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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준하 발행인 메시지] 人生은 一生
인생人生은 일생一生입니다. 누구나 한번 태어나고 오직 한번 사는 일생입니다.그 누구도 자신의 삶을 되물리거나 리필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일생이 가치 있는 삶, 행복한 삶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품격 있는 인생을 살길 원합니다.서양 격언에서 ‘학창시절엔 능력을 개발하고, 청년기엔 부지런히 일하며 노년의 안락함을 준비하고, 노년엔 삶의 지혜를 후손과 이웃에 나누는 아름다운 일생을 계획해야 한다’라고 했듯 품격 있는 일생을 위해서는 나이에 맞는 인생계획이 있어야 합니다.내 영혼의 가치를 높이고 행복하고 품격 있는 일생이 되기 위해서는 일생설계가 먼저 필요합니다. 건축가가 자그마한 집 한 채를 짓기 위해 세밀한 설계도를 완성하듯, 우리가 여행계획을 세세히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처럼, 인생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먼저 해야 할 일은 일생설계입니다. 아름답고 성공적인 일생 조감도를 그리고 그것을 생애주기별로 연도와 시기를 분해해서 상세하게 일생설계도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엄준하 박사 / 본지 창간발행인 / 한국HRD협회 이사장 / 인생경영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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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 사무총장] 중장년의 평생현역을 위한 직업능력개발 방안
요즘 아침에 일어나 TV 뉴스를 틀거나 신문을 펼칠 때마다 접하는 이야기는 저출생·고령화다. 올해 고용노동부 장관도 신년사에서 ‘저출생·고령화 해결에 정책역량 총집결’을 표명했을 만큼 저출생·고령화는 국민적인 우려를 넘어 국가의 생존을 좌우하는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저출생이 미래 노동시장의 문제라고 한다면 지금의 노동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은 고령화라고 본다.우리나라 고령인구(55세-79세)의 고용률은 2017년에는 54.8%였으나 초고령사회 진입을 2년 앞둔 시점이었던 2023년에는 58.9%를 기록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고령인구 비취업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12만 명이 재취업을 원하고 있으며, 고령인구 취업자의 93%가 계속해서 일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렇지만 빅데이터, AI 등 신기술의 등장에 따른 산업환경의 빠른 변화는 퇴직 중장년의 노동시장 재진입을 저해하는 장벽으로 작용한다.---"저출생·고령화는 국민적 우려를 넘은 국가 생존의 문제다.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 기업, 정부 모두가평생현역을 위한 직업능력개발에 관심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이런 산업환경에서 노동시장으로의 성공적인 재진입을 위해서는 일상적인 생활에서뿐만 아니라 일터에서도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서 정보를 분별하고 합리적 커뮤니케이션을 할 줄 아는 디지털 문해력(Digital literacy)이 요구된다. 이른바 평생현역을 위한 ‘직업능력개발’이 필요한 이유다.중장년 직업능력개발은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정부 모두가 적극적 의지와 관심을 가지고 풀어야 할 문제다.먼저, 개인은 급변하는 디지털 산업 중심 일터에서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생애주기별로 경력을 체계적으로 설계하면서 본인에게 꼭 필요한 디지털 문해력, 직무능력 등을 교육훈련을 통해 적극적으로 습득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퇴직 이후 성공적인 인생 이모작 내지 삼모작을 위해 다양한 직업에 대해 개방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생애경력설계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근로자 개인의 의지도 무척 중요하지만, 근로자가 일하고 있는 곳인 기업이 그 중요성을 인식한 다음 근로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전략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기업에서는 노사발전재단 중장년내일센터의 생애경력설계 서비스 등을 활용해서 근로자들이 생애경력설계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식하도록 하는 한편, 지속적인 교육훈련을 통해 근로자들이 직무역량을 개발하고 유지함으로써 인생 후반기를 성공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무엇보다도 기업은 중장년이 일하기 쉬운 작업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다양한 유연근무방식을 도입하여 근로자들의 번아웃을 예방해야 하며, 일·생활의 조화로운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근로자들이 교육훈련에 부담 없이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특히 재직근로자들이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관련한 직업능력개발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할 것이다.이에 노사발전재단은 장년고용안정체계 구축, 평생학습체계 구축, 작업조직·작업환경 개선, 고용문화 개선 등의 영역에 대한 일터혁신 컨설팅을 통해 기업맞춤형 솔루션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재단 소속의 중장년내일센터에서는 기업 수요에 맞추어 산업별, 직종별(사무직, 생산직, 서비스직) 및 연령대별(40대, 50대, 60대) 생애경력설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한편, 지역 폴리텍학교와 같은 훈련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중장년 직업능력개발에 힘쓰고 있다.끝으로, 정부는 개인과 기업이 고령화 시대에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다양한 정책지원을 해야 한다. 이제는 ‘평생직장’보다는 ‘평생현역’이라는 맥락에서 중장년에 대한 계속적인 직업능력개발과 적극적인 취업지원 시스템 마련 등이 필요하다. 그리고 100세 시대를 맞아 노동시장에서 중장년의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생직업능력개발이 보편화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관련 사업을 확대 지원하는 것이다.김대환 사무총장1994년 공직에 입문해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전북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 고용노동부 국제협력관, 근로기준정책관을 비롯해 중앙노동위원회 상임위원(사무처장) 등 고용 및 노사관계, 근로기준, 산업안전, 국제협력 분야에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다. 작년 3월부터는 노사발전재단 제7대 사무총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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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 교수] 교육과 기술의 접점에서
에듀테크는 4차 산업혁명의 첨단 기술인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증강현실, 로봇 등을 교육에 창의적으로 활용하여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교육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개선하며 전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에듀테크는 교육과 기술의 단순한 결합이 아니라, 교육과정에 체계적이고 혁신적인 접근법을 제시하고 실행하는 교육공학의 한 분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니 효과적인 에듀테크의 개발은 학습자의 특성과 요구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토대로 이론 및 체계적인 교수설계의 원리를 적용해 이뤄져야 한다. 또한, 에듀테크는 지속해서 발전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분야이므로 교육담당자들은 새로운 에듀테크를 맞이할 교육기술 활용 역량을 갖춰야 한다.에듀테크는 현재 교육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 중 하나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 로봇 등의 기술이 교육 현장에 창의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첨단 기술의 적용으로 우리는 개인의 요구와 역량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됐으며, 이는 곧 풍부한 교육경험 제공과 미래 지향적인 학습환경 설계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에듀테크는 교육시스템 개선을 위한 핵심 동력으로,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의 투자가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현재 전 세계 곳곳에서 에듀테크를 선도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글로벌 에듀테크 시장 규모는 2025년까지 42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 에듀테크 시장도 매년 빠른 성장을 이루면서 2025년에는 10조 원의 규모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에듀테크는 혁신적인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2024 국가 에듀테크 계획’이라는 범국가적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교육의 핵심가치를 재정의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에듀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 정부 또한 2025년부터 초·중·고등학교에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에듀테크 육성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사실 에듀테크를 교육과 기술(도구)의 결합이라는 단순한 접근으로만 이해한다면 그 역사는 기원전 선사시대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 서로의 의사소통과 사냥법을 공유하기 위해 쓰였던 동굴벽화에서부터 지식혁명을 불러올 수 있었던 활판 인쇄술에 의해 제작된 교육용 인쇄물, 교육용 라디오나 텔레비전 등은 모두 에듀테크의 초기형태라고 볼 수 있다. 또한,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교육용 로봇, 교육용 게임, 이러닝이라고 불리는 온라인 학습환경까지 다양한 형태의 에듀테크 도구가 개발됐다. 에듀테크가 교수자나 학습자의 긍정적인 시각을 받으며 이전에 없던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일은 비교적 최근에서야 이뤄졌다. 이는 교육과 기술의 결합이라는 단순한 원리를 바탕으로 개발됐던 에듀테크가 기대만큼의 학습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부터 비롯된 기술혁신과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는 에듀테크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서는 그 의미와 역할을 재고再考하고, 에듀테크를 활용한 교육과정을 어떻게 설계·개발·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에듀테크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테크놀로지’라는 단어의 의미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테크놀로지의 어원은 ‘체계적인 처방(systematic treatment)’이라는 그리스어에서 파생됐다. 다시 말해 에듀테크의 정확한 의미는 교육방법(문제)에 대해 체계적이고 혁신적인 접근법(해결책)을 제시하고 실행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에듀테크는 교육과 기술의 단순한 결합을 넘어, 주어진 교육 상황과 학습자 특성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는 특정 과학기술을 교수학습모델에 접목하는 교육공학의 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개발되는 다양한 에듀테크 활용 학습은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예를 들어 AI 기반 보조 학습은 개별화 교육을 설계하기 위해 학습자의 학습상태를 진단하고, 학습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학습자에게 필요한 도움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역으로 학습과정에 AI가 과도하게 개입하면서 오히려 학습자의 몰입을 방해하고, 방대한 자료의 제공으로 인한 인지부하(cognitive overload)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또한, 이는 자기주도적 학습자가 아닌 AI 의존형 학습자로 변질될 수 있는 위험도 있다. 따라서 학습자에게 필요한 도움을 언제 효과적으로 제공하고 제거할 것인가에 대한 근거가 되는 교육학적 이론(예, 스캐폴딩)을 바탕으로 AI를 통한 학습을 설계하고 개발해야 한다. 더 나아가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학습 전략과 방법을 제시하는 교수설계모델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가상현실은 최근 교육 현장에서 빈번하게 활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에듀테크의 한 분야다. 가상현실은 고위험, 고비용의 현실 상황을 가상의 공간에 재현하고 이 과정에서 학습자들은 학습 내용을 직접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다. 이는 학습에 대한 몰입감, 이해도, 흥미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이런 경험만으로 실제 학습자에게 유의미한 학습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학습자가 가상현실을 통해 직접 경험한 내용을 이해하고 평가하여 문제해결에 스스로 적용할 수 있도록 부가적인 학습활동이 설계되고 제공되어야 한다. 교육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업을 처음 설계할 때부터 가상현실이 전체 교육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정의하고, 이에 대한 명확한 학습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에듀테크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전문가들은 에듀테크가 이론에 기반하여 개발되지 않고, 체계적인 교수설계에 의해 적용되고 있지 않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에듀테크의 효과성과 적합성을 검증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게 되면서 에듀테크의 확장성과 지속가능성에도 의문의 여지가 남게 된다.에듀테크는 분명 미래의 교육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AI를 비롯한 첨단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에듀테크 역시 현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교육의 혁신을 이끌어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의 에듀테크에만 국한되지 않고, 내일 새롭게 등장할지도 모를 또 다른 형태의 에듀테크에 대한 교육담당자들의 준비가 필요하다. 어떤 에듀테크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교육기술 활용 역량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앞으로의 교육을 위해 가장 필요한 능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김남주 교수미국 마이애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와 응용학습과학 대학원 디렉터를 역임했다. 미 교육부 산하 Institute of Education Sciences의 Digital Learning Platform 분야 패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교육 분야의 다양한 학술지에서 편집장, 부편집장, 편집위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연구 분야는 에듀테크 개발, AI의 교육적 활용, 학습자 중심 교육모델 개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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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경 박사] 기술 기반의 적응형 플립러닝
적응형 학습(Adaptive Learning)은 주로 온라인 사전학습을 하는 플립러닝에 적용하기 적합한 학습방식이다. AI와 같은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따라 적응형 학습을 구현하는 방법이 다양해진 만큼, 플립러닝에 이를 적용해보자. 구현 방식은 ‘지식과 기술 수준 맞춤형 학습’, ‘사전학습에서의 상호작용 설계’, ‘학습자의 학습조절능력에 대한 지원’ 등 의도하는 목표에 따라 콘텐츠 추천형, 공유·소셜·게임형, 피드백형 등으로 달라진다. 그리고 적응형 플립러닝에서는 데이터 사용범위와 학습자 촉진 전략에 대한 결정과 판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ChatGPT로 촉발된 생성형 AI에 대한 관심과 활용 논의는 HRD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생성형 AI의 가치는 그것이 만들어준 지식을 우리가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데, 개인화된 학습(personalized learning)을 지원하는 면을 생각해볼 수 있다. 관련해서 플립러닝에선 기술 기반 학습 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는데 플립러닝은 온라인 학습활동이 큰 부분을 차지하기에 테크놀로지 적용에 따라 운영방식 및 효과가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플립러닝에는 어떤 기술을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까? 기술개발 비용과 시스템 설계에 대한 부담 등 현실적인 여건이 따라오지만, 적응형 플립러닝의 전체적인 그림을 이해하고 그중 적용 가능한 요소를 하나씩 고민하는 것으로도 차이가 나타날 것이다. 적응형 학습의 효과적응형 학습은 학습자 개인의 학습상황과 요구를 조절하여 학습을 돕는 기술과 시스템을 말한다. 사실 적응형 학습은 머신러닝을 활용한 학습데이터 분석, AI 챗봇 등 AI 기술이 발전한 초기부터 함께 성장해 왔다. 플립러닝과 블렌디드 러닝 등 기업과 대학의 온라인 학습활동에도 적응형 학습이 꾸준히 적용되면서 여러 성공 사례가 발표됐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학습성과를 높이고 중도이탈을 낮춘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프로그램이 있다. 그렇다면 플립러닝에 적응형 학습 요소를 반영할 경우 어떤 효과가 발생할까?---첫째, 일반적인 개인 학습보다 적응형 학습이 플립러닝에서 더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플립러닝 사전학습 단계에선 보통 온라인을 통해 개인 학습을 진행한다. 개인화 학습(personalized learning)과 적응형 학습(adaptive learning)은 구별되는 개념인데, 개인화 학습은 어떤 학습활동이든 개인적인 학습활동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반면, 적응형 학습활동은 기술 기반으로 개인 데이터에 따라 적절한 개입안(intervention)을 제공한다. 즉, 맞춤형 개입안은 적응형 학습에서 가능하다. 둘째, 어떤 학습자가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다른 학습자 뒤로 가려지는 학습소외 현상을 해결하기도 한다. 만약 조직 구성원이 특정 한 분야에서만 학습에서 어려움을 경험하는 학습소외를 겪고 있다면, 적응형 학습을 통해 그 구성원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전체적인 학습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 셋째, 대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교육에 적합하다. ‘대규모 인원’ 과 ‘맞춤형 교육’은 현실적으로 공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적응형 학습의 과정은 학습자 및 학습활동과 관련된 데이터를 제공하여 학습자가 스스로 조절(self-regulation)하게 만든다. 적합한 개입안을 주기 위해 관찰하고, 그 결과를 학습자 본인을 비롯해 교수자 및 관리자가 활용하기 때문에 일종의 공동 메타인지를 형성하는 것과 같다.적응형 플립러닝 적용 방안적응형 학습을 하려면 기술과 비용에 대한 투자를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학습데이터 수집 및 분석, 다양한 개입안을 실행하기 위한 플랫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습관리시스템(LMS)이나 플랫폼에 개입안을 기술적으로 적용하기에 앞서, 다음 목표에 따른 구현 형태를 먼저 검토해보는 것이 유익하다.플립러닝에 적응형 학습 요소를 반영할 경우, ‘지식과 기술 수준 맞춤형 학습’, ‘사전학습에서의 상호작용 설계’, ‘학습자의 학습조절능력에 대한 지원’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런 적응형 학습의 목표에 의거해서, 콘텐츠 추천형, 공유·소셜·게임형, 피드백형 등 구현되는 형태가 달라진다. 실제로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미시간대학교 등 많은 대학이 이미 적용 중이다.첫째, 지식과 기술 수준에 맞는 학습은 학습자의 학습이력과 수준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공과 실패를 예측해서 콘텐츠와 문제 풀이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학습성공 경험을 높이므로 학습자의 자기효능감을 높여주며 학습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과 동기를 유도한다. 또한, 수준에 대한 맞춤형이기 때문에 앞서 밝힌 대로 학습소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용하다. 둘째, 사전학습에서 상호작용을 설계한다면, 대시보드를 활용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학습자와 내용 간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목적으로 대시보드를 만들고, 학습자 스스로 달성한 목표와 학습할 내용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드러낸다. 학습자 간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설계하기 위해 학습자들끼리 대시보드 공유하게 하는 방안도 있다. 학습용 콘텐츠에 대한 관심사를 비주얼화해서 공유하고, 서로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학습을 수행하는지 좌표나 랭킹을 표시하거나, 또 학습한 결과는 어디에 도달했는지 확인하게 하는 것이다. 학습자들은 같은 그룹 내 다른 사람들이 어느 정도 학습하고 있는지 궁금해하고 각자 학습하는 과정도 공유하면서 동기를 부여받는데, 이를 통해 ‘혼자 하는 학습’이 아닌 커뮤니티 중심 함께 하는 학습이 가능하다. 셋째, 학습자의 학습조절능력 지원의 경우, 인지적, 동기적, 행동적 측면에서 조절능력을 지원하는 것이다. 특히 행동적 학습조절의 경우 학습자의 목표·시간관리와 실천능력이 포함되는데, 학습지연을 막기 위한 푸시(Push) 혹은 목표와 행동 조절을 돕는 피드백 전략을 예로 들 수 있다. 현재도 LMS에서 SMS나 챗봇을 사용하고 있으나, 학습이력관리를 통해 개별화된 피드백을 줄 수 있다."플립러닝에 기술 기반 적응형 학습 요소를 반영하면개인의 데이터에 따른 적절한 개입이 가능하고,특정 학습자가 소외되는 현상을 해결할 수 있으며,대규모 인원과 맞춤형 교육도 공존시킬 수 있다."최근에는 AI튜터를 적용해서 인지적 차원의 학습 피드백을 하거나, 챗봇을 이용한 행동적 피드백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기존의 챗봇 중심 한정적으로 학습을 피드백하는 기능을 넘어 ChatGPT를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성형 AI에 의한 더 광범위한 학습조절능력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자동 프롬프트 기능뿐 아니라, 인터넷 및 보유자료로부터 학습자에게 맞는 학습자원을 적시에 만들어 제공하는 기능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 한편, 상황에 따라 피드백은 LMS나 AI만을 통해서가 아니라, 교수자나 관리자, 동료 학습자가 할 수도 있다. 학습이력을 교수자 및 관리자에게 보내 시그널을 넣거나, 대시보드를 공유한다면 이들은 적절한 시점에 적합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데이터 사용과 학습자 촉진 전략에 대한 선택적응형 플립러닝을 준비할 때,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데이터 사용 범위 결정이다.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의 범위는 생각보다 한정적이다. 정보수집과 처리에 대한 윤리적 이슈가 있고, 실제 수집 가능한 양과 축적 기간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학습자의 정보를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린다면 몇 가지 유용한 데이터만으로도 충분히 효과적인 학습을 시도할 수 있다. 적응형 학습은 학습을 촉구하는 푸시 전략을 자주 쓰게 되므로, 학습자의 선택과 자율성을 침해하고 교수자 중심으로 실행되기 쉽다는 관점도 있다. 그러니 푸시 전략 중심으로 할 것인지, 학습자가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이게끔 필요한 정보와 맞춤형 자원 제공 중심 전략을 사용할지는 상황에 맞게 판단해야 한다. 학습자들은 추구하는 학습목표 유형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는 학습목표라고 판단하면 푸시하지 않아도 알아서 즐거움을 느끼며 학습을 수행할 것이다. 따라서 푸시와 자율성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이루며 학습을 효과적으로 촉진하는 전략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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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원장] 첨단기술 경연의 장에서 HRD를 생각하다
CES 2024(Consumer Electronics Show, 세계가전전시회)는 인류가 처한 문제를 혁신기술을 활용해 함께 해결하자는 ‘All Together. All On’을 슬로건으로 잡고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1월 9일부터 1월 12일까지 개최됐다.올해 CES에선 로보틱스, 디지털 헬스, 항공 모빌리티, 코스메틱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AI의 역할이 부각됐고, 기업과 산업의 상호 협력도 강화되고 있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해외시장 진출을 통한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는 국내의 에듀테크(EdTech) 기업들도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AI 기반 학습플랫폼, 코딩교육 로봇, 게이밍·메타버스·확장현실(XR)을 활용한 시뮬레이션 학습 등 학습경험 향상을 지원하는 혁신기술들을 선보이며 ‘K-에듀’를 확산하고 있는 모습이었다.또한, 미래 인재 양성의 요람인 대학들도 CES에 참가해서 대학생들의 기술과 창업 활동을 선보였다. 필자가 속한 성균관대학교를 예로 들면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교원 및 학생 창업기업들을 대표해서 10개 부스를 전시했다. 그뿐 아니라 스타트업들이 집결한 유레카관에선 국내 대학 최초로 창업대학원관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기도 하며 주목을 받았다.AI의 발전은 대학교육에도 새로운 도전을 제시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의 경우 생성형 AI의 발달은 새로운 도전이자 대학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좋은 기회라고 판단했다. 그에 따라 많은 사람이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윤리적으로 선용할 수 있도록 AI를 접목한 교육모델을 개발하고, AI를 악용하는 부정행위를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AI를 활용한 윤리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하고, 적절한 평가방식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AI의 존재감은 인적자원개발(Human Resource Development, HRD) 분야에서도 체감할 수 있다. 크게는 다양한 학습자들에게 맞춤형 학습경험을 제공하며 학습유연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최적의 학습플랫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디지털 자원과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학습데이터 분석 등에 앞다투어 적용되고 있다. CES는 기술과 전자제품 중심의 전시회인 만큼 HRD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전시나 세션은 주요하게 다루지 않지만, AI 및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기술과 제품은 기업이나 조직 내에서 HRD 활동을 강화하고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을 것 같았다.AI 시대에는 AI와 협업하면서 가치 판단의 주체로서 차별화된 질문을 하는 인재가 조직 성과를 주도할 것이다. 따라서 AI와 연계한 HRD 전략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AI는 개인 삶의 새로운 확장을 위한 또 다른 ‘언어’가 되고 있기에 지식과 정보를 획득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넘어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고 대처하는 능력으로서의 AI 리터러시 교육이 절실해지고 있다. 이때 기존의 전달형 교육에서 벗어나 자기주도적이고 창의적인 맞춤형 교육으로의 변화가 요구되는데 AI를 활용한 채용 프로세스 최적화, 개인별 맞춤형 학습경로 제공, 효율적 성과관리 등이 좋은 예다. 더불어 AI 기술을 지혜롭게 활용하기 위한 소통 역량으로서 마인드셋 교육, 리더십과 조직문화 교육도 함께 발전해야 할 것이다. 이런 교육을 통해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그로써 조직의 성과를 높일 수 있다.HRD는 인접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며 선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렇기에 AI와의 융합을 통한 HRD 분야의 기술적 발전은 한층 더 본격화되고 있다. 관련해서 내년에 개최될 CES 2025에선 에듀테크 기업들의 존재감이 더욱 커질 것으로 확신한다. 이들 기업은 AI 기술을 활용하여 학습 효과와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는 다양한 기술을 계속해서 선보일 것이다. 이런 기술적 발전은 교육 혁신을 이끌 것이며, 학습자들에게 더욱 풍부한 학습경험을 제공할 것이다.올해 CES엔 13만 5천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아와 성황을 이뤘다. 이로 인해 항공, 호텔, 식당 예약 등에서 불편함이 있었지만, 참가자들의 지적 호기심과 열정은 정말 뜨거웠다. 또한, 미국과 중국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였지만, 수백 개 한국 기업이 CES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이들 기업은 뛰어난 기술력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여러모로 CES 2024는 대한민국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이정환 원장성균관대학교 인재교육원 원장. 학교 내 비학위 공개강좌 기획, 개발, 운영을 비롯해 학교의 혁신 DNA를 교내외에 공유·확산하는 일에 집중하며 기업과 국가 역량개발에 기여하고 있다. 동대학 글로벌창업대학원 초빙교수이며 한국경영교육학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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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현 교수] 디자인 씽킹과 마인드 셋팅
디자인 씽킹은 교육 방법의 전략적 접근을 다룬다. 다른 대부분의 교육 방법에서 전략들은 마인드셋(mindset)을 잘 거론하지 않는다. 그러나 디자인 씽킹은 특별히 교육적으로 적용되는 경우 단순히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을 넘어서서 이 활동을 통한 마인드셋을 이야기한다. 이는 디자인 씽킹이 담고 있는 철학적, 정서적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감, 혁신, 협업을 통한 성공적 교육 경험에서 갖게 되는 마인드 셋팅이 디자인 씽킹을 통해 계발되도록 교육을 기획하고 설계해야 한다. 디자인 씽킹에서 마인드셋을 강조하는 이유는 디자인 씽킹이 마음과 사고를 터치하는 교육적 가치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디자인 씽킹 마인드셋 중에는 스탠포드 디스쿨(d.school)의 마인드셋(d.mindset)이 널리 소개되고 있다.첫 번째 마인드셋은 말하지 않고 보여주기(show don’t tell)다. 경험을 만들고 시각적 방법이나 좋은 이야기를 나누는 등 영향력 있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비전을 전달한다. 두 번째 마인드셋은 인간 가치에 초점(focus on human values)이다. 디자인 씽킹은 사용자를 향한 공감으로 시작하고 그들로부터 솔루션을, 피드백을 받는 것이 원칙이다. ---세 번째 마인드셋은 실험 포용(embrace experimentation)이다. 프로토타입은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방법으로 혁신 프로세스에서 필수적인 부분이다. 네 번째 마인드셋은 행동 지향 편향(bias toward action)이다. 디자인 사고는 문자 그대로는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잘못된 표현이다. 행동하기보다 생각하고 구상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생각보다 행동을 지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다섯 번째 마인드셋은 극단적 협력(radical collaboration)이다. 팀 구성원의 다양한 생각과 아이디어들을 혁신적으로 통찰하며 솔루션을 얻도록 시너지를 만들어야 한다. 대부분의 문제는 혼자 해결하기에 너무 벅차다. 여섯 번째 마인드셋은 과정을 염두에 두기(be mindful of process)다. 디자인 과정의 현재 위치, 그 단계에서 사용할 방법 및 목표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일곱 번째 마인드셋은 명쾌하게 만들기(Craft Clarity)다. 정리되지 않은 문제로부터 일관성 있는 비전을 만들어 내고,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생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외에도 디자인 씽킹 마인드셋은 여러 기관과 학자들이 제시하는데 대체로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사람 중심의 공감 마인드: 디자인 씽킹을 인간 중심 디자인(Human Centered Design)이라고도 한다. 이는 사용자가 바로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사용자와의 진정한 교감 및 상호작용은 영감과 통찰력으로 이어져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게 해 준다. 제러미 리프킨은 인간이 인간다운 것, 문명의 발달을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됐고 나아가 미래의 많은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공감’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지구에서 인류가 살아남아 번창할 수 있기 위해선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athicus)가 되라고 주문한다. 더 나아가 그는 앞으로의 시대를 ‘공감의 시대’로 규정하고 이 시대를 살아내기 위해선 공감형 인간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네스코(UNESCO)는 이런 시대적 흐름을 읽어내서 교육 실천 시리즈(Educational Practices Series)에 담아내고 있다. ‘감정과 학습(Emotions and Learning)(Pekrun, 2014, p. 8)’에서는 감정은 학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교육자는 학생들이 경험한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시각화 마인드: 디자인 씽킹은 시각화 마인드를 증진시킬 수 있다. 시각화는 복잡한 아이디어를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사람들로 하여금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이디어를 시각화하는 것만으로도 생각을 정리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다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이디어를 시각화하는 것은 사용자들부터 피드백을 얻기에 좋은 방법이므로 학습자들도 건설적인 비판에 대해 마음을 열고 방어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것이 좋다.혁신을 이끄는 창조 마인드: 디자인 씽킹의 핵심은 사용자의 문제에 깊이 공감하여 많은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혁신적인 솔루션을 찾는 것이다. 처음부터 복잡하고 정답이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많은 창조적 사고를 요구한다. 즉 아이디어를 내는 단계에서 열린 생각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많은 양의 아이디어를 협력적으로 창출해 나간다. 디자인 씽킹의 최상의 목표인 창조적 자신감은 IDEO의 창업자인 David Kelly와 Tom Kelly(2014)가 『Creative Confidence(유쾌한 크리에이티브)』라는 저서에서 밝힌 개념이다. 그들은 창조적 자신감이란 ‘자신에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믿는 일에 관한 것이다’라고 말한다.프로토타입을 통한 긍정 마인드: 디자인 씽킹에서 사용자 공감, 아이디어 내기(확산적 사고)와 다듬기(수렴적 사고) 과정을 거쳐서 나온 최종 대안은 타당하고 실천 가능한 것인지 프로토타이핑하는 단계를 거친다. 빠른 실패를 경험하기 위함이며 그래서 디자인 씽킹은 실패를 통한 혁신으로 나아가며 긍정의 마인드를 발전시키는 것이 된다.실천 지향 마인드: 공감하는 단계에서 팀 구성원은 보다 깊이 사용자 니즈를 이해하기 위해 사람들과 부대끼고 그들의 관점에서 경험해 보려는 시도를 해야 하며, 테스트 단계에서 그들은 가치 있는 데이터와 피드백을 적용하기에 앞서 수많은 테스트 단계를 반복해야 한다. 팀원들이 실패를 하나의 결과가 아닌 프로세스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실천 지향적 행동양식이 가능해지며 그들의 프로토타입이 고차원적 제품 또는 솔루션으로 거듭날 수 있다.배려하고 협력하는 마인드: 디자인 씽킹에선 신뢰와 존중을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긍정적 상호관계가 작동한다. 팀원들은 동료들을 챙기며 그들의 감정과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공감 능력을 적용할 수 있다. 팀워크는 한두 명이 프로젝트를 장악하는 계층적 구조를 최소화하고, 그로써 학습자 간 불필요한 경쟁을 최소화하는 것은 사기를 높이고 관계를 개선하며 실망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디자인 씽킹은 집단 지능(Collective Intelligence)을 높여준다.디자인 씽킹은 많은 문제해결 방법론 중 하나지만 마인드셋 변화도 지향하고 있으며 실제 그것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디자인 씽킹은 공감, 실패로부터 배우기, 창조적 자신감, 성장 마음가짐, 긍정, 협력, 혁신적 문제해결, 실천 지향 등의 역량을 발현하고 계발하는 실행 방법론으로 미래교육의 핵심을 관통한다. 결국 디자인 씽킹은 현재 HRD와 교육이 지향하는 구체적이고 혁신적인 전략이다. 최유현 교수충남대학교 사범대학 기술교육과 교수. 동대학 사범대학장/교육대학원장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Design Thinking, Problem Solving, Teamwork Leadership, Technology and Engineering Education이다. 200여 편의 논문과 100여 권의 책을 썼고, 와이즈에듀 디자인 랩 CEO(프로그램 디렉터)로도 활동 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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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진 교수] 글로벌 HR 애널리틱스 컨퍼런스 참관기
영미권에 HR 애널리틱스를 주제로 하는 대표적인 컨퍼런스로는 이미 1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미국 유펜(Upenn) 와튼스쿨(Wharton School)의 ‘Wharton People Analytics Conference’와 영국 런던을 중심으로 유럽의 다양한 지역에서 매년 열리는 ‘People Analytics World Conference’가 있다. 학계에서도 HR 애널리틱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2022년부터 아일랜드, 영국, 네덜란드의 대학들을 중심으로 ‘People Analytics and Algorithmic Management 컨퍼런스’가 매년 열리고 있다. 이 글에서는 주요 컨퍼런스를 간략하게 소개하는 동시에 지난 수년간 발표자와 참석자로서 다양하게 경험했던 것을 토대로 최근 트렌드 몇 가지를 살펴보겠다.---와튼 피플 애널리틱스 컨퍼런스매년 3월-4월경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와튼 스쿨에서 주관하여 열리는 Wharton People Analytics 컨퍼런스는 HR/피플 애널리틱스 분야의 초기부터 산업계와 학계를 모두 아우르는 관점에서 진행됐다. 매년 두 가지 종류의 컴피티션(Competition)을 병행하고 있는데, 하나는 학술 연구에 대한 White Paper Competition이고, 또 다른 하나는 기업들의 구체적인 HR 애널리틱스 관련 케이스를 분석하여 발표하는 Case Study Competition이다. White Paper Competition의 경우 대부분 대학에서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박사급 연구자들과 교수들이 참여하는 반면 Case Study Competition은 대부분 석사 과정 혹은 학부생 과정 학생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물론 이러한 경쟁 발표 및 학술 연구 외에도 HR/피플 애널리틱스 분야의 저명한 인사를 초대하여 강연을 듣는 시간도 있고 다양한 부수적인 세션들이 있다. 관련 내용은 매년 유튜브에 ‘Wharton People Analytics’라는 이름으로 업로드되고 있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현장에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컨퍼런스의 내용을 언제든 접속하여 시청하고 학습할 수 있다. HR/피플 애널리틱스 분야를 리딩하고 있는 컨퍼런스이기에 그 평판과 명성이 높지만, 미국, 특히 북미권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보니 다른 지역국가에서의 참여가 많은 편은 아니다. 또한, 대학 한 곳이 해당 컨퍼런스를 주관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기업 소속 HR 애널리틱스 실무 참가자들과 네트워킹하는 기회, 그리고 다른 회사들의 케이스 스터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외부 상업적 컨퍼런스에 비해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계와 산업계를 모두 아우르고, 특히 산업계의 실제 HR 애널리틱스 관련 사례를 분석해 볼 수 있는 Case Competition을 제공한다는 점은 분명 주목할만한 특징이다.피플 애널리틱스 월드 컨퍼런스영국 런던에서 매년 4월 말에 열리는 HR/피플 애널리틱스 컨퍼런스다. 와튼 스쿨의 컨퍼런스와는 달리 대학이 주관하지 않고 투카나(Tucana)라는 스페인에 위치한, HR 테크 컨퍼런스를 전문적으로 하는 제3의 상업기관이 주관하고 있다. 특히 영국,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 프랑스 할 것 없이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수많은 기업의 참여가 주축이다. 그렇다 보니 학술적인 측면은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트렌디하고, 가장 최신의 HR/피플 애널리틱스 관련 케이스를 접하거나, 관련 이해관계자를 만나기에 좋은 기회의 장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7년-2018년까지만 해도 PAFOW(People Analytics & Future of Work)라는 이름으로 진행됐지만, 지금은 People Analytics World Conference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진행되고 있으며, 작년부터 스위스, 네덜란드, 스페인 등 런던 외의 다른 지역국가로 계속해서 컨퍼런스 모임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HR/피플 애널리틱스 분야의 기업 사례와 전문가들을 만나는 것 외에 다양한 Tech Solution 기업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EIASM People Analytics and Algorithmic Management 컨퍼런스앞선 2개 컨퍼런스와 달리 아카데믹, 즉 학계에서 HR 애널리틱스를 연구하기 위해 모인 학술 컨퍼런스다. 산업계보다는 좀 늦은 시점인 2022년에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처음 시작했으며, HR/피플 애널리틱스 분야를 학술적 관점에서 연구하는 다양한 교수, 연구원, 대학원생들이 세계 각지에서 모인다. 아무래도 이 주제를 중심으로 하는 학술 분야 컨퍼런스가 거의 없다 보니 1회 때부터 유럽지역뿐만 아니라 중동과 아시아, 호주 및 뉴질랜드에서도 참여한다. 아직 외부에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HR/피플 애널리틱스 분야를 연구하는 유럽 내 학계 관련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 그리고 해당 컨퍼런스는 HR/피플 애널리틱스를 단순히 HR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프로젝트’ 관점으로 보지 않고, ‘왜’ 이 분야가 태동하고 관심을 받고 있으며, ‘어떻게’ 더 잘 분석하고, 더 잘 활용하고, 더 잘 도입하고, 관련 윤리적 리스크를 경감할 수 있을지 등 다양한 측면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학자들이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장이다. 1회는 아일랜드 더블린 대학에서, 2회는 작년에 영국 리즈대학에서 열렸으며, 3회는 올해(2024년) 11월에 네덜란드 트웬티 대학(University of Twente)에서 열릴 예정이다.HR/피플 애널리틱스 컨퍼런스의 주요 동향HR/피플 애널리틱스 분야는 지속적 성장과 확대HR/피플 애널리틱스 필요성에 대한 인식 향상각 기업/조직의 구체적인 맥락 담아야...비즈니스 가치를 지향하고, 적시성 문제 해결해야...지난 10년간의 HR/피플 애널리틱스 컨퍼런스는 무엇을 말해주는가HR/피플 애널리틱스 분야는 계속 성장 및 확대되고 있다: 해당 주제의 meet-up 모임이나 워크샵, 컨퍼런스가 다양한 곳에서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더 많은 기업이 HR 애널리틱스 전문가를 찾지만 충분한 공급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HR 애널리틱스 분야의 초창기부터 발을 들였던 사람들은 이 분야가 ‘어느 정도 성숙기에 이른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하지만 분명한 건, HR 분석가 및 HR 애널리틱스 전문가를 향한 기업의 수요에 대한 인력의 공급 불일치가 여전하다.이제는 HR/피플 애널리틱스가 왜 필요한지 설득할 필요가 없다: 해당 분야의 명칭이 비즈니스 곳곳에서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HR 분야가 아닌 타 분야에서도 HR 애널리틱스 용어가 낯설지 않다. 그뿐 아니라 경영진에 HR 애널리틱스가 왜 필요한지를 굳이 하나하나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객관적인 분석의 필요성과 HR 애널리틱스 사례들이 많이 알려지고 있다.이제는 각 기업/조직의 구체적인 맥락을 담은 사안으로: 기존에는 HR 애널리틱스 관련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면, 이제는 많은 기업이 HR 애널리틱스의 도입과 활용 과정에서 겪는 구체적인 이슈들을 논의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컨퍼런스에서 발표하는 주제와 대담 시간에도, 분석의 성공 혹은 실패 사례에 대한 공유보다는 해당 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 소개하고 논의하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분석 방법 그 자체보다는 점점 비즈니스 가치 중심적으로: HR 애널리틱스의 가치는 분명히 더 나은 분석 방법이나 스킬이 아닌, 그것을 통해 분명한 비즈니스 가치를 전달하느냐에 있다. 지난 수년간 여전히 많은 컨퍼런스 참가자와 발표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개선된 분석방법이나 스킬에 대한 소개보다는, ‘어떻게 HR 애널리틱스를 통해 비즈니스 가치를 증대시키고 있느냐’다.여전히 쉽게 해결되지 않는 ‘적시성(Timeliness)’의 중요성: 과거에도, 지금도 여전히 쉽게 해결되지 않는 어려움 중 하나는 HR 데이터 분석의 ‘적시성’이다. 적시성을 저해하는 요인은 무척 많다. 데이터 분석으로 해결해야 하는 비즈니스 사안이 있을 때 이와 관련된 데이터가 빠르게 수집되거나 확보되지 않는 경우, 이를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직원이 없는 경우, 관련 분석 결과를 이해관계자 및 경영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프로세스가 미비한 경우 등, 여러 상황에서 HR 애널리틱스의 가치가 제대로 발현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단박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최근 컨퍼런스 모임에서도 계속해서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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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철 교수] 피터 드러커의 ‘가장 중요한 다섯 가지 질문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의 ‘가장 중요한 다섯 가지 질문(The Five Most Important Questions)’은 각각 ‘우리의 사명은 무엇인가?’, ‘누가 우리의 고객인가?’, ‘고객은 무엇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가?’, ‘우리가 만든 결과는 무엇인가?’, ‘우리의 계획은 무엇인가?’이다. 이를 통해 드러커는 조직의 효과적인 경영과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핵심 원칙을 제시했다. 그가 통찰력을 담아 던진 질문은 지금까지도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우리는 어디에 초점을 맞춰서 사업을 수행해야 하는지, 사업의 성공 여부(성과와 목표)는 어떻게 측정하고 확인할 것인지, 우리의 핵심역량은 무엇인지, 계속해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자원과 역량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등을 자가평가하고 개선 및 혁신을 도모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떠올려야 하는 지침이다.---피터 드러커에 따르면, 자가평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그것을 하는지, 조직의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을 점검하는 방법이다. 드러커는 다섯 가지 질문과 그 질문들에 연계되는 자가평가 항목들을 상세하게 정리해서 2008년에 책자로 발간했는데 『The Five Most Important Questions You Will Ever Ask About Your Organization (Paperback)』이 그것이다.원래 다섯 가지 질문은 조직에 적용하기 위해 제시되었지만, 개인 차원에도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실제로 Marshall Goldsmith가 관련한 아이디어를 드러커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다섯 가지 질문은 주로 비영리단체를 이끌 리더들을 육성하기 위해 워크숍 프로그램을 개발했던 ‘Leader to Leader’ 시도들에서 적용됐었지만 다른 영역으로도 확산했다. 임직원 역량개발이 대표적이며 최근에는 스타트업을 추진하는 미래의 CEO들을 위한 경영개발 프로그램으로도 널리 활용되는 추세를 보인다.계속해서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중심으로 다섯 가지 질문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첫째로 ‘우리의 사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조직의 기회와 역량, 구성원의 전념과 충실도 등을 매칭해서 작성하는 사명문으로 귀결된다. 개인 차원에서 볼 때는 환경 또는 고객의 요구, 나의 역량/잠재력,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매칭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드러커는 사명문은 간명해야 하고, 초점이 예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쉽게 말해 창업자는 자신이 일군 스타트업이 많은 사람에게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라는지 명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둘째로 ‘누가 우리의 고객인가?’라는 질문은 주고객/부수고객과 같이 이해관계자들을 보다 간단하게 구분함으로써 누가 당신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구입해서 사용하며 혜택을 보게 되는지 명확히 하라는 것이다.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과업 역시 ‘우리가 목표로 삼은 고객이 누구이며, 우리가 설득해야 하는 잠재적 투자자들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는 것이다.셋째로 ‘고객은 무엇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맹목적인 시장조사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고객을 관찰하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드러커는 조직 차원에서는 고객들이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을 ‘객관적 사실’로 수용할 필요가 있으며, 개인적 차원(스타트업 창업자)에선 ‘360도 다면평가’를 통해 사회적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과 아이디어는 어떤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넷째로 ‘우리가 만든 결과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결과에 입각해서 어떤 것들이 보다 강화되어야 하고, 어떤 것들을 폐기해야 하는지를 평가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기업, 특히 스타트업 창업 시 시장점유율, 수익성, 경쟁우위 등을 복합적으로 추구할 수 있지만, 결국 올바른 결과가 무엇인지를 계속해서 점검하며 그것을 추구하는 것이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첩경임을 시사한다.다섯째로 ‘우리의 계획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선택과 집중, 책임을 관통한다. 드러커는 계획을 ‘5개 미만의 목표들을 설정한 다음 어디로 어떻게 성취해나갈지 정하는 것’이라고 전제했으며, 창업자/CEO들은 목표개발, 단계적 행동/조치, 적절한 자원 배분 등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즉 효과적인 계획은 폐기, 점진적 개선을 위한 변화, 강점에 입각한 최선의 노력 경주, 보다 높은 기준에 적합한 도전, 혁신, 위험 감수, 분석 등을 포함해야 하며, 계획의 단계적 집행도 아울러야 한다.이렇게 다섯 가지 질문은 경영자 또는 리더가 주기적으로 사업에 대한 가정들과 시장/고객의 변화를 점검/확인하여 새로운 기회들을 파악하고 추진해 나가는 메커니즘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때로는 성과평가가 지나치게 정량적이라든가, 특정 가치나 비즈니스 전략에 중점을 둔 나머지 다양한 문화적 관습 및 실천과 부합하지 않는 면도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다섯 가지 질문 중 고객에 대한 것들은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고, 실제로 다섯 가지 질문을 기업문화에 적용해서 성공한 사례들이 축적되고 있다.경영자들은 “우리는 우리가 제조한 것을 판매한다. 그러니 우리의 관심사는 앞으로도 ‘우리가 제조한 것을 어떻게 계속 판매할 것인가?’이어야 한다.”라는 가정과 전제가 기업들이 실패하는 첩경임을 확인해야 한다. 그러고 나선 ‘고객이 사업을 정의한다’라는 새로운 전제 아래 우리의 사업에 대한 가정과 전제의 진위를 과감히 흔들어 놓을 고객이 누구인지, 그 고객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를 계속 질문해야 한다. 이것이 기업/기관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드러커가 전해준 변치 않을 지혜와 통찰이다.장영철 교수경희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LG인화원, 한국조직경영개발학회, 한국윤리경영학회 등 여러 곳에서 HR/HRD 역량을 발휘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aSSIST) 석좌교수이며, 피터 드러커 소사이어티 공동대표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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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아정 교수] 직원몰입 경험에 ‘몰입’하라
오늘날 기업가치 1순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기업 마이크로소프트, 빅테크 기업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상승세로 사상 최고의 기업가치를 매일 갱신하고 있는 엔비디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소프트웨어, 웹서비스 기업으로 알려진 어도비,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인공지능(AI) 기술력을 통해 현재 가장 눈부신 성장과 성공을 달성하고 있는 혁신 기업들이라는 점 외에 직원몰입(employee engagement) 진단과 관리에 매진하는 대표적인 기업들이라는 점이다. ‘2023 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 학술대회’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로저 마틴 토론토대학교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향후 삼성의 새로운 미래 전략의 핵심을 직원몰입으로 주창한 바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하는 방식 변화와 업무 생산성 확보의 효율적 방안에 관한 고민이 깊어지면서 직원몰입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오늘날 글로벌 경제를 선도하는 첨단기업들이 직원몰입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직원몰입은 실제로 기업에 어떤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을까?---“어떤 기업의 성공과 실패의 실질적 차이는 그 기업에 소속된 사람들의 재능과 열정을 얼마나 잘 끌어내느냐에 의해 좌우된다.” IBM의 창립자 토마스 왓슨(Thomas Watson)은 일찍이 기업을 움직이는 원천으로써 직원몰입을 강조한 바 있다. IBM이 전 세계 최초로 정기적인 직원몰입 측정과 관리를 시도한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고, 지금까지도 핵심 경영지표로서 직원몰입을 다루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다. 정말로 직원몰입은 기업의 성공을 이끌 수 있을까? 창의성 연구의 석학으로 알려진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테레사 M. 아마빌레(Teresa M. Amabile)와 동기부여/생산성 분야 연구자이자 브랜다이스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스티븐 크레이머(Steven Kramer)의 연구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Amabile & Kramer, 2007). 이들은 3개 산업군, 7개 기업에 소속된 임직원 238명에게 매일 일과가 끝난 후 자신의 생각과 감정, 동기부여 상태 등을 기록하고 제출토록 했다. 이렇게 모은 약 1만 2천여 건의 기록을 심층 분석한 결과, 직원이 긍정적인 마음 상태로 몰입하는 것은 창의적인 성과와 연관이 있음이 발견됐다. 미국의 유통기업 Sears를 대상으로 한 현장연구를 통해 개발된 직원-고객-이익 사슬 모델(The employeecustomer-profit chain)에 따르면, 직원몰입 수준이 5% 향상되는 경우 고객의 만족도가 1.3% 개선되며, 이는 결국 약 0.5%의 매출액 성장률 증가로 이어진다(Rucci, Kirn, & Quinn, 1998).직원몰입과 기업 성과와의 실증적 관계를 제시한 자료로써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은 아마도 국제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의 ‘Gallup Q12 meta-analysis’일 것이다(Gallup, 2020). 최근 자료는 2020년에 발간된 10차 보고서인데 전 세계 96개국, 54개 산업, 270만 명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분석결과를 담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들이 몰입하면서 나타나는 기업 차원의 긍정적인 성과는 총 11가지[직원웰빙(0.57), 고객충성도(0.20), 생산성(0.15), 수익성(0.10), 조직시민성(0.08), 안전사고(-0.43), 결근율(-0.27), 품질결함(-0.21), 안전사고(-0.15), 이직률(-0.12), 도난손실(-0.09)]로 나타났다.특히 직원몰입이 높은 조직은 낮은 조직과 비교했을 때 고객충성도가 10%, 수익성이 23%, 생산성이 18%, 직원웰빙이 66%, 조직시민성이 13% 더 높았고, 반대로 이직률은 31%, 결근율은 81%, 도난손실은 28%, 안전사고는 58%, 품질결함은 41% 감소했다. 이와 같이 다양한 사례와 연구, 조사 결과는 직원들의 몰입이 기업의 성공과 성과에 핵심적인 기여를 한다는 점을 일관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직원들이 경험하는 직원몰입 경험에 ‘몰입’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대한민국 기업 현장은 어떨까? 우리나라 직원들이 몰입하는 경우에도 긍정적인 성과를 생각해 볼 수 있을까? ‘2023 한국인력개발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중앙대학교 휴먼인게이지먼트 연구소가 공개한 조사 결과를 살펴보자(송해덕 등, 2023b). 해당 연구소는 국내 11개 산업군, 210개 민간기업, 1,713명이 참여한 ‘인적자원 몰입패널’ 조사를 진행하고, 대규모 DB를 통해 한국형 직원몰입(송해덕 등, 2023a; Song et al., 2022)과 다양한 성과와의 실증적 관계를 규명한 바 있다. 먼저, 해당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 직원들의 몰입 수준이 높으면 높을수록 직무성과가 분명하게 증가하는 선형적 관계를 보여줬다. 직원몰입의 가장 직접적인 결과로써 ‘성과’의 향상이 실증적인 데이터로 확인된 것이다. 몰입 수준이 높은 직원은 자신의 업무에 열정적으로 임하며 목표 달성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통해 업무성과를 극대화한다. 대한민국 기업 현장에서도 직원몰입은 성과를 담보할 수 있는 핵심적인 요소인 것이다.직원몰입의 중요한 가치는 직접적인 업무성과 외에도 기업의 성과와 성장의 원천이 되는 다양한 무형적 성과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 우리가 추가적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직원몰입이 구성원들의 혁신적인 업무행동(혁신행동), 동료와의 협력 및 이타적인 사회적 행동(친사회적행동)을 모두 향상시킬 뿐 아니라, 심지어 해당 직원의 다른 조직으로의 이탈(이직의도) 가능성을 낮춘다는 것이다. 현재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은 기술 혁신과 디지털 전환의 고비를 지나고 있다. 이에 일하는 방식이 급격히 변화할 것이라는 사실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앞으로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형태의 업무보다는 창의적 혁신과 전략적 판단을 요하는 업무가 주를 이룰 것이며, 따라서 일에 대한 혁신적 수행능력과 함께 협력과 조정 역량을 지닌 핵심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그 어떠한 경영전략보다 우선시 될 것이다.‘New Wave: AI와 빅블러 시대의 인재혁명’이라는 주제로 열린 ‘2023 글로벌인재포럼’에서도 화두는 단연 ‘인재 확보 및 관리 전략’이었다. 국내 300여 기업의 HR 의사결정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53%는 ‘인재 확보 및 유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한국경제, 2023). 앞선 결과가 우리에게 특히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직원몰입이 미래형 인재 확보에 있어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직원의 몰입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업무에 대한 혁신성과 친사회적 행동 수준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해당 직원들의 조직 이탈 가능성까지 낮춘다니 그야말로 일석삼조가 아닐 수 없다.슬랙(Slack)이 우리나라 기업 포함 9개국 기업의 18,000여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글로벌 설문조사 보고서 ‘2023 State of Work’에 따르면(Slack, 2023),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하는 방식 변화를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팬데믹 이전보다 오히려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응답한 직원에게서 나타난 공통적인 특성은 바로 높은 수준의 직원몰입이었다. 특히 전체 응답자 중 대다수인 82%가 ‘직장에서 느끼는 몰입도가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핵심 동력’이라고 답한 점은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이 확대되는 현 상황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인적자원관리 및 개발 전략은 과연 무엇인지 명확하게 말해주고 있다. 이제 우리에겐 직원몰입이 기업의 성공을 달성하기 위한 충분조건이 아닌 필요조건임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직원들이 매일 경험하는 몰입에 주목하고 진정성 있는 개선과 관리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그야말로 성공하는 기업의 방정식을 풀 수 있는 해답을 얻은 것과 다름없을 것이다.[참고 자료]송해덕, 홍아정, 조윤성. (2023a). 관계중심 직원몰입 척도 개발 및 타당화. 교육학연구, 61(4), 31-66.송해덕, 홍아정, 조윤성. (2023b). 대한민국 근로자의 직원몰입을 조망하다: 인적자원 몰입패널 구축과 진단 결과. 2023 한국인력개발학회 춘계학술대회 발표자료집, 355-368.한국경제. (2023). “위계질서 강한 韓기업…글로벌 인재 모시려면 사내문화 바꿔라”.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110289741에서 인출Amabile, T. M., & Kramer, S. J. (2007). Inner work life. Harvard Business Review, 85(5), 72-83.Gallup. (2020). Gallup Q12 meta-analysis. Retrieved from https://www.gallup.com/workplace/321725/gallup-q12-meta-analysis-report.aspxRucci, A. J., Kirn, S. P., & Quinn, R. T. (1998). The employee-customer-profit chain at Sears. Harvard Business Review, 76(January/February), 82-98.Song, H. D., Hong, A. J., & Jo, Y. (2021). Development and validation of the Korean employee engagement scale. Human Resource Development International, 24(5), 533-557.Slack. (2023). 2023 State of work. Retrieved from https://slack.com/intl/ko-kr/blog/news/state-of-work-2023홍아정 교수중앙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동대학 사범대학장, 교육대학원장, 교수학습개발센터장, 커리큘럼혁신센터장직을 수행하고 있고, 한국인력개발학회, 한국성인교육학회, 한국평생교육학회 등에서 부회장, 위원장, 편집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성인학습과 리더십 그리고 조직개발을 주제로 강의와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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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준하 발행인 메시지] 인공지능 시대, 인적자원개발은 인간본성 개발
인적자원개발을 AI 시대의 인본주의 차원에서 새롭게 고찰하면 인간본성(Human Nature) 개발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존재입니다. 이것이 다른 모든 생물체와 비교되는 인간만의 보편성이며, 이것을 우리는 영성(Spirituality)으로 표현하고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합니다.인적자원(Human Resource)의 요소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본성과 사회적 요구능력인 지식과 기술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본성은 존엄성 추구를 위한 선과 공동체 의식이라는 에센스를 말합니다. 그러므로, AI 시대의 인적자원개발은 개인의 지식이나 기술 향상에 앞서, 인간의 본성 즉, 선과 공동체 의식이라는 가치관 개발이 우선입니다. 이 가치관은 성과의 방향성이며, 지식과 기술의 효율을 좌우합니다.따라서, HRD는 지금까지 손끝의 잔재주에 지나지 않는 지식·기술교육에서 바람직한 가치관 형성을 위한 인간본성 개발 중심으로 새롭게 전개되어야 합니다.엄준하 박사 / 본지 창간발행인 / 한국HRD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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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경 박사] HRD전문가를 위한 단계별 설계 전략
플립러닝 설계 전략은 단계별 프로세스 중심으로 진행되기 쉽다. 그러나 이번에는 플립러닝의 특징적 요소를 우선 고려하고 이를 각 단계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설계해보자. 해당 요소는 ‘개인적 특성·경험·성취 반영하기’, ‘학습자 주도성 유도하기’, ‘학습자 사고과정 개입하기’, ‘학습자 자신에 집중하기’다. 이를 통해 개인의 수준과 요구를 파악하고 개인마다 주관적 경험과 성취를 경험하게 하여 학습자 주도성을 높이고, 고차원 학습 목표 도달을 위해 학습자 사고과정에 개입하는 다양한 학습자 경험 활동을 구성해볼 수 있다. 또한, 학습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완숙시키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습자가 자신에게 집중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플립러닝은 프로세스 중심 모델일까? ‘그렇다’라고 답했다면 이번에는 생각을 달리해보면 어떨까? 보통 플립러닝 설계를 생각하면 사전-본-사후학습 단계에 따른 활동전략을 우선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공식과 같은 절차에 따르다보면 새로운 설계를 기대하기 어렵다. ‘학습조직’이 5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지만, 정형화된 절차는 없어 설계자에 따라 자유롭게 기획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번에는 기존의 절차 중심 설계 방식 대신, 플립러닝을 ‘플립러닝답게 거꾸로’ 만든 특징적 요소를 각 단계에 적용해보는 방식으로 설계해보자. 학습조직처럼 플립러닝도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설계가 가능하다. 각 단계에 앞서 고려할 요소는 ‘개인적 특성·경험·성취 반영하기’, ‘학습자 주도성 유도하기’, ‘학습자 사고과정 개입하기’, ‘학습자 자신에 집중하기’다. 이를 어떻게 적용할지 단계별로 검토해보면 다음과 같다. "창의적이고 자유롭게 플립러닝을 설계하고자 한다면모든 단계에서 ‘개인적 특성·경험·성취 반영하기’,‘학습자 주도성 유도하기’, ‘학습자 사고과정에 개입하기’, ‘학습자가 스스로에게 집중하기’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사전학습(Pre-Class) 설계 전략: 개인적 특성·경험·성취 반영 및 학습자 주도성 유도하기사전학습 단계는 개인적 특성을 최대한 반영하기에 좋다. 개인적 특성에선 지식수준 차이 외에도 개인이 지닌 가치, 관심사, 요구를 포함할 수 있다. 개인적 특성을 최대한 반영해야 하는 이유는 본학습 참여 때문이다. 사전학습 단계의 개인별 학습은 학습자 간 지식 차이를 좁혀 본학습에 어려움 없이 집중하게 한다. 그러나 비슷한 수준의 지식을 갖췄다고 과연 본학습에 집중할지는 또 다른 문제다. 사전학습을 통해 학습자들이 동기부여되어 본학습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을 플립러닝의 장점으로 제시하지만, 실제로는 사전학습에 대한 동기부여부터 쉽지 않다는 고민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개인 맞춤형 학습이 되도록 사전학습을 설계해야 한다. 같은 학습 콘텐츠라도 누구에게는 좋은 내용이, 다른 누구에게는 의미 없는 내용이 될 수 있다. 개인 맞춤형 학습이 되려면 개인의 수준과 요구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개인의 주관적 경험과 성취를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개인적 경험과 성취는 자신감과 관심을 높여 학습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한다.그렇다면 어떻게 개인의 주관적 경험과 성취를 설계할까?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개인마다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 설정과 피드백이 필수적이다. 목표는 ‘주어지는 과정목표’와 다르며, 학습자 개인이 원하는 방향을 반영하여 성취에 대한 기대가 되어야 한다. 이때, 너무 쉽거나 너무 어렵지 않아 적절한 도전감과 긍정적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것이 좋다. 자율성 기반 스스로 설정한 목표라면 의미 있는 경험이 되므로 학습자 자신의 학습목표가 무엇인지 발견하게끔 하는 ‘학습목표의 자기설정·재진술’도 도움이 된다. 혹은 학습자가 설정한 목표, 관심과 수준에 따라 사전학습 콘텐츠와 범위를 선택·변경하도록 유연하게 운영해볼 수도 있다. 설계자와 교수자는 그러한 학습목표를 학습자가 따르며 벽에 막히지 않았는지 진단하고 피드백을 제공한다. 피드백은 간단하더라도 목표와 관련된 핵심 내용과 관심에 대한 초점을 확인하여 적시에 상기시키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사전학습 방법으로 진단과 과제를 포함한 온라인 영상 수강이 많이 활용되고 있으나 개인의 관심에 따라 정해진 영상 외 자료도 활용하게 하거나, 온라인 게시판을 활용한 의견 공유나 토론 등 소셜러닝으로 학습자 간 상호작용이 실제로 이뤄지도록 한다.본학습(In-Class) 설계 전략: 학습자 사고과정 개입하기본학습에선 학습자가 고차원 학습목표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사고과정을 경험하도록 설계한다. HRD 교육활동에서 중요한 것은 학습자의 지식 습득 자체보다 현장 실무와 지식의 결합, 스킬과 마인드 변화와 확장을 통한 현장 전문가와 리더 육성이다. 지식 획득은 평가 검증을 통해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으나, 지식과 스킬을 체화하는 과정과 마인드 변화는 학습자 내부에서 일어나게 되므로 외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본학습 단계에선 학습자의 경험습득이 가능한 활동 중심으로 학습을 구성하도록 강조한다. 경험은 개인적 특성을 반영한 사전학습과도 연결되도록 하며, 실제 조직환경처럼 팀/그룹활동을 통해 스킬과 마인드가 드러나는 맥락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로, 사전학습에서 리더십 갈등 혹은 의사결정 딜레마 상황을 사례로 제시하고, 각자의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하도록 했다면 본학습에선 실제 체험을 할 수 있는 활동을 수행한다. 맥락을 설정하여 리더와 구성원 간 다이내믹스나 의사결정 딜레마를 체험한다면 학습자는 실제와 비슷한 상황에서 판단하고 행동하고 그 결과를 논의하면서 유용한 경험을 쌓을 것이다.학습자의 사고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다른 좋은 방법은 학습자 간 그룹활동을 통해 지식과 관점의 융합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예로서,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 관련 주제라면 사전학습에서 하나의 주제에 대해 학습팀마다 각기 다른 사례를 학습하고, 본학습에서 학습한 내용을 나누는 것이다. 모든 학습자가 사례를 해석하는 관점을 차례로 각 팀 상황에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융합적 지식과 관점을 본학습 과정에서 도출할 수 있다. 만약 본학습을 단순하게 설계해야 한다면 교수자의 세심한 상호작용 대화로도 학습자 사고과정 개입이 가능하다. 교수자는 사전학습 단계에서 밝혀진 학습자의 관심과 요구, 학습자가 사전학습 활동과 결과로써 겪은 어려움, 앞으로 진행할 학습에서 제공돼야 할 것에 대해 이해하고, 본학습에서 학습자의 의문과 문제를 충분히 다뤄준다. 명확한 학습자 이해에서 출발한다면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활동이나 생각을 일으키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사후학습(After-Class) 설계 전략: 자신에 집중하기사후학습 단계는 액션플랜 작성 및 사후활동을 보고하는 형식으로 간단하게 운영되거나 생략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후학습에 포함해야 할 활동으로 무엇이 필요할까?이전 단계의 활동들이 강제성을 띠고 있었다면, 사후학습 단계는 습득한 것을 자기 것으로 온전히 만드는 과정이다. 따라서 새롭게 습득한 행동과 생각이 자신의 것이 되도록 반복적인 과정을 겪으며 그 과정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성찰(reflection)이 있다.성찰은 자신의 행동, 생각, 그 바탕에 있는 자신에 대한 개념적 틀을 변화시킨다. 플립러닝에서 성찰에 필요한 경험은 앞 단계에서 이미 충분히 제공했으므로 사후학습 단계에서의 성찰은 경험을 ‘완숙시키는 과정’과 같다. 사후학습은 학습 내 종속된 학습활동이기보다는 학습 자체에서 벗어나 학습자가 자신에 집중하는 시간이 되도록 설계한다. 성찰의 방법으로는 일정 기간 꾸준한 자기 기록이 있다. 의사결정과 관련한 주제였다면, 매일 혹은 주마다 있었던 의사결정 관련 업무 상황에서 자신의 판단과 그 영향을 담담히 기록하고 스스로 돌아보게 하면 된다. ‘학습활동’에서 ‘나’로 중심이 이동하는 순간이다. 수많은 교육모델과 학습이론에서 성찰은 변화를 이끈다고 알려져 있듯, 성찰을 통해 이 순간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난다.지금까지 살펴본 특성들은 특정 단계에만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해당 단계에서의 주안점일 뿐 모든 단계에서 함께 고려돼야 할 것이다. 또한, 단계별 활동 설계는 과정에서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 수준에 따라 천차만별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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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현 교수] 디자인 씽킹을 만나다
디자인 씽킹은 충족되지 않은 고객의 요구를 이해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팀 기반 문제해결의 강력한 프로세스다. 그 과정에서 개념 개발, 응용과 창의성, 프로토타이핑 및 실험을 포함하는 혁신적인 활동이 수행된다. 따라서 디자인 씽킹 접근 방식을 비즈니스에 적용하면 혁신의 성공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특히 교육혁신 도구로서의 디자인 씽킹은 그 안에 담긴 마인드셋, 철학적 지향점이 오늘날 교육의 문제를 혁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필자는 기고문을 통해 ‘왜 디자인 씽킹인가’, ‘디자인 씽킹의 마인드 셋팅’, ‘디자인 씽킹의 절차적 개념’, ‘HRD에서의 디자인 씽킹 적용 해법 찾기’ 등을 다뤄보고자 한다.---4차 산업혁명을 선언한 것으로 유명한 클라우스 슈밥은 기술 발전에 따른 세상의 변화를 “세계에서 가장 큰 택시 기업인 우버는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가 없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미디어인 페이스북은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으며,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소매업체인 알리바바는 물품 목록이 없고, 세계에서 가장 큰 숙박 제공업체인 에어비앤비는 소유한 부동산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아이디어가 혁신의 근간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피플인사이트에서는 ‘이제는 디자인 씽킹 시대’라는 글을 통해 사용자 경험, 특히 정서적 측면에 초점 맞추기(Focus on user’s experience, especially their emotional), 프로토타입을 활용해 가능한 해결책 모색하기(Use prototypes to explore potential solutions), 그리고 실패를 관대하게 바라보기(Tolerate failure) 등을 그 배경으로 제시했다.글로벌 기업인 구글(Google), 애플(Apple), 에어비앤비(Airbnb) 등은 한발 앞서 디자인 씽킹을 도입해서 활용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삼성, LG 등 대기업에서 디자인 씽킹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디자인 씽킹은 공감과 이해, 창조와 혁신, 협력과 배려,실패를 통한 성장을 구현하는 팀기반 문제해결 프로세스다.디자인 씽킹에 담긴 마인드셋과 철학적 지향을 이해하면오늘날 교육의 문제를 혁신할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미국 하버드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발간하는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19년 3-4월호에는 ‘디자인 씽킹을 주도하는 올바른 길(The Right Way to Lead design thinking)’이라는 주제로 특집 기사가 실렸다. 해당 기사는 디자인 씽킹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이끌어 나가야 할 리더들을 위한 조언을 담고 있다.1990년대에 설립된 IDEO는 스탠퍼드 대학교의 Hasso-Plattner 디자인 연구소 또는 ‘d.school’(IDEO의 창립자 David Kelley도 공동 창립한)과 함께 2000년대와 2010년대에 걸쳐 디자인 씽킹 프로세스를 세계에 널리 전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협업과 연구에 대한 방법론의 초점은 수십 년 전에 유행했던 운동인 인간공학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지만, 디자인 씽킹은 미국 문화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던 오바마 시대에 집단적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MIT, Harvard 같은 대학교와 General Assembly 같은 교육기관에서는 코스와 학위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디자인 사고를 가르치는 것이 기업이나 재단에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것만큼 수익성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왔다.MIT는 2022년 2월에 경영자 교육 프로그램(일주일 6시간-8시간, 3개월 온라인 과정)을 열었고,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교도 ‘창의성, 문제해결, 디자인 씽킹(Creativity, Problem Solving and Design Thinking)’을 다루는 온라인 과정을 2022년 2월 24일에 오픈하여 6주간(일주일 6시간-8시간) 실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아이디어 창출과 개발에 구조적으로 접근하며 학습자들의 창의적 스킬과 창의적 자신감을 집중적으로 계발한다고 한다.즉 디자인 씽킹은 창조적인 기술, 방법 및 사고방식을 사용하여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도식화해보면 바람직함(desirability), 타당성(feasibility), 실행가능성(viability)의 교집합에서 솔루션을 찾는다.MIT Technology 리뷰의 ‘Design thinking was supposed to fix the world. Where did it go wrong?’, 우리말로 풀어내면 ‘디자인 씽킹은 세상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되었다.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했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보면 디자인의 민주화를 약속했던 접근 방식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왔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제시하기도 한다.Dennis Hambeukers는 ‘The one thing that is missing from design thinking is ownership(디자인 씽킹에서 놓치고 있는 한 가지는 소유 의식이다)’라는 글에서 Gartner의 Hype Cycle을 제시했는데 디자인 씽킹을 계몽의 경사를 오르고 마침내 생산성의 고원에 도달하기 위해 환멸의 골짜기를 거쳐야 하는 도구, 기술이라고 봤다. 그는 디자인 씽킹이 기존의 문화와 조직, 잘못된 적용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안정적인 혁신 도구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부풀어진 기대의 정점에서 환멸의 골짜기를 거쳐서, 보다 성숙한 단계인 ‘지속가능한 모델’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는 것이다. 이는 디자인 씽킹이 지향하는 문제해결방법론에 사람과 고객을 최우선으로 보는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최신판에 실린 ‘왜 디자인 씽킹을 학습하는가?(Why Design Thinking Works?)’라는 Jeanne Liedtka의 기고문은 혁신을 위한 도전, 최상의 문제해결 솔루션, 낮은 위험과 비용, 디자인 구조의 탄탄함, 고객의 발견, 몰입과 집중, 감각적 실천(sense making), 아이디어 탐색, 테스트 경험 등을 키워드로 제시하고 있다.디자인 씽킹은 적어도 교육에서만큼은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작금의 교육 패러다임을 발전적으로 변화시키는 혁신적인 철학과 도구라는 점은 분명하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공감, 창조, 문제해결, 성장과 긍정의 마인드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한편 IDEO에서는 교육자를 위한 디자인 싱킹이라는 툴 킷을 개발하고 교육적인 혁신의 전략과 실천을 소개하고 있다. 이런 접근은 근래 들어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 씽킹과 교육, 교실, 대학교육에 이르기까지 그 연구와 출판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의미와 매력이 크고 남다른 까닭이다.다시 강조하면 교육에 디자인 씽킹을 적용할 경우 사람을 중심에 두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경험을 바탕으로 마인드셋을 발전시킴으로써 공감과 이해, 창조와 혁신, 협력과 배려, 실패를 통한 성장을 구현할 수 있다.[참고 자료]Bason, C., & Austin, R. D. (2019). The Right Way to Lead Design Thinking. Harvard Business Review, 97(2), 82-+.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새로운현재(2016).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pninsight&logNo=221576950829https://www.technologyreview.com/2023/02/09/1067821/design-thinking-retrospective-what-went-wrong/https://medium.com/product-owner-notebook/the-one-thing-that-is-missing-from-design-thinking-is-ownership-33c1f0a417d8https://hbr.org/2018/09/why-design-thinking-works최유현 교수충남대학교 사범대학 기술교육과 교수. 동대학 사범대학장/교육대학원장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Design Thinking, Problem Solving, Teamwork Leadership, Technology and Engineering Education이다. 200여 편의 논문과 100여 권의 책을 썼고, 와이즈에듀 디자인 랩 CEO(프로그램 디렉터)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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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진 교수] 글로벌 기업들의 HR 애널리틱스 활용 사례
HR 애널리틱스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비즈니스 임팩트’다. 즉 ‘비즈니스에 가치를 전달하고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단순히 HR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또한, 단기적이고 일회적인 HR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가 아닌, 장기적으로 여러 관점에서의 분석들이 다양하게 시도되는 과정에서 비로소 HR 애널리틱스의 가치가 발현된다. 그렇다 보니 의미 있는 HR 애널리틱스 사례는 대부분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혹은 해당 조직에서 고민하는 비즈니스 문제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어떻게 해결해 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비즈니스에서 HR 애널리틱스의 진정한 가치는장기적으로 여러 관점에 기반한 분석들이다양하게 시도되는 과정에서 비로소 발현된다."---어떤 직원의 퇴사 가능성이 높은가?: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크레디트 스위스는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유럽 내 손꼽히는 투자은행이다. HR 애널리틱스 분야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하던 초창기인 2015년, 이 회사에서는 어떤 직원들이 향후 이탈할 가능성이 높고, 특히 어떤 요인이 이를 촉진하는지를 파악하는 분석을 수행한 바 있다. 해당 분석 결과는 각 부서의 리더들에게 전달됐고, 부서장은 각 팀에서 핵심인재 역할을 수행하지만 이탈가능성이 높은 직원들에 대하여 사전에 컨트롤 가능한 이직 요인을 관리함으로써 기업의 인재유지율을 높이고 핵심인재 이탈 및 추가 채용에 따른 비용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여기서 ‘컨트롤 가능한 이직 요인’이라 함은 부서 내 업무 할당량 조정을 통해 스트레스를 경감시킨다거나, 직원의 스킬과 관심에 걸맞은 업무로 업무재배치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직원 개인의 가정사와 같은 외부 요인은 실제로 이탈가능성에 영향을 크게 미치더라도 기업에서 원천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요인이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이 과정에서 ‘고高’성과 집단에 포함되어 있지만 이탈가능성이 높은 직원들을 별도로 모아 기업에서 스킬 재교육을 시행하는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하였다. 이를 통해 크레디트 스위스는 연간 약 $7,000만(약 900억 원)에 해당하는 비용을 사전에 절감하는 효과를 내었다고 밝힌 바 있다.어떻게 직원 감소 현상을 막을까?: 닐슨(Neilsen)크레디트 스위스와 비슷한 사례로 닐슨은 매년 직원감소율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현상에 주목하고 HR 데이터 분석으로 이를 방지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한 바 있다. 닐슨은 직원감소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음에도 원인 파악이 명확히 되지 않고 있었다. 특히 내부 핵심인력 공백을 막고자 외부 인력 충원을 임기응변식으로 하고 있었다. 이때 닐슨은 HR 애널리틱스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다음의 세 가지 질문을 탐구·분석하고자 하였다. 첫째로 ‘닐슨의 기존 직원들이 계속해서 더 이탈하려는 요인은 무엇인가?’, 둘째로 ‘그러한 요인에 대해 우리 회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셋째로 ‘직원들의 이탈에 따른 손실을 수치화할 수 있는가?’였다. 위 관점에서 닐슨은 지난 5년간 퇴사한 약 1,600명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연령, 성별, 근속기간, 리더십 평가 등 연관성이 높은 요인들을 도출하였고, 특히 직원감소에 유의미하게 영향을 주는 세 가지 요인을 도출하였다. 각각 ‘조직 내 부서 이동’, ‘고객 현장에서의 근무’, ‘근속연수(특히 입사 1년 이내)’였다. 닐슨은 요인들 중 조직 내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제도 실행을 통해 자발적 퇴사율을 48%가량 줄일 수 있음을 분석과정을 통해 도출하였다. 또한, 조직 내 수평적 이동을 장려함으로써 핵심인재 120명 중 40%가 실제로 타 부서로 이동하였고, 이들의 향후 6개월 이내 퇴사율은 0%였다. 조직 전체적으로 수평적 조직 이동에 참여한 직원 수는 전년 대비 80% 증가하였고, 동기간 직원감소율은 50% 이상 감소하였다. 이는 해당 프로젝트를 운영한 팀에서 분석한 바에 의하면 전체 비즈니스 관점에서 약 120억 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는 수준이었다.직원교육이 효과가 있긴 한 걸까?: 네덜란드의 FMCG 리테일네덜란드의 한 FMCG(Fast-moving consumer goods, 소비재) 기업은 직원들에 대한 기업의 교육이 실제로 기업 비즈니스 성과에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A/B test를 통해 분석한 바 있다.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는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매장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업을 하고있다 보니, 실제로 고객을 상대하는 매장 내 직원들의 역량 수준이 매우 중요했다. 그래서, 해당 기업에서는 매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꾸준히 해오고 있었다. 고객을 직접 대면해서 상대하는 직원들에 대한 서비스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은 기업 내 리더들이 모두 알고 있는데, 실제로 이러한 교육이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한 검증이나 데이터는 전무했다. 이에 해당 기업에서는 비슷한 매출 수준을 보이는 몇몇 지역 매장을 A그룹과 B그룹으로 카테고리를 나누어 한쪽 그룹에만 직원 교육을 실행한다든지, 혹은 해당 그룹에 각기 다른 교육 과정을 시행하고 그에 따른 지역 매장의 매출 변화를 트래킹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그 결과, 해당 분석 프로젝트를 수행한 첫해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별도의 교육을 실행한 지역 매장의 매출과 해당 교육에 투자한 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약 400%에 가까운 ROI(Return on Investment)가 발생함을 데이터 분석결과 수치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기업은 비슷한 매출이 발생하는 서로 다른 매장 그룹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다양한 교육을 의도적으로 시행함으로써 교육프로그램에 따른 ROI를 추정하고 산출할 수 있었고, 이를 기업 전체적으로 교육과정을 기획할 때 유용하게 참고할 수 있게 되었다.직원몰입도 조사 결과가 비즈니스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 걸까?: 쉘(Shell)1907년에 영국과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다국적 석유회사인 쉘은 전 세계적으로 석유화학 분야를 이끌어 가고 있는 선도주자 중 하나이다. 쉘에서 시행했던 여러 HR 애널리틱스 프로젝트 중 하나는 연례로 조사하는 직원들의 몰입도(engagement) 결과가 쉘의 비즈니스 성과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를 수치화해보는 것이었다. 석유화학 산업 특성상 업무 과정에서의 안전(safety)이 매우 중요했던 쉘은 안전과 관련된 각종 데이터 지표들을 종합하여 성과지표 번들(bundle)로 구성한 후, 직원몰입도 조사 수치의 변화와 성과지표 번들 수치의 변화가 어떤 연관 패턴이 있는지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직원몰입도 수치의 1% 상승은 안전과 관련된 가장 핵심적인 지표인 ‘(장부에 기록해 둘 만한 규모의) 사건사고 발생 빈도수’를 약 4% 가까이 줄인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누구나 당연히 안전이 중요한 요인이고 쉘의 비즈니스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지표가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는 몰랐는데, 이를 수치화하여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쉘에서는 이를 토대로 각 성과지표 중 안전 관련 요인들을 추가로 분석하였는데 그로써 직원몰입도에 대한 투자가 어떤 요인들에 더 혹은 덜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이재진 교수영국 리즈대학교 비즈니스스쿨 Research Fellow(연구교수). HR/People Analytics를 연구하면서, Data Analytics and HRM 석사과정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양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이랜드그룹에서 전략기획 컨설팅과 HR 업무 전반을 수행했다. 이후, 영국 엑시터(Exeter) 대학에서 경영학 준석사 및 HR 석사 학위를 받고, 리즈(Leeds) 대학교에서 HR/People Analytics 박사(Ph.D.) 과정을 수료했다. '데이터 기반의 HR (data-driven HR)'에 관심 있는 조직/기업에 강의, 자문, 컨설팅 등을 수행하고 있고 2020년에 『비즈니스파트너, HR 애널리틱스』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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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정 교수] AI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인간의 역량을 평가하는 활동은 인재들을 영입하고 그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능력 향상을 돕는 HR의 핵심 영역이다. 문제는 키나 몸무게를 재는 것과 달리 HR에서 측정하고자 하는 인간의 능력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어떤 검사 도구로 능력을 측정·평가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신뢰도 높고 타당한 검사 도구를 활용하여 HR에서 추구하는 목적에 맞는 측정·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적인 작업이며, 이때 생성형 인공지능(AI), 자연어처리(NLP) 등의 기술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다만 검사 도구의 신뢰도와 타당도는 AI를 쓴다고 해서 저절로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과 AI를 통해 도출되는 결과의 형평성을 확인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회사에서 채용하고 싶은 인재는 어떤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할까? 재직자 교육을 통해 업스킬링(upskilling)하고 싶은 역량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OECD, World Bank 등은 미래 사회의 인재에게 필요한 역량을 ‘21세기 역량’ 으로 개념화했으며 비판적 사고능력, 문제해결능력, 협업 능력(인간과의 협업뿐만 아니라 기계와의 협업도 포함) 등을 핵심역량으로 꼽았다. 이와 같이 어렵고 복잡해 보이는 역량을 진단하는 평가 시스템을 개발하고,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해당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검증하는 것은 최근 전 세계 교육 연구에서 주요 분야로 다뤄지고 있다.---문제해결능력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자. 현업에서 개인적 또는 협력적 문제해결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오히려 채용 프로세스, 인사평가, 재직자 교육에서 임직원의 문제해결능력을 평가하고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입을 검토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많을 것이다. 실제 전 세계 만 15세 학생들의 읽기, 과학, 수학 영역에서의 학업성취도를 비교하는 시험인 PISA는 2015년에 협력적 문제해결능력(collaborative problem-solving) 평가를 시도했고, 16세-65세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인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도 주기마다 문제해결능력을 주요 영역으로 평가하고 있다."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의 역량을 진단하는 시스템을 만들고,그에 기반해서 역량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을 설계하고,이 시스템과 프로그램의 신뢰도와 효과성을 검증하는 것은최근 전 세계 교육 연구의 주요 분야로 다뤄지고 있다."이와 같은 문제해결능력을 측정·평가하는 과정에서 가장 처음으로 이뤄지는 작업은 ‘과연 문제해결능력이란 무엇인가? 우리 회사에서 요구하는 문제해결능력의 하위요소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와 같이 구인을 정의하고 구체화하는 것이다. 이때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최근 연구의 동향을 파악하고, 익숙하지 않은 다른 분야에서의 새로운 관점을 접해보는 작업 등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할루시네이션에 유의해야 하며, 특히 학문적으로 엄밀한 규정을 요구할수록 더욱 생성형 AI가 제시한 결과물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두 번째로 이뤄져야 하는 작업은 위에서 규정한 문제해결능력의 정의에 따라 검사 도구의 문항을 만들고 검사를 설계하는 것이다. 이때 문항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하면 인간 문항개발자에만 의존하는 것보다 문항을 효율적으로 많이 생성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된 분야는 ‘automatic item generation(AIG)’이라고 불리는데, 자연어처리 기술과 더불어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으며, 듀오링고 등의 기업에선 이미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구체적으로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통해 생성형 AI에게 특정 역할을 부여하고, 측정하고자 하는 구인에 대한 자세한 정의와 세부 요소를 입력하고, 이를 측정하기 위한 다양한 문항의 형태와 요건들을 제시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인간 문항개발자 몇 명에게 의존해서 문항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게 문제해결능력이 필요한 상황을 고려할 수 있게 되고, 그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행동을 포함한 혁신적인 형태의 문항들(게임 기반 또는 시나리오 기반)을 효율적으로 쉽게 생성해 낼 수 있게 된다. 다만, 자동으로 생성된 문항들의 내용적, 형식적 타당성과 관련해서는 인간 문항개발자들로부터 검수를 받는 작업이 여전히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셋째로 검사 도구가 개발되고 나면 이를 그대로 시행하여 점수 보고에 활용할 것이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하여 검사 도구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문제해결능력과 같은 역량은 키나 몸무게와 달리 눈으로 보고 수치를 가늠하거나 상대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잠재적인(latent) 구인이다. 또한, 키나 몸무게처럼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표준(센티미터/ft 또는 킬로그램/파운드)이 존재하지 않고, 특정 검사 도구를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즉, 우리가 잠재적인 능력을 측정·평가함으로써 얻어진 점수라는 것은 피험자의 능력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지만, 검사 도구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며, 그렇기에 언제나 측정오차(measurement error)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문제해결능력을 측정하는 검사 도구를 개발했다면 실제 현업에서 사용하기 이전에 해당 검사 도구가 신뢰할 수 있고 타당하다는 것을 데이터에 기반하여 검증할 필요가 있다.한국에서는 ‘어디 어디 출신 전문가가 만든 어떤 검사 도구’와 같은 마케팅 문구로 신뢰성과 타당성을 담보하는 척 하는 경우 또는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같이 실제 구인과의 관계가 의심스러운 세밀한 측정 외적인 조건까지 만족시켜야 하는 극단적인 경우를 만나기 십상이다. 오히려 TOEIC, TOEFL과 같이 공신력 있는 평가 도구들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과정인 실제 검사 도구를 파일럿 테스트 등을 통해 시행하고, 그로써 수집된 데이터에 기반하여 검사 도구의 특성을 ‘경험적으로(empirically)’ 검증하고 타당화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이때 사용되는 ‘경험적인’이라는 의미는 ‘나의 경험에 의하면~’에서 사용되는 일화적인 의미의 경험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데이터에 기반한다는 것은 해당 문항이 실제 어떤 사람들에게는 시행(노출)이 되어 문항의 난이도나 변별도 같은 정보를 파악하는 데 사용되었다는 것을 뜻한다.이와 같은 과정은 문제은행을 구축하여 컴퓨터 기반의 검사를 실시하거나 맞춤형 교육과정을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과정이며, 이때에도 AI 기술이 여러 방면으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자연어처리를 활용한 자동채점은 인간 채점자의 부담 및 채점에 걸리는 시간과 자원을 획기적으로 줄여주기 때문에 활용도가 매우 높은 기술이다. 다만, 자동채점 엔진 역시 기존 데이터를 토대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도는 물론이거니와 추가적으로 특정 성별이나 특정 집단 등에게 편향적인 결과를 도출하지 않는지에 대한 엄정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최근 거대언어모델에 기반한 자동채점이 보여주는 정확도는 놀랄만하지만, 여전히 실제 활용에 앞서 자동채점 결과가 보여주는 결과가 형평성을 만족하는지 점검할 필요는 남아있다. 또한, 경험적으로 데이터에 기반하여 추정한 문항 정보를 통해 문제은행을 구축하고 적응형 검사(adaptive testing)를 도입하면 측정오차를 줄일 수 있다. 짧은 시간 내에 보다 적은 문항을 통해 인간의 역량을 측정할 수 있다는 뜻인데, 이때 AI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수백 개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최적화된 검사 도구를 자동적으로 설계하는 automated test assembly(ATA)가 가능하다. 다만 AI 기술을 활용했다고 해서 검사 도구의 타당도와 신뢰도가 자동적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기에, 내용전문가, 평가전문가, 개발자 등의 협업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할 수 있다. 신효정 교수서강대학교 인문대학 교육문화연계전공 교수. 학부와 교육대학원에서 AI융합교육, 데이터과학, 빅데이터의 교육적 활용 등을 가르친다. 이전에는 Educational Testing Service(ETS)에서 7년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의 적응형 검사 설계, 자동 채점, 국제 비교에 관한 연구를 주도해 왔다. 현재 OECD, IEA, MACAT, 현대NGV,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과 협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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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덕 교수] 한국형 직원몰입에 주목하라
최근 직원몰입(Employee Engagement)에 대한 일선 기업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는 2023년 한 해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 실제로 사표를 내고 조직을 떠나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든지 직장을 떠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의미)’이라는 용어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할 만큼 직원들의 조직과 업業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많은 기업은 ‘어떻게 하면 조직 구성원을 효과적으로 조직과 업무에 몰입하도록 만들 것인가’에 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직원몰입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주요 방법 중 하나는 현재 직원몰입 수준을 진단하고 처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생각처럼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한계에 곧잘 마주치곤 한다. 우리가 직원들의 몰입을 진단하고 개입을 위한 전략을 개발하는 데 있어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김월간(가명)씨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일을 통해서 자신이 발전하는 느낌을 받는다. 비록 그는 매일매일 바쁜 일에 완전히 몰두하지만, 좀처럼 피곤하거나 지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때로 일을 하면서 난관에 봉착하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는 일에 대한 집요함과 끈기를 보인다. 일을 대하는 그의 모토는 다음과 같다. ‘일은 재밌다!’”직원몰입에 관해 국제적으로 저명한 학자인 Arnold B. Bakker는 몰입 수준이 높은 직원의 특성을 위와 같이 묘사한다. 실제로 다양한 연구와 보고서에서는 몰입되어 있는 직원의 경우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높고 주어진 목표 이상을 성취하고자 노력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몸담은 조직에 대해서 친사회적이고 헌신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날 다양한 기업이 직원몰입을 관리하고 개발하는데 사활을 거는 것은 직원몰입이 결국 조직의 성공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기업이 마주한 현실은 어떠한가? 국제여론 조사기관 갤럽이 전 세계 160개국 12만여 직원을 대상으로 직원몰입을 진단하고 정리한 보고서인 ‘State of the Global Workplace: 2023 Report(Gallup, 2023)’는 서두에서 ‘전 세계 직원의 대부분이 그야말로 조용한 사직 중’이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조사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전체 응답자의 59%가 자신의 직무에 몰입하지 않고 ‘조용한 사직’ 중이었다. 더욱이 18%는 이러한 조용한 사직을 넘어 ‘요란한 사직(loud quitting, 사직을 고려하는 직원이 자신이 속한 조직과 업무에 적극적으로 불만을 갖고 이를 행동으로 표출하는 것을 의미)’ 상태에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나머지 23%의 응답자만이 현재 자신의 일과 조직에 몰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슬픈 대목은 대한민국의 경우 이마저도 전 세계 평균의 절반에 못 미치는 단 12%만의 직원이 가까스로 몰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몰입 수준이 낮은 근로자로 인해 천문학적인 비용 손실이 발생하고 있음을 실증적인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해당 보고서는 우리에게 직원몰입 관리와 개발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주고 있다. 많은 기업에서 다양한 조직문화 개선 활동을 펼치고 있고, 인사관리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음에도 왜 직원들의 몰입 수준은 낮게 나타날까? 그리고 해결 방안은 무엇일까? 우리가 이 어려운 고차방정식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직원몰입이 무엇인지 이해해 볼 필요가 있다.사실 직원몰입의 개념은 이것을 연구하는 연구자 수와 같다고 할 정도로 다양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살펴보고자 하는 직원몰입은 자신이 맡은 업무와 소속된 조직과 관련하여 활동적이고 긍정적인 심리적 상태를 의미한다(Saks, 2022; Shuck & Wollard, 2010). 일선 현장에서 직원몰입과 관련하여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부분은 직무만족(Job satisfaction)과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만족이란 기대와 욕구 사이의 충족 상태를 의미하며, 따라서 직무만족이란 보통 직원이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 충족된 상태를 말한다. 알려진 바로는 직무만족 수준이 높을수록 조직에 잔류하려는 경향이 높아지며, 이에 그동안 많은 기업이 조직 구성원의 직무만족도를 높이는 것을 인사관리의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이를 위한 평가, 보상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해 왔다.우리가 냉정하게 살펴봐야 할 것은 ‘과연 직무에 만족하는 구성원이 조직의 성장과 혁신에 도움이 되느냐’ 여부다. 직무만족이 높은 조직 구성원이 스스로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조직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면 이것은 과감히 버려야 할 것이다. 직원몰입은 자신의 직무와 조직에 깊이 관여하고 헌신함으로써 보다 성과 지향적인 자세를 갖추는 것을 의미하며 이런 특성이 직무만족과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이다(Forbes, 2019). 실제로 직무만족도가 높은 직원과 낮은 직원 사이의 업무성과가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직원몰입도가 높은 직원과 낮은 직원 사이의 업무성과가 크게 차이 나는 현상은 직무만족과 직원몰입의 특성 차이에 기인한다(Gallup, 2022). 그런 의미에서 우리 조직은 과연 직무에 대한 만족을 관리할 것인지 아니면 직원몰입을 관리할 것인지 곰곰이 따져봐야 할 것이다.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직원몰입에 관심을 두고 진단 및 관리를 하는 기업의 다수가 갤럽社의 Q12(또는 GWA로 알려진) 직원몰입 진단도구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Q12는 직원몰입을 직무만족과 중첩된 개념으로 보고 이를 진단하기 때문에(Shuck, 2011), 해석에 더욱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그렇다면, 대한민국 기업의 직원몰입을 체계적으로 진단하고 개발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일까? 우선 한국 기업만이 가진 직원몰입 특성을 규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직원몰입은 그것이 발현되는 조직의 문화나 풍토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Byrne, 2015). 예를 들어 전 세계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직원몰입 진단도구를 국내 기업에 적용하였을 때는 진단결과의 신뢰성과 타당성이 매우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한국적 상황에서의 직원몰입을 새롭게 조명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번에 새롭게 개발한 한국형 직원몰입(송해덕 등, 2023; Song et al., 2022)은 우리나라 기업의 고유 문화와 풍토를 반영한 직원몰입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한국형 직원몰입이 기존 직원몰입과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개인의 직무 차원에서만 논의되어 오던 기존의 직원몰입 관념을 관계 차원까지 확장했다는 데 있다. 직원몰입의 관계적 특성에 대해서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조직과 근로자의 관계다. 오늘날 더 이상 전통적인 관점의 조직과 직원 간 심리적 계약이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 그것의 결과로서 조용한 사직과 조용한 해고의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불편한 관계를 건설적으로 만들 수 있는 윤활제가 바로 일의 목적(purpose)에 대한 고찰일 것이다. ‘회사를 위해 일하라’는 명제는 힘을 잃었다. 대신 ‘자율성을 갖고 자기 자신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되, 조직의 목적에 부합하고 의미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해졌다. 최근 글로벌 회사에서 CPO(Chief Purpose Officer)라는 직책을 새롭게 만들면서 조직의 존재 목적을 전파하고, 조직과 직원의 성공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활동을 활발하게 추진하는 것은 이러한 새로운 조직과 직원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직원이 기업의 존재 목적에 대한 강력한 신뢰를 갖게 되어서야 비로소 조직의 비전과 철학의 경계 안에서 자신의 성공과 회사의 목적을 연계해 가며 전문가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특성이 한국형 직원몰입에서는 관계 차원 중에서도 인지적 몰입의 형태로 고려될 수 있다.관계와 관련하여 또 한 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조직에서의 우리성(We-ness)에 관한 것이다. 최근 플랫폼노동자 등 다양한 형태의 업무수행이 나타나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대부분의 조직에서 이뤄지는 업무는 단독으로 수행되지 않으며 직원과 직원이 다양한 관계를 맺으면서 처리된다. 업무수행을 매개로 상사 및 동료들과 맺는 밀접한 관계는 해당 직원이 자신의 일과 조직에 몰입하도록 만드는 중요한 자원이다. 직장인 10명 중 8명이 ‘일보다 사람이 싫어 회사를 떠난다(동아일보, 2019)’는 조사결과는 직원이 자신의 일과 조직에 몰입하려면 관계적 측면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고 있다. 자신의 일과 관련된 상사 및 동료와의 긍정적인 정서 교류와 행동적인 관계 구축은 개인을 존중하면서도 집단 응집성을 높일 수 있는 모자이크 전략의 기초 자산이 된다.한국형 직원몰입은 기존 직원몰입에서 강조하는 직무몰입에 더해 관계몰입을 통합하고 이들을 인지적, 정서적, 행동적으로 유형화함으로써 한국 기업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직원몰입을 진단할 수 있게 됐다. 더욱이 이 진단도구를 활용하여 중앙대 휴먼인게이지먼트연구소(HEI)는 국내 11개 산업군, 210개 민간기업, 1,713명이 참여한 ‘인적자원 몰입 패널’ 조사를 통해 산업군별, 조직규모별, 직급/직무별 직원몰입 수준의 차이점과 차별적인 특성을 관찰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직원몰입에 대한 관심과 개발 전략이 절실한 시기에 한국형 직원몰입은 대한민국 기업의 새로운 인적자원 관리 및 개발 전략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참고 문헌]동아일보. (2019. 3. 20). 직장인 10명 중 8명 “일 보다 사람 싫어 회사 떠난다”.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190320/94641300/1에서 인출송해덕, 홍아정, 조윤성. (2023). 관계중심 직원몰입 척도 개발 및 타당화. 교육학연구, 61(4), 31-66.Byrne, Z. S. (2015). Understanding employee engagement: Theory, research, and practice. Routledge.Fobes. (2019). Would You Rather Employees Be Satisfied, Happy Or Engaged? Retrieved from https://www.forbes.comGallup. (2022). Employee engagement vs. employee satisfaction and organizational culture. Retrieved from https://www.gallup.com/workplace/236366/right-culture-not-employee-satisfaction.aspxGallup. (2023). State of the global workplace: 2023 report. Retrieved from https://www.gallup.com/workplace/349484/state-of-the-global-workplace.aspxSaks, A. M. (2022). Caring human resources management and employee engagement. Human Resource Management Review, 32(3), 100835.Shuck, B. (2011). Integrative literature review: Four emerging perspectives of employee engagement: An integrative literature review. Human Resource Development Review, 10(3), 304-328.Shuck, B., & Wollard, K. (2010). Employee engagement and HRD: A seminal review of the foundations. Human Resource Development Review, 9(1), 89-110.Song, H. D., Hong, A. J., & Jo, Y. (2021). Development and validation of the Korean employee engagement scale. Human Resource Development International, 24(5), 533-557.송해덕 교수중앙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중앙대학교 글로벌인적자원개발대학원장, 교육혁신원장직을 수행하고 있으며, 한국인력개발학회, 한국교육공학회, Educational Technology Research and Development Journal 등에서 명예회장, 부회장, 상임이사, 편집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학습자와 근로자 성장을 위한 몰입 진단과 테크놀로지 기반 몰입전략을 주제로 강의와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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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철 교수] 피터 드러커가 선창한 인적자원의 의의
사람들을 위협과 금전적 유인 말고도 직장에서 작업에 몰두하고, 그로써 높은 생산성을 발휘하며 성과에 기여하게 할 방법은 없을까? 우리가 경영하는 기업/기관의 작업들은 과연 작업자들의 동기를 유발할 수 있게 설계되고 구조화되어 있는가? 작업자들은, 특히 지식을 기반으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어떤 여건에서, 무엇 때문에’ 헌신적인 기여를 하게 되는가? 그들은 변화하는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고 자기계발을 해나가게 되는가? 과연 기업과 경영자는 이들이 통제받지 않고도 적응, 자기계발을 통해 책임 있는 작업자로 경력을 쌓아 나가게끔 지원해줘야 할 것인가? 이렇게 답이 없는 질문들을 열거하며, HRDer들과 HR Professional들은 오늘도 수련과 벤치마킹을 하며 급한 불들을 끄기 위해 인적자원을 관리하고 개발하는 중이다. 이런 현실은 디지털 전환, AI의 급속한 도입이 점철되는 초VUCA시대에 HR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경영자들의 점증하는 관심사이자 고민이 아닐까 싶다.흔히 우리는 각종 수식어를 붙여 인적자원(Human Resource)이라는 개념을 모두가 다 이해하고 있는 용어로 쓰고 있다. 굳이 어원을 살필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이 단어/개념은 원래 1954년에 피터 드러커를 경영학의 대부로 불리게 한, ‘경영의 실제’라고 번역된 『The Practice of Management』라는 책에서 탄생했다. 국내에는 2006년에 발행됐는데 이 책에서 피터 드러커는 ‘자원으로서의 작업자(Worker as a resource)’라는 제하의 글에서 인적자원을 자세하게 설명했다.드러커가 작업자를 자원이라고 보았던 것은, 다른 여타 물적자원처럼 인간은 작업장에서 유효하게 작업하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쉽게 말해 사람들은 각자 재능과 한계를 갖고 있기에 그들에게 적합하도록 일이 설계되고 조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업자는 여타 자원과는 달리 조정하고, 통합하고, 판단하고,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특수한 자원이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드러커는 이 능력이 인간이 기계와 비교했을 때 차별적인 우월성을 갖는 요소라고 본 것이다.인적자원(Human Resource)에서 ‘인적(human)’ 측면은, 작업자를 인간(human being)으로 봐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인간은 그가 하는 일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온전한 통제력을 갖는다는 점이 여타 자원과 다른 특수성이라는 것이다. 이런 접근은 인간이 도덕적이고 사회적인 존재임을 환기시키는 것으로서, 인간은 분명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인간은 스스로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크고도 궁극적인 차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그리고 이런 접근이 옳다는 것은 1952년에 미국의 생산성을 탐구하기 위해 온 유럽의 기술자들 및 경영자들이 ‘마셜 플랜(제2차 세계대전 후, 1947년부터 1951년까지 미국이 서유럽 16개 나라에 행한 대외원조계획)’에 입각하여 쓴 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높은 생산성은 기계, 도구, 기술이 아니라 작업자와 관리자들의 기본적인 태도에서 비롯됐다. 즉 작업자들이 우수한 산출물을 만드는 동력은 동기유발이라는 것이다. 이는 대량생산과 프로세스 중심 생산이 확산되면서 통제력을 갖춘 작업자들이 생산과정에 참여하여 통합, 조정을 주도적으로 해나가는 것이 지식기반 사회의 필수 덕목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여기에서 관리자 및 작업자의 핵심 자질이 ‘정직/성실(Integrity)’이라는 점은 드러커가 평생 강조한 것이었다. 또한, 드러커는 정직/성실을 수련할 미션 스테이트먼트 작성 및 매니저의 서한과 같은 소통 도구들도 제시한 바 있다.자기주도, 자기통제에 덧붙여서 인간은 작업을 위해 집단을 형성하게 되고, 이 집단은 과업에 초점을 맞춰 모인 것이기에 그 집단 내 여러 관계는 과업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과업을 수행하는 과정은 집단 내 관계들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집단과 개인 사이의 조화가 강조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선 개인의 강점, 선도력, 책임, 역량 등이 집단의 강점과 성과의 원천이 되도록 작업이 설계, 조직돼야 함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바로 이것이 조직의 목적이자 가장 중요한 원칙임을 강조한 드러커는 과업에 초점을 맞춘 팀 리더십 진단과 개발을 위한 실행도구들을 제시했다.그런가 하면 드러커는 HRD를 혁신과 효과성의 근간으로 보며 다양하고 많은 통찰을 남겼다. 드러커는 ‘개발(development)’이 사람에게 실시되는 어떤 것이 아니라고 말했고, 가지고 있는 재능들을 활용할 다른, 또는 보다 나은 방법을 찾도록 인도하는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개발은 성장을 의미하며, 성장은 사람 내부에서 비롯된다고 봤다. 그에 따르면 작업은 개인의 성장을 촉진시켜야 하므로 직무는 항상 작업자들에게 도전을 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게 되면, 인적자원의 세부 자질들을 온전히 활용하지 못하게 되므로 평범한 작업량과 성과에 안주하며 발전 잠재력을 상실하는 조직 또는 집단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도전은 작업자로 하여금 혁신을 도구로 삼는 기업가적 역량을 함양하게 하는 첩경이 되며, 작업자의 자기실현, 자존감 및 책임/주인의식을 고취시키는 첩경이 된다. 그래서 드러커는 혁신과 기업가정신이야말로 미래를 위한 메커니즘이자 도구라고 강조했다. 이는 AI와 디지털 전환이 이슈인 초 VUCA시대에도 힘찬 각성의 음성으로 들려지고 있다.드러커는 2002년에 93세의 나이로 강단에서 은퇴했다. 그 해에 그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그들은 종업원이 아니라 사람입니다(They are not employees).’라는 제목의 글을 실으면서 자신이 과거에 『Practice of Management』에서 강조했던 바를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지식기반 직업과 작업자의 대두는 지식기반 사회와 경제에서 주된 자본의 원천으로 부상됐을 뿐만 아니라 기계주도형 경제가 가져왔던 산업혁명보다 더 심대한 변화를 일으켰다. 이런 변혁은 여러 새로운 프로그램/프랙티스 그 이상을 필요로 한다. 즉 새로운 척도들, 가치들, 목표들 및 정책들이 제시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드러커의 표현을 빌자면 새로운 산업사회에서 경쟁력의 관건은 혁신이다. 기존 산업에서 경쟁력은 자본의 생산성이었고, 지식기반 사회에선 지식이 자본인지라 지식을 바탕으로 한 생산성이 산업에서의 리더십(선두주자)을 선점하는 요체가 됐다. 그렇다면 디지털 사회/경제에선 당연히 디지털 역량에 기반한 생산성이 지속가능 성장의 근간이 될 것이다. 따라서 기업/기관의 관리자들은 지식작업자들을 디지털작업자로 업스킬링(upskilling)하고 리스킬링(reskillinge)해서 그들이 선도적으로 생산성을 견인하는 주력/원동력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때 HRDer들은 책임과 역할 발휘를 선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것이 드러커가 현재 우리에게 깨어 있으라고 충고하는 지혜이자 통찰이 될 것이다.장영철 교수경희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LG인화원, 한국조직경영개발학회, 한국윤리경영학회 등 여러 곳에서 HR/HRD 역량을 발휘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aSSIST) 석좌교수이며, 피터 드러커 소사이어티 공동대표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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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진섭 센터장] 미래 일터 디자인
우리는 어느 때보다 급변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과학기술 혁명은 인공지능(AI)과 로봇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지며 인간을 대체하는 역할을 넘어 급기야는 인간의 역량과 한계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SF(Science Fiction)에서나 볼 수 있었던 먼 미래의 모습이 현실이 되어가는 상황은 두려움을 넘어 경외감마저 들게 한다. 이렇게 급격하면서도 혁명적인 변화는 우리의 일상뿐만 아니라 조직문화와 HRD 등에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핵심은 시스템과 사람다움이 결합한 미래 일터 디자인이다.과학기술의 발전은 단순하면서도 반복적인 업무는 시스템을 통해 최고의 효율화를 도모할 수 있음을 이미 증명하고 있다. 결국 시스템을 통해 최적화할 수 있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되어 더 이상 우리에게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것은 시스템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람만이 발휘할 수 있는 차별화된 역량을 갖추며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이것을 사람다움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급격한 시대 변화는 세대가 바뀌는 주기를 짧게 만들며 일터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가치관과 인식에도 많은 차이를 가져왔다. 과거의 조직 중심 사고가 사라지고, 개인 중심 사고가 광범위하게 자리하면서 개인의 역량에 따라 나타나는 성과의 차이가 당연하게 인식되고 성과에 따른 보상의 차이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동향은 조직관리 관점에서는 지극히 당연하게 이뤄지는 당위적인 명분을 가지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개인주의 심화로 인해 일터에서 조직원 간의 배려와 협조라는 따뜻한 인간다움이 느껴지지 않게 한다."업무 자동화/효율화, 개인주의 기조가 거센 상황에선사람만이 발휘할 수 있는 차별화된 역량들이 조화를 이루며조직의 탁월한 성과로 이어지는 일터를 디자인해야 한다."조직에서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의 궁극적인 목적과 가치를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가 필요로 하는 도움을 먼저 다가가서 제공하는 것에 대해, 왜 우리가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거부 정서를 보이기도 한다. 이때 카이스트에서 시도한 ‘카이헬프’는 우리가 하는 일의 목적과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구성원들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 손길을 내밀며 서로 사람다움을 느끼게 하고, 그로써 우리가 하는 일의 가치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카이스트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신임교원 행정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카이스트에 처음 발을 내디디는 구성원에게 먼저 따뜻한 환영의 인사를 건네고 필요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낯선 환경에서도 빠르고 안정적인 정착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일터에서 구성원에 대한 사랑의 향기를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일터의 근무 환경도 다양화되고 있다. 유연근무, 재택근무, 임신·육아 단축근무, 육아휴직 등 근로자의 다양한 여건을 고려한 맞춤형 근무 환경 구축이 가능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한 근무 환경이 때로는 구성원 간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너의 일과 나의 일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지금의 개인주의적인 조직문화에선 이해와 배려와 협력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이다.조직은 다양한 구성원이 자신이 맡은 일에서 성과를 창출해야 하고, 그 성과가 조직의 목표와 연계돼야 하는 곳이다. 그러기에 개인과 조직은 조화를 이뤄야 하며, 그 조화는 구성원 간의 이해와 배려와 협력을 통해 만들어진다. 결국 우리는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기존의 일터에 사람다움을 결합해서 따뜻함이 느껴지는 미래의 일터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방진섭 센터장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과학기술전문사관지원센터장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KAIST에서 미래전략실장, 행정부장, 행정처장을 맡으며 학교 행정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했다. 특히 ‘자기진화형 행정생태계’라는 독창적인 행정 발전 모델을 설계했는데, 관련해서 다양한 사업도 추진하면서 모델의 제도화를 도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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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처장] 인재 중심 조직혁신을 위한 길라잡이
고전역학의 핵심을 이루는 뉴턴 운동 법칙(Newton’s laws of motion) 세 가지 중 제1법칙은 ‘관성의 법칙’이다. ‘물체의 질량 중심은 외부 힘이 작용하지 않는 한 일정한 속도로 움직인다’는 것으로, 외부에서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운동하는 물체는 계속 그 상태로 운동하려고 하고, 정지한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으려고 한다는 것을 말한다. 뉴턴이 제시한 운동 법칙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으로, 물리학 역사에서 가장 심오하고 중요한 발견으로 평가되고 있다.관성의 법칙은 물리학의 기초로써 일상생활의 다양한 현상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유용하다. 예를 들어 버스가 갑자기 출발하는 경우 계속 정지해 있으려는 관성이 작용해 우리 몸은 뒤로 쏠리게 된다.그렇다면 정부 인사시스템의 기초로써 모든 공직자의 바람직한 태도와 행동을 이해하고 분석하는데 유용한 인재상이 있을까? 우선, 헌법 제7조 제1항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한다. 이외에도 공무원 헌장 등을 통해 바람직한 공직자 인재상을 유추해볼 수 있다. 하지만 간결하고 기억에 남는 기초적인 인재상은 없어 인사체계 운영 시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인사혁신처는 공직 내외 3만여 명의 의견을 듣고 작년 2월에 인재상을 정립했다. 학교에도 교훈이 있고 모든 기업체마다 인재상이 있지만 행정부에는 정리된 인재상이 없었다. 또한, 행정환경 변화 등에 대응하는 공무원의 인식·태도·가치 정립 측면에서 기준이 필요했다. 이와 같은 문제 인식 아래 정립된 ‘탁월한 직무 전문성으로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공무원 인재상’은 ‘소통·공감, 헌신·열정, 창의·혁신, 윤리·책임’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무원 인재상은 발표 이후 공무원이 갖춰야 할 바람직한 사고와 태도에 대한 길라잡이이자 방향타로 작용하고 있다.물리학의 대원칙이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듯, 인사혁신처도 공무원 태도나 행태 변화의 근간이 되는 공무원 인재상을 채용부터 보상까지 인사관리의 기본 원칙으로 정착시키는 인재 중심 혁신을 추진해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공무원 채용 면접시험 평정요소를 바꾼 것이다.면접시험에선 공무원으로서의 자세 및 태도 등을 검정하는데, 기존의 ‘공무원으로서의 정신자세’는 공직자에게 필요한 기본 덕목이긴 하지만, 다소 추상적이고 이를 현장에서 실천하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평정요소를 인재상에 맞게 개편함으로써 올해부터는 면접시험 시 국민에게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봉사함에 있어 필요한 ‘소통·공감, 헌신·열정’ 등의 덕목을 직접 평가한다."관성의 법칙에 유의해서 올바른 인재상을 설정하고, 그에 맞는구체적 평정요소를 통해 채용하고 교육, 평가, 승진시키면흔들리지 않는 인재 중심 조직혁신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모든 공직자는 부처 소속이 아닌 ‘대한민국 공무원’이라는 마인드로 원팀이 되어 국익 우선, 국민 중심, 고객 중심으로 일해야 한다. 즉, 국가, 국민, 고객의 애로와 니즈에 대해 내 돈 들어가는 ‘내 가족의 일’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어느 조직의 누구든 ‘내 가족의 일’이라고 인식하고 일하면 당연히 소통하여 공감하게 되고, 헌신과 열정을 다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히면 창의·혁신을 발휘할 것이며, 끝까지 윤리와 책임을 다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공무원 인재상은 앞으로 인사관리의 대원칙으로 작용하며 교육, 평가, 승진 등에 활용될 것이다.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나 공무원이 된 사람이 아니더라도 모두 공무원 인재상을 기억하고 이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김승호 처장제28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후 행정안전부 인사기획관, 안전행정부 인사실장, 인사혁신처 차장, 대통령비서실 인사혁신비서관, 소청심사위원장,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2022년 5월부터는 인사혁신처장으로서 ‘국익과 실용 및 공정과 상식에 기반한 역량 있는 공직사회 실현’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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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옥한 교수] 디자인 씽킹을 적용한 3차원 교육과정 개발 모형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있어 대표적인 모형은 ‘ADDIE(Analysis, Design, Development, Implementation, Evaluation)’다. 그러나 ADDIE 모형은 여러 한계가 있다.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필자는 디자인 씽킹을 적용한 3차원 교육프로그램 개발 모형을 탐색했고, 방법에선 문헌분석과 이론적 탐색을 중심에 뒀다. 디자인 씽킹을 적용한 3차원 교육프로그램 개발 모형은 첫째로 디자인 씽킹을 기본 축으로 하며, 둘째로 창의적 문제해결 모형, 셋째로 ADDIE 모형을 동시에 제시했다. 이 연구의 기대효과를 정리하면 첫째, 상황과 맥락에 따른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 둘째, 분석적 사고와 직관적 사고를 종합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문제를 효과적,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인적자원개발 학문 분야는 이론적 성격과 실제적 성격이 모두 강하기 때문에 교육프로그램 개발의 전문성과 효과성에 관한 연구가 많다. 교육프로그램 개발 모형에는 역량 중심 프로그램 개발 모형, 직무분석에 바탕을 둔 프로그램 개발 모형, IMPACT(Identify, Map, Product, Apply, Calculate, Tract) 모형, 전통적인 교수체제설계인 ADDIE 모형 등이 있다. 해당 모형들은 체제적, 체계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몇 가지 이론적 한계를 드러낸다.첫째,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 현대 사회는 변화가 일상이라 빨리 과정을 설계하고 개발해서 적용해 보고, 필요 없으면 다시 수정해야 한다. 둘째, 교육형식이 70:20:10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기존 프로그램 개발 모형은 형식학습, 비형식 학습을 위한 것이다. 이는 무형식 학습을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셋째, 선형성의 한계다. 교육프로그램 개발자는 학습자가 제공하는 상황에서의 맥락적 정보를 설계 마지막 단계에서 얻을 수 있다. 분석 단계에서 학습자의 니즈를 파악하지만, 상황과 맥락적인 학습자의 요구사항을 잘 반영하지 못하게 된다. 넷째, 기존 교육프로그램 개발 모형은 행동주의 및 인지주의 연구 결과들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최근의 교육은 많은 측면에서 구성주의적 입장인 학습자 중심의 학습활동을 강조한다. 따라서 문제해결학습, 팀 중심 학습, 융·복합교육 등과 같은 교육프로그램 개발에는 한계가 있다. 교육프로그램 개발자도 기존 모형에 따라 단순하게 절차를 밟아가기만 할 때가 많다. 사용자 입장에서 감성적인 측면의 요구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섯째, ADDIE 모형은 일반적이라 융·복합교육 등과 같은 상황에 적용할 경우 한계가 있다. 결과적으로 기존 모형보다는 교육 상황과 여건을 고려한 새로운 교육프로그램 개발 모형이 필요하다. 여섯째, 상황과 맥락을 고려하여 최근 많이 연구되고 있는 것이 융·복합교육프로그램이다. 여기에서 개발자는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정해진 정보분석모형에 따라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복잡하고 다양한 정보를 가지고 첫 단계인 분석에서부터 분석적 생각과 직관적 생각을 번갈아 가면서 수행해야 한다. 대부분의 교육프로그램 개발자들은 논리적 절차에 따라 프로그램을 설계하여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기존 교육프로그램 개발 모형들은 형식적 교육과 논리적 절차를 따른다. 융·복합교육을 실시하거나 현업에서 적용 가능성이 높고 상황과 맥락도 고려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려면 분석적 생각과 직관적 사고를 동시에 발휘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이다. 디자인 씽킹은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고방식이다. 우리가 세상에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디자인 씽킹은 체계적인 문제해결 과정이다. 필자가 수행한 연구의 목적은 디자인 씽킹을 적용한 3차원 교육프로그램 개발 모형을 문헌분석과 이론적 배경을 중심으로 탐색하는 데 있다. 시사점은 상황과 맥락을 잘 고려하지 못하고, 시간이 많이 필요한 ADDIE 모형만 고집하지 말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는 것이다.디자인 씽킹을 적용한 3차원 교육프로그램 개발 모형디자인 씽킹의 단계는 다양하게 제안되고 있다. 대중적인 모형으론 아이디오의 디자인 프로세스 모델인 3I(Inspiration: 영감, Ideation: 발상, Implementation: 실행)와 스탠포드 디자인 대학과 하소-플래트너 연구소가 제시한 6단계 모형(이해, 관찰, 관점, 아이디어 창출, 프로토타입, 테스트)이 있다. 디자인 씽킹은 디자이너의 자세로, 어떤 문제에 바람직하게 접근하며 새로운 가치를 모색하는 동시에 애매한 문제를 해결해가는 대안을 제시하는 ‘생각하는 방법’이며, 혁신하는 ‘방법론’이다. 교육과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디자인 씽킹은 ‘분석적 사고와 직관적 사고’를 함께 사용하는 ‘통합적 사고’를 단계별로 활용하는 방식인데 형태나 외관을 꾸미는 디자인에서부터 정치, 경제, 경영, 환경, 교육 등 인간의 삶 전반에 활용된다. 창의적 문제해결과정에 비해 디자인 씽킹은 모의 제품 제작을 통해 실제적 검증을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필자는 아이디오의 디자인 씽킹 모델을 세분화해서 5단계로 구성했다. 이를 통한 ‘3차원 교육프로그램개발 모형’은 아래와 같다.Y축은 디자인 씽킹 프로세스에 맞춘 ‘공감하기’, ‘문제 정의하기’, ‘아이디어 내기’, ‘시제품 만들기’, ‘발전시키기’ 단계가 있다. X축은 ADDIE 모형에서 제시하는 ‘분석’, ‘설계’, ‘개발’, ‘실행’, ‘평가’ 단계로 구성했다. Z축은 CPS 모형에 따른 ‘문제발견’, ‘문제해결’, ‘해결책 수행’ 단계가 있다. 각 단계에선 분석적 사고와 직관적 사고를 조화시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3차원 교육프로그램개발 모형’을 구체적인 표로 제시하면 아래와 같다. 상단의 모형과 비교하면 Y축은 디자인 씽킹을 기준으로 한다. 핵심적 사고기법은 분석적 사고와 직관적 사고의 종합적 활용을 통한 문제해결이다. 단계는 ‘Y1: 공감하기’, ‘Y2: 문제정의 하기’, ‘Y3: 아이디어 내기’, ‘Y4: 시제품 만들기’, ‘Y5: 발전시키기’로 전개된다. X축의 경우 ADDIE 모형을 바탕으로 분석적 사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프로세스는 ‘X1: 분석’, ‘X2: 설계’, ‘X3: 개발’, ‘X4: 실행’, ‘X5: 평가’다. Z축은 CPS 모형을 바탕으로 직관적으로 사고하며 해결한다. 프로세스는 ‘Z1: 문제발견’ ‘Z2: 문제해결’, ‘Z3: 해결책 수행’ 순이다.디자인 씽킹을 적용한 교육프로그램 개발 모형은 Y축을 기준으로 X축의 분석적 사고와 Y축의 직관적 사고를 함께 적용한다. 예를 들면 Y1: 공감하기 단계에서 X축의 X1: 분석, X2: 설계, X3: 개발, X4: 실행, X5: 평가가 이뤄질 뿐만 아니라, Z축의 Z1: 문제발견, Z2: 문제해결, Z3:해결책 수행도 이뤄진다. 물론 각 단계에서 모든 절차가 다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이 글은 필자가 (사)인문사회과학기술융합회 학술지 2019년 9권 8호에 게재한 논문인 ‘디자인 씽킹을 적용한 3차원 교육프로그램 개발 모형 탐색’을 요약한 것이다.윤옥한 교수국민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세화고등학교 교사였고, 대림산업(주) 인력개발팀에 있었으며, ㈜하이 컨설팅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평생교육HRD학회 부회장 및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교육과정 개발 방법, 교수 기법 등을 주제로 강의와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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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곤 원장] 미래를 학습하고 미래역량을 키우자
변화와 불확실성의 21세기에는 과거의 지식교육을 넘어 미래대응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이 미래의 시제로 옮겨가야 한다. 미래를 전망하고 학습하면서 미래를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래를 학습하는 만큼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도 비례해서 커진다. 동시에, 미래에 필요한 역량인 미래역량을 키워야 한다. 4C 역량, AI활용역량, 파토스역량과 같은 미래역량을 습관화해서 키우는 것이 최고의 미래준비다.미래대응 교육이 필요하다지금까지 교육은 과거에서 현재까지 축적된 지식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러한 지식은 변화와 불확실성이 적었던 시대에는 대단히 유용했다. 그러나 21세기를 살아가야 할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변화의 정도와 속도는 한 치 앞의 미래조차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는 과거로부터 축적되어 온 지식교육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변화와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새로운 교육이 점점 더 요구되고 있다. 한마디로 미래대응 교육이 절실해지고 있다.미래교육 또는 미래를 학습할 필요성에 대해 강조한 선구자 중의 한 사람은 바로 앨빈 토플러다. 1970년에 발간된 앨빈 토플러의 첫 저술인 『미래 쇼크(Future Shock)』에서는 미래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아래와 같이 잘 요약하고 있다.“우리는 사람들로 하여금 내일의 개연성과 가능성을 지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사람들의 미래의식을 높여주어야 한다. ... 학생들에게 역사과목을 가르치면서 왜 미래학 과목은 없는가? 우리가 지금 로마의 사회제도와 봉건시대 장원의 대두를 탐구하듯이, 왜 미래의 개연성과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탐구하는 과목은 없는가?”“수백만의 사람들이 미래에 관해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 열정을 가지게 된다면 변화의 충격에 훨씬 더 잘 대응하는 사회가 실현될 것이다. 미래에 관해 이와 같은 호기심과 인식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교육의 으뜸가는 과제다. ... 교육은 미래의 시제로 옮겨가야 한다.” 과거를 넘어 미래를 학습하자사람들은 왜 미래를 잘 학습하지 않을까? 지금까지의 교육에 그런 과목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거부터 축적되어 온 지식을 중심으로 교육하는 관행에 익숙해져 있어 손에 잡히지 않는 미래를 학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미래를 가르칠만한 교사와 강사, 참고할만한 좋은 교재와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그러나 준비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미래에 관한 교육을 일단 시작하면 이런 문제는 점점 해결된다고 믿는다. 먼저, 기술변화, 인구변화, 환경변화를 포함해서 미래전망에 관한 교육과 학습을 시작할 수 있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미래에 관해 함께 토론하는 것도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유익한 학습과정이다.미래에 펼쳐질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들을 발굴하고 토론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훌륭한 미래교육이 된다. 선호하는 미래상, 바람직한 미래상, 지향하는 미래상을 만들고 그런 미래상을 달성하기 위한 미래전략을 함께 고민할 수도 있다. 강사가 없고 교재가 없다고 탓할 게 아니다. 시작이 반이다.대한민국은 현재 이슈와 현안에 매몰되어 있는 경향이 강하다. 개인 차원이든 국가 차원이든 미래를 얘기하고 미래를 학습하면서 미래를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노력은 미흡하다. 이제는 모두가 미래를 얘기하고 미래를 학습하자.아는 만큼 보인다. 미래를 학습하고 미래를 아는 만큼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도 비례해서 커질 것이다. 과거와 현재를 학습하는데 미래를 학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려면 먼저 미래를 학습해야 한다. 과거와 현재를 배우듯이 미래를 학습하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만들어가는 가장 확실하고 바람직한 방법이다.그런 측면에서 이제 미래교육과 미래학습은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는 아주 시급한 실천과제다. 미래교육을 HRD 정규 프로그램 속에 포함시켜서 시행하고 점차 확대해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고 만들어가는 명실상부한 미래경쟁력과 미래창조력을 함양할 수 있다.AI시대 미래역량을 키우자미래를 학습하는 동시에 미래역량을 키워야 한다. 미래역량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역량, 미래에 필요한 역량이다. 미래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인지력과 창의력 등을 포함한다. 미래역량이 있어야 미래의 변화와 불확실성 속에서 경쟁력 있게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다.핵심 미래역량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전미교육협회와 세계경제포럼이 21세기 역량으로 제시한 4C를 들 수 있다. 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 의사소통역량(Communication), 협력역량(Collaboration), 창의력(Creativity)이다. 그 외에도 문제해결역량, 자기관리역량, 회복탄력성, 감성역량, 민주시민역량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저서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미래에 필요한 6가지 역량을 제시하고 있다. 디자인역량, 스토리텔링역량, 조화역량, 공감역량, 놀이역량, 의미를 찾는 역량이 그것이다.필자는 위의 미래역량에 추가해서 다가올 AI시대에 필수적인 두 개의 새로운 미래역량을 소개하고 싶다. 첫째는 AI기술 활용역량이다. 지난 30여년간 가장 필요한 기초역량이 디지털기술 활용역량이었다면, 향후 30여년간 가장 필요한 기초역량은 AI기술 활용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필연적으로 다가올 AI시대를 살아가려면 AI기술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디지털 리터러시를 넘어 AI 리터러시를 함양하고 자신에게 맞게 AI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습관화해서 AI활용역량을 지속적으로 키워야 한다. AI활용역량은 AI시대를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필요한 새로운 미래역량이다. 키우면 키울수록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도 비례해서 높아지는, 시대변화에 부합하는 미래역량이기도 하다.두 번째 역량은 파토스(pathos)역량이다. 감성역량, 사람의 마음을 터치하는 역량이다. 기존의 로고스(logos)역량과 에토스(ethos)역량을 넘어 인간중심의 21세기에 더욱 가치가 커지는 역량이다. AI혁명이 진전될수록 지능화와 최적화가 우리 사회에 체화될 것이고, 그럴수록 사람들은 기술의 세계, 기능의 세계보다 인간적인 세계, 감성의 세계를 더 추구하게 될 것이다. 좌뇌의 시대에서 우뇌의 시대로 이동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렇게 좌뇌에 비해 우뇌적인 요소가 상대적으로 더 중요해질수록 그에 맞춰 가치가 높아지는 역량이 바로 감성지능, 파토스역량이다.그렇다면 4C 역량, AI활용역량, 파토스역량과 같은 미래역량들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교육훈련만으로 미래역량을 체질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미래역량을 습관화하는 것이 미래역량을 키우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미래역량들을 골고루 키우기 위해 노력하되, 자신이 특히 강점으로 키울 가능성이 높은 특정한 미래역량을 골라 매일매일의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매일 30분 또는 1시간을 미래역량을 키우는 시간으로 습관화한다면 AI와 Age혁명 시대를 성공적으로 살아갈 자신만의 비장의 무기를 장착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