즘은 그의 고민은 ‘선배 배우로서 어떻게 하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이다. 본인의 이야기를 담은 모노뮤지컬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 무대에서 본인의 이야기를 악기로만 표현하고픈 생각도 있다.  뮤지컬 배우로서, 멘토, 선생으로서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어서다. 54세의 나이에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더 나은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그를 보며 기자는 그의 이야기를 담은 무대를 만드는 것이 어쩌면 불꽃같은 열정을 더 활활 타오르게 하고 싶어서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발의 노인이 되어서도 무대에 서는 그의 모습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더 뜨겁게, 더 배우, 선생 남경읍이 살아갈 남은 인생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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