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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D의 새로운 전략, '불친절한 커리큘럼'을 설계하라 2026-04-02
KHRD info@khrd.co.kr

AI 요약 툴을 학습한 직원들을 유심히 관찰하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보고서의 문장은 유려해졌고 오타는 사라졌으며, 결과물이 나오는 속도는 비약적으로 빨라졌다.

하지만 정작 회의 테이블에 앉으면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요약본 뒤에 숨겨진 맥락을 묻는 질문에 깊이 있는 답변이 나오지 않는다. 겉은 번지르르한데 속은 텅 빈 느낌, 혹시 당신도 이런 기분을 느낀 적이 있는가?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효율적인’ 학습 시대에 살고 있다. AI가 100페이지짜리 매뉴얼을 3줄로 요약해 주고, 업무에 필요한 지식을 큐레이션해 준다. HRD 담당자들 역시 구성원의 시간을 아껴주기 위해 더 매끄럽고 간편한 교육 경험을 설계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하지만 여기서 치명적인 역설이 발생한다. 인간의 뇌는 본능적으로 에너지를 아끼려는 ‘인지적 구두쇠’다. 정보가 너무 쉽게 입력되면 뇌는 이를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장기 기억으로 보내지 않는다. AI가 떠먹여 주는 지식은 뇌를 거치지 않고 눈만 통과할 뿐이다. 학습자가 ‘다 알고 있다’는 달콤한 착각에 빠질 때, 실제 역량 성장은 멈춘다.


심리학에는 ‘바람직한 어려움’이라는 개념이 있다. 학습 과정에서 겪는 적절한 수준의 장애물과 불편함이 오히려 기억의 유지력과 응용력을 극대화한다는 이론이다.


우리가 ‘불친절한 교육’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 의도적 불편함: 정답을 바로 알려주는 대신 오답을 낼 기회를 주고, 요약본을 던져주는 대신 직접 핵심을 뽑아내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2. 복구 동기: 뇌는 해결되지 않은 난제에 부딪혔을 때 이를 채우려는 강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며칠을 끙끙대며 답을 찾아낸 경험만이 휘발되지 않는 진짜 내 실력이 된다.


이제 교육 담당자의 역할은 단순히 좋은 콘텐츠를 전달하는 큐레이터에 머물러선 안 된다. 구성원들이 기꺼이 사고의 근육을 쓸 수 있도록 ‘정교한 장애물’을 설계하는 아키텍트가 되어야 한다.


AI가 모든 답을 1초 만에 내놓는 시대일수록, 역설적으로 우리에겐 ‘답을 늦게 알려주는 교육’이 절실하다. 구성원을 더 깊이 고민하게 만들고, 더 많이 틀리게 하며, 더 끈질기게 질문하게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것이 효율성이라는 함정에서 벗어나 진짜 성장을 만드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