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검색
Top
메뉴 닫기

주소를 선택 후 복사하여 사용하세요.

뒤로가기 새로고침 홈으로가기 링크복사 앞으로가기
"이번 문제도 교육으로 풀자고요?" — 조직의 '교육 만능주의'를 마주하는 우리의 자세 2026-04-02
KHRD info@khrd.co.kr

"요즘 신입사원들 퇴사율이 높아요. 애사심을 키울 수 있는 로열티 강화 교육 좀 기획해 봅시다." 혹은 "타 부서랑 협업이 전혀 안 돼서 프로젝트가 자꾸 엎어지네요. 전사 소통 활성화 워크숍 하나 엽시다." 회의실에서 이런 요구를 받을 때마다 HRD 담당자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겉으로는 다이어리에 메모를 적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지만, 머릿속에서는 수만 가지 반론이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친다. 퇴사율이 높은 건 비합리적인 업무 강도나 낮은 처우 때문일수도 있고, 부서 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건 평가 지표를 제로섬 게임으로 묶어놓은 KPI 때문인데 도대체 왜 이걸 교육으로 풀어야 하는걸까 하고 고민하는 교육 담당자들도 많다.


언제부터인가 기업 내에서 '교육'은 기가 막히게 편리한 '만병통치약'이자 면죄부가 되었다. 시스템의 맹점, 리더십의 부재, 불합리한 보상 체계 등 메스를 대고 뼈를 깎아야 하는 거대한 징후들이 나타나면, 조직은 가장 안전하고 눈에 띄는 진통제를 찾는다. 바로 직원들을 강의실에 예쁘게 몰아넣는 것이다. 문제의 원인이 '환경'이나 '시스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해결책을 구성원 개인의 '마인드셋'이나 '태도 변화'에서 찾으려는 이런 현상을 우리는 조심스럽게 경계해야 한다. 교육으로 모든 구조적 딜레마를 덮으려는 이 달콤한 유혹에 빠지면, 진짜 해결해야 할 본질적인 문제는 계속해서 뒤로 밀려나기 때문이다.


물론 HRD 실무자로서 우리 회사의 구성원들이 교육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가슴 뛰는 일은 없다. 구성원들이 몰라서 못 하는 '역량의 간극'은 교육이 가장 훌륭하게 메워줄 수 있다. 하지만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아 실행하지 못하는 '성과의 간극'은 아무리 좋은 강연으로도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 일례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생태학자를 어렵게 모셔와 '자연의 공생과 협력'에 대해 아무리 깊은 울림을 주는 특강을 열어도, 현업으로 돌아가 치열한 실적 경쟁을 강요받는 구조 속에 놓인다면 그 아름다운 통찰은 금세 휘발될 수밖에 없다. 비옥한 토양을 먼저 만들어주지 않은 채, 씨앗이 자라지 않는다고 계속해서 물(교육)만 주는 격이다.


그렇기에 이제 HRD는 단순히 요청받은 교육을 세팅하는 '운영자'를 넘어, 문제의 진짜 원인을 진단하는 '성과 컨설턴트'로 시선을 확장해야 한다. 무작정 소통 워크숍을 열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기획안을 쓰기 전에 양 부서의 업무 프로세스와 평가 지표가 충돌하는 지점은 없는지 먼저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의 의지를 탓하기 전에 조직의 톱니바퀴가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지 살피는 용기가 필요하다. 때로는 기획안 대신 "이 문제는 양 부서의 업무 프로세스와 평가 지표가 충돌하는 부분부터 먼저 진단해 보겠습니다" 라던지 "이 문제는 교육이 아니라 제도로 풀어야 합니다"라고 역제안을 할 수 있을 때, 교육의 진짜 가치도 함께 지켜낼 수 있다.


조직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무조건 교육이라는 이름의 반창고로 덮으려는 관성에서 한 걸음 벗어나 보자.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라, 지금 당장 실무자들의 퇴근 시간을 앞당겨줄 생성형 AI 활용법을 깊이 있게 전파하고, 이들이 진짜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튼튼한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 그것이 현업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며 HRD를 그려가는 우리가 진짜 집중해야 할 본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