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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1. 스페셜리스트 vs 제너럴리스트, 이제는 잘못된 질문이다
2. HR 커리어 개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3. 그렇다면 어떻게 프로듀서형 인재로 성장할 것인가
과거의 HR은 각 영역에서 복잡하고 정교했으나 지금 HR 제도들은 점점 단순해지고 있고 또 유연해지고 있다. HR담당자들에게 형식적이고 절차적인 지식 대신 본질과 철학, 문제 해결 관점에서의 역량이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IT 툴의 발달과 AI는 언급한 변화를 가속하고 있다. 수작업으로 많은 시간을 들여 처리하던 일들이 자동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HR 커리어 개발의 지형도 자체가 바뀌었다. 이제 HR담당자들은 단순해진 제도 위에서 통찰력을 발휘하며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고, 필요한 리소스를 유연하게 활용할 줄 아는 프로듀서형 인재로 거듭나야 한다.
"과거의 HR 커리어 개발은 ‘얼마나 많은 제도와 프로세스를
머릿속에 담고 있는가’로 측정되었다. 그때는 그게 맞았다.
복잡한 시스템을 운영하려면 그만큼의 전문 지식이 필요했고,
그 지식을 쌓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요구됐기 때문이다."
과거의 HR은 복잡한 지식의 집합이었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HR의 각 영역은 제법 복잡하고 정교한 체계를 자랑했다. 채용에서는 인재상 정의부터 역량 모델링, 다양한 검증 기법들이 있었고, 대규모 공채 설명회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전문 영역이었다. 평가는 또 어떤가. MBO니 KPI니 하는 지표 체계에, 다면평가니 역량평가니 하는 복잡한 양식들과 프로세스가 존재했다. 직급별로 다른 평가 항목을 설계하고, 부서별 특성을 반영한 가중치를 조정하며, 상대평가 비율을 맞추는 작업은 그 자체로 전문 지식이 필요한 영역이었다. 보상 영역은 더했다. 기본급 테이블에 직급별 호봉, 그 위에 수십 가지 수당이 얹혀졌고, 각각의 산정 방식과 지급 조건을 알아야 했다.
이런 환경에선 스페셜리스트로서의 커리어가 필수였다. 각 영역의 지식과 노하우를 제대로 익히지 못하면 제도 운영 자체가 불가능했으니까. 신입사원이 채용팀에 배치되면 최소 1년-2년은 그 영역의 룰을 배우는 데 쓰였고, 평가나 보상을 담당하는 팀으로 옮기면 또다시 새로운 전문 지식을 습득해야 했다. 당시의 HR 커리어 개발은 ‘내가 얼마나 많은 제도와 프로세스를 머릿속에 담고 있는가’로 측정되었다. 그때는 그게 맞았다. 복잡한 시스템을 운영하려면 그만큼의 전문 지식이 필요했고, 그 지식을 쌓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단순화, 유연화, 통합화의 물결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HR 제도들은 점점 단순해지고 유연해지고 있다. 평가는 복잡한 지표 체계보다는 피드백 중심으로, 연 1회-2회 정기평가보다는 상시 평가로 바뀌고 있다. 과거처럼 10개가 넘는 평가 항목을 채점하고 가중치를 계산하기보다는, 분기마다 간단한 체크인 미팅을 하고 필요할 때마다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채용은 화려한 공채 설명회를 열거나 인재상을 검증하는 형태의 채용보다는, 실제 직무 전문성을 가진 경력직 위주의 채용으로 전환되고 있다. 보상도 마찬가지다. 수십 개의 수당 항목은 기본급과 인센티브, 스톡옵션 정도로 정리되고, 복잡한 급여 테이블 대신 페이밴드 방식으로 단순화되는 추세다. 직급 체계조차 연공서열 기반에서 포지션이나 레벨 기반으로 바뀌고 있다.
이 변화를 자동차 산업에 비유해보자. 내연기관 시대의 자동차 정비사는 엔진, 변속기, 배기 시스템 등 복잡한 기계 구조에 대한 깊은 전문 지식이 필요했다. 진입장벽도 높았고, 전문가로 인정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가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물론 배터리나 모터 같은 핵심 부품의 본질은 더 중요해졌지만, 전체적인 구조는 단순해졌고 수리 지식 자체의 진입장벽은 낮아졌다. 복잡한 기계 지식보다는 전기 시스템에 대한 본질적 이해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HR도 마찬가지다. 형식적, 절차적인 지식의 중요성은 줄어들고 있고, 그 대신 본질과 철학, 그리고 문제해결 관점에서의 역량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왜 우리 회사는 이런 평가 방식을 쓰는가?’, ‘이 보상 구조가 우리 조직문화와 맞는가?’, ‘채용에서 정말 봐야 할 것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들에 답할 수 있는 능력 말이다.
▲ 현재 HR 직무가 운영되고 있는 방식을 보면 한 명의 HR담당자가 특정 사업부나 조직의 채용부터 평가, 보상, 조직개발까지를 HRBP로서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케이스가 증가하고 있다.
조직 구조와 기술이 만든 변화
직무 운영 방식도 이런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과거처럼 채용팀, 평가팀, 보상팀으로 깔끔하게 나뉘기보다는, 특정 사업부나 조직을 담당하는 HRBP 형태로 재편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 명의 HRBP가 담당 조직의 채용부터 평가, 보상, 조직개발까지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개발팀에서 사람이 필요하면 채용팀에 요청하고, 평가 시즌이 되면 평가팀이 개입하고, 급여 문제가 생기면 보상팀에 문의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개발조직 담당 HRBP 한 명이 이 모든 이슈를 통합적으로 보면서, 채용-온보딩-성과관리-보상-리텐션까지 일관된 관점에서 지원한다.
이게 가능해진 이유는 제도 자체가 단순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IT 툴의 발달 덕분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수작업으로 처리하던 많은 일들이 시스템으로 자동화되면서, 한 사람이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졌다. 급여 계산은 시스템이 자동으로 해주고, 평가 양식도 온라인으로 배포되며, 채용 공고도 버튼 클릭 몇 번이면 여러 채널에 동시에 게시된다. 최근에는 AI 기술까지 더해지면서 생산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채용 공고 작성, 직무기술서 초안 마련, 면접질문 생성 같은 작업들을 AI가 보조하면서, HR담당자는 더 본질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력서 스크리닝도 AI가 1차로 해주고, 면접 일정 조율도 자동화 툴이 처리해준다.
결국 HR 커리어 개발의 지형도 자체가 바뀌었다. 과거에는 복잡한 제도를 운영할 수 있는 전문 지식을 쌓는 게 커리어 성장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단순해진 제도 위에서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통찰력과, 필요한 리소스를 제때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제도를 외우고 있는 사람보다, 제도의 취지를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제도를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이 더 가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프로듀서형 커리어 개발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HR 제도 자체가 점점 단순해지고 있고, 고품질 IT 툴 및 AI가
한 사람이 발휘할 수 있는 생산성을 높여주고 있는 세상에서
HR담당자들은 통찰력을 발휘하며 조직의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고
필요한 리소스를 유연하게 활용하는 프로듀서형 인재가 돼야 한다."

김동현 디렉터
티오더(t'order) HR총괄. 13년 동안 HR, 경영관리, 법무, PR, PI 영역 등을 담당했고, 현대차그룹에서 일을 시작한 이후 토스, 야놀자, 클래스101 등 다양한 스타트업에서 근무했다. 초기 팀빌딩, 경영 악화 턴어라운드, 급격한 성장에 따른 이슈 등 다양한 문제를 중심으로 여러 회사에 조언도 하고 있으며 브런치에서 ‘이드의 스타트업 HR 모험기’, ‘취중잡담’을 연재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