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람 enro35@naver.com
최근 영화 「오디세이」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흥미롭게 봤는데, 오디세우스의 긴 귀환을 따라가다 보니 영웅으로서의 모습만큼이나 여러 사람을 이끌고 항해하는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트로이 전쟁을 끝낸 오디세우스의 목표는 분명했습니다.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귀환에는 10년이 걸렸고, 함께 떠났던 동료들은 그 과정에서 하나둘 사라집니다. 결국 이타카에 도착한 사람은 오디세우스 혼자였습니다. 목표에는 도달했지만, 함께 출발한 사람은 아무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오디세우스는 좋은 리더였을까요? 그의 항해에서 눈에 들어온 세 장면을 리더십의 관점에서 한번 바라봤습니다.
(※스포주의!!)
▲ 영화 〈오디세이〉 공식 포스터 (출처: Universal Pictures)
뛰어난 판단 뒤에 찾아온 한 번의 실수
키클롭스 폴리페모스의 동굴에 갇힌 오디세우스는 기지를 발휘합니다. 자신의 이름을 '아무도 아니다'라고 속이고 폴리페모스의 눈을 멀게 한 뒤, 양의 배 아래 숨어 동료들과 동굴을 빠져나옵니다. 힘으로는 이길 수 없는 상대를 지혜로 이겨낸 것입니다.
그런데 무사히 탈출한 뒤 문제가 생깁니다. 오디세우스는 굳이 폴리페모스에게 자신의 이름을 밝힙니다. 승리를 알리고 싶은 마음과 영웅으로서의 자존심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폴리페모스는 아버지 포세이돈에게 오디세우스를 저주해달라고 청합니다. 조금 전까지 모두를 살려냈던 판단력이 한순간의 감정 앞에서는 흔들린 셈입니다.
조직에서도 일을 잘하는 것과 언제나 좋은 판단을 하는 것은 다릅니다. 오히려 자신의 경험과 판단에 확신이 있는 사람일수록 그것을 의심하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특히 리더의 판단은 자신에게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 결과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같이 감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언제나 옳은 판단을 내리는 능력보다, 내가 지금 무엇에 영향을 받아 판단하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힘일지도 모릅니다.
위험에 빠진 동료를 두고 갈 것인가
그런 오디세우스가 키르케의 섬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키르케의 마법으로 동료들이 돼지로 변하자 그는 그들을 두고 떠나지 않습니다. 자신도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동료들을 되찾기 위해 다시 위험 속으로 들어갑니다.
키클롭스 앞에서 자신의 자존심 때문에 동료들을 위험에 빠뜨렸던 사람과 같은 인물이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쉽게 '좋은 리더', '나쁜 리더'라고 평가하지만 실제 리더는 그렇게 일관된 존재가 아닐 수 있습니다. 어떤 순간에는 잘못 판단하고, 또 어떤 순간에는 자신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사람을 지킵니다.
조직에서도 문제가 생겼을 때 비슷한 질문을 마주합니다. 구성원이 실수했을 때,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누군가 조직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할 때 어디까지 기다리고 지원해야 할까요? 함께 출발했다고 해서 끝까지 모든 것을 대신 해결해줄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함께 가기로 한 사람을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가라는 질문은 리더에게 남습니다.
정답이 없는 선택도 있다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사이에서는 문제가 더 복잡해집니다. 한쪽에는 지나가는 선원들을 잡아가는 스킬라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배 전체를 삼킬 수 있는 카리브디스가 있습니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오디세우스는 결국 배 전체를 잃는 것보다 일부의 희생을 감수하는 길을 택합니다.
더 어려운 점은 그가 이 위험을 동료들에게 미리 알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사실을 알게 되면 두려움에 빠져 제대로 노를 젓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현실적인 판단이라고 볼 수도 있고, 반대로 구성원이 알아야 할 정보를 리더가 대신 판단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조직의 리더 역시 언제나 모두에게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다 보면 누군가는 아쉬움을 감수해야 합니다. 결국 남는 질문은 비슷합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할 것인가. 그리고 그 결정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게 어디까지 이야기할 것인가. 정답이 없더라도 리더는 하나를 선택하고 그 결과까지 감당해야 합니다.
결국 혼자 이타카에 도착했다
오디세우스는 긴 항해 끝에 결국 이타카로 돌아옵니다. 그는 동료들을 구했고, 위험 앞에서 누구보다 기민하게 판단했습니다. 반대로 자신의 감정 때문에 불필요한 위험을 만들었고, 동료들의 희생을 감수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동료들의 죽음을 모두 그의 책임으로 돌릴 수도 없습니다. 그의 경고를 무시하고 스스로 잘못된 선택을 한 동료들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봅니다. 오디세우스는 좋은 리더였을까요? 아마 한마디로 답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리더 역시 매번 정답을 아는 사람은 아닙니다. 잘못 판단할 수도 있고, 모두를 지키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순간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때 자신의 판단을 돌아볼 수 있는지, 함께하는 사람을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지, 어려운 결정 앞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삼는지가 아닐까 합니다.
오디세우스는 결국 혼자 이타카에 도착했습니다. 목표를 달성했다는 이유만으로 성공한 리더라고 말하기도, 혼자 돌아왔다는 이유만으로 실패한 리더라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다만 그의 긴 항해를 따라가다 보면 이런 질문은 남습니다. 리더의 성과는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요. 그곳에 이르는 과정과 함께한 사람들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