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재완 교수] 예견된 실패? 인적자원관리와 Business Analytics
최근 인적자원관리 분야에 특화된 비즈니스 애널리틱스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는 피플 애널리틱스(People Analytics)에 관한 기업의 관심이 뜨겁다. 영화 머니볼의 세이버 매트릭스(Saber Metrics)나 구글의 산소 프로젝트, 그리고 네슬레의 이직률 분석 사례 등을 통을 통해 우리에게 친숙해진 피플 애널리틱스는 기업에 매우 신선하면서도 성과를 높일 수 있는 유용한 인사이트를 제공해 주는 인적자원관리 도구로 인식되고 있다. 그렇지만 실상 우리는 피플 애널리틱스에 대해 몇 가지 재미있는 사례 이외에는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일부 전문가는 피플 애널리틱스가 제대로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실패가 예견된 분야’라고 말하며 어두운 전망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혹시 실패가 뻔히 보이는 미래를 향해 무작정 나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또는 흥미를 유발하는 몇몇 사례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한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전반 25분은 영화역사상 가장 잔인한 장면을 연출한 것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경영학자인 필자의 관심을 더욱 끈 것은 존 밀러(톰 행크스 분) 대위가 포탄 폭발에 의해 한동안 청력이 상실되고 정신이 혼미한 상태가 지속되는 상황이었다. 그사이 병사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며 겁에 질린 눈으로 목이 터져라 존 밀러에게 명령 하달을 요구한다. 전투에서 지휘관의 일사불란한 지휘를 받지 못하는 병사들은 대개 전사자 명단에 오르고 만다. 이 때문에 세계대전 당시 신속한 지휘관의 확보와 양성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미군의 전략적 목표 중 하나였다. 지휘관을 적재적소에 차질 없이 투입하기위해 미군이 실시한 것은 바로 다름 아닌 포드자동차의 대량생산 시스템에 적용되었던 ‘시간과 동작에 관한 연구’에 근거한 직무분석이었다."여러 기업의 사례를 통해 친숙한 피플 애널리틱스는조직의 성과를 위한 전략의 실행과 가치 창출을 위해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적자원을 계량화해서 적절하게 관리하고, 역량을 높이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최근 인적자원관리 분야에 특화된 비즈니스 애널리틱스의 한 종류라 할 수 있는 피플 애널리틱스(People Analytics)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사실 피플 애널리틱스는 ‘시간과 동작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시작된 것이라고 볼 수있다. 피플 애널리틱스는 HR 애널리틱스, Talent 애널리틱스, Workforce 애널리틱스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명칭에 관해서 학자와 실무자들 간의 공통된 합의는 실상 존재하지않는다. 영화 머니볼의 세이버 매트릭스(Saber Metrics)나 구글의 산소 프로젝트, 그리고 네슬레의 이직률 분석 사례 등을 통을 통해 우리에게 친숙해진 피플 애널리틱스는 기업의 입장에서 매우 신선할 뿐만 아니라 성과를 높일 수 있는 유용한 인사이트를 제공해 주는 인적자원관리 도구로 인식되고 있다. 그렇지만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우리는 몇 가지 재미있는 사례 이외에는 피플 애널리틱스에 관해 잘 모른다는 것이다. 도대체 피플 애널리틱스란 무엇인가? 한정된 지면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전략의 실행과 가치 창출을 위해 인적자원을 계량화하고, 관리하고, 향상시키는 과정’ 정도로 볼 수 있다.그런데 일부 전문가는 피플 애널리틱스가 제대로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실패가예견된 분야’라고 말하며 어두운 전망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의견은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피플 애널리틱스는 첫째, 큰 질문(Big Question)에서 시작돼야 하는데, 대부분의 조직은 그렇게 하지 않고, 인사 부문은 사내에서 그럴만한 정치적 위치에 있지 않으며, 그러한 질문을 하기에는 인사 부문이 회사가 추구하는 사업에 대한 이해가 모자란 경우가 많다. 둘째, 주로 기존의 e-HR소프트웨어 산업 중심으로 이루어지고있으며, 이러한 통합 비즈니스 솔루션은 구성원을 비용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강화시킨다. 셋째, HR 소프트웨어 개발및 판매 업체와의 매우 높은 수준의 협력이 없다면 자칫 소프트웨어 구매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넷째, 자원기반이론에 따르면 모든 조직은 독특하고 복제 불가능한 자원을 보유해야 하는데, 모든 조직이 몇몇 대표적 소프트웨어의 대중화에 의해 획일화될 가능성이 높다.그러나 보다 크게 보면 피플 애널리틱스의 근간이 되는 다양한 데이터 분석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4차 산업혁명시대와 인공지능의 출현과 관련해서 더욱 근본적인 위험과 연계되어 있다. 최근의 발견에 따르면 아마존의 인공지능 채용 시스템은 지속적인 남녀 차별적 의사결정 때문에 폐기됐고, IBM의 인공지능 왓슨은 낮은 의료진단 정확성 때문에 계약 갱신율이 급속히 하락하고 있으며, 한 절판된 중고책은 아마존 서점 내의 가격조정 시스템 간의 경쟁 때문에 가격이 260억까지 오르는 해프닝이 벌어지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기술진보의 부작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며, 사회 변화를 기술이 주도해도 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일부 전문가는 4차 산업혁명시대로 인해 향후 15년이내에 재생가능 에너지는 무료가 될 것이며, 종국에는 대표적인 산업군이 모두 붕괴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피플 애널리틱스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비즈니스 기반 데이터 거버넌스와 통합의 병행,수익성 추구를 넘어서는 사람 중심 조직 운영 철학,학계와 실무 간의 괴리 극복과 협업 일상화,시대에 적합한 인재 전략 수립과 실행이 요구된다."그렇다면 결국 피플 애널리틱스도 이러한 다양한 부작용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많은 사례를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는 피플 애널리틱스가 다양한 혜택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장점은 살리되,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실행이다. 즉, 예상되는 이슈를 미리 파악하고, 체계적인 접근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비즈니스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이에 걸맞은 인적자원 데이터 분석을 위해 데이터 거버넌스(governance)와 통합(integration)을 병행해야 한다. 둘째, 과도한 프로세스 개선과 수익성 추구를 넘어 사람 중심의 철학을 추구해야 한다. 셋째, 학계와 실무 간의 괴리를 극복하고 협업을 일상화해야 한다. 넷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인공지능 시대에 적합한 인재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박우성, 양재완, 2020).이 중에서 귀사에서 추구하고 있거나 앞으로 추구할 피플 애널리틱스 정책과 부합하는 항목은 어느 것인가? 혹시 재미있는 피플 애널리틱스 사례와 데이터에만 매몰되어 있지는 않은가? 그렇지 않다면 예견된 실패를 벗어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은 있는가?[참조 자료]박우성·양재완(2020), 인공지능 시대의 지속가능한 인재관리 전략, Korea Business Review개인 웹페이지[홈페이지] http://biz.hufs.ac.kr/index.php?mid=faculty&category=223&document_srl=289
-
[김영헌 교수] 현시대 기업에서 코칭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
제4차 산업혁명시대, 밀레니얼세대가 주축이 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조직문화와 리더십의 모습은 어떠해야 할까? 산업화시대에는 패스트팔로워(Fast-follower) 차원에서 카리스마 리더십과 일사분란한 조직문화가 요구되었다면, 이제는 조직구성원을 존중하는 수평적 조직문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 수평적 조직문화에 가장 필요한 리더십이 코칭 리더십이다.따라서 필자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코칭이란 무엇인가?’, ‘코칭대화는 일반대화와 무엇이 다른가?’, ‘코칭에서는 어떤 언어가 쓰이는가?’, ‘코칭교육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가?’ 그리고 ‘코칭교육과 실제 코칭 후 변화가 이루어진 사례는 있는가?’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러면 이 시대 조직에서 코칭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또한 왜 HRDer뿐만 아니라 현업의 부서장이코치가 되어야 하는지도 느끼게 될 것이다.그럼 코칭이란 무엇인가. 1500년대부터 코치(Coach)는 사람들을 현재 있는 곳에서 가고 싶은 곳으로 데려다 주는 마차를 가리키는 단어였다(Evered & Selman, 1989). 국제코치연맹(ICF)는 코칭을 고객의 개인적, 전문적 잠재력을 최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영감을 불어넣고, 고객이 당면한 주제에 대해 생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창의적 프로세스와 함께 고객의 파트너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코칭철학으로 이라는 명제를 제시했다.비즈니스 현장에서 코칭적 어프로치가 중요한 이유는?비즈니스 현장에서 코칭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장단기 목표에 대해 적기에 성과를 내야 기업이 지속성장하고 경쟁력을 갖게 된다. 이 과정에서 조직의 리더에게는 구성원의 무한한 잠재력을 존중하고, 이를 이끌어 내는 코칭대화가 요구되는 실정이다. 결국 구성원 스스로 답을 찾게 유도해 실천하게 하는 자율성을 갖게 함으로써 문제해결과 성과달성에 기여하는 것이다.상기 두 가지 대화에서 무엇을 느낄 수 있는가. 실제 우리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어떤 대화가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코칭대화는 일반대화와 다른 특징이 있다. 일반대화는 리더가 질문보다는 자기 말을 많이 하고 부하직원에게 충고한다. 반면, 코칭대화는 리더가 열린 질문을 하고 부하직원이 주도적으로 말을 많이 하게 하고 이를 경청하고 공감한다.그리고 코칭대화에 있어서 언어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중립적 언어이다. 이는 리더인 코치가 자기중심성을 버리고(Ego-less), 사실에 입각하되 자신의 가치와 판단이 배제된 언어이다. 따라서 지시, 충고, 비난, 불평을 하지 않는다. 다음은 상기 사례에서도 나타나듯이 부하직원을 신뢰하고 부정적이 아닌 밝은 면을 보는 언어이다.한편 코칭 언어에는 상기 언어적 표현 외 비언어적 요소도 포함된다. 부하직원의 시각, 그들 목소리의 고저-속도-강약 등 외적 표현에 나의 외적 표현도 맞추는 페이싱(Pacing)과 부하직원이 거울이라고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함께 행동하여 몸의 높이를 맞추고 감정도 고려하는 미러링(Mirroring) 기법 등이 있다. 이렇게 언어적표현과 비언어적 요소를 함께 고려하면 부하직원과 진실된 관계를 맺게 된다.코칭교육은 어떤 내용과 방법으로 이루어지는가?코칭교육은 어떤 컨텐츠로 구성되어 있을까? 코칭기관마다 차별화되어 있고 나름 의미가 있다. 그러나 크게 2가지가 중심이 된다.첫째는 국제코치연맹 ICF(International Coach Federation)가 제시한 코칭핵심역량은 기반 다지기, 관계 함께 만들어가기,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학습과 결과 촉진하기 4가지이며, 구체적으로는 신뢰와친밀감 쌓기, 코칭 프레즌즈, 적극적 경청, 강력한 질문하기, 직접적 커뮤니케이션, 일깨우기, 행동 설계하기, 진행 및 책무관리 등 11가지가 있다(최근 ICF는 이를 재편집해 8가지로 제시했다). 둘째는 코칭 프로세스이다. 코칭은 일반 대화와 달리 프로세스가 있다. 코칭기관마다 가장 효과적인 프로세스를 개발해서 활용하고 있는데, 하나의 예로 존 휘트모어의 GROW모델을 간략히 소개한다. 이는 4단계 모델이다. 1단계는 고객이 원하는 목표(Goal)를 찾는다. 2단계는 상황점검(Reality)으로 객관적인 현상을 파악한다. 3단계는 다양한 방법으로대안(Option)을 모색한다. 4단계는 실행의지(Will)로 지금 당장 실천할 행동계획을 세우는 것이다.이러한 코칭교육은 이론 강의만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교육진행의 상당 부분은 참가자들의 실습으로 설계되어 있다. 본인의 절실한 주제에 대해 안전하고 편안한 교육환경 아래 코치와 코칭대화 실습, 참가자 상호간 실습, 그리고 실습 관찰자로서 피드백을 서로 주고받는다. 필자는 연습이 완벽함을 만든다(Practice makes perfect)고 믿는다.코칭을 받으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실제 코칭교육과 코칭을 받고 피드백을 준 일부 사례를 간략히 소개한다. A회사일대일 코칭 후 모 임원의 반응이다. 주제가 수평적, 개방적 조직문화 구축과 조직의 한방향 정렬이었는데, ‘자신이 몰랐던 커뮤니케이션의 개선 기회’가 되었다. 또한 ‘구성원간 소통과 신뢰가 향상’되었고, ‘동료와 부하직원에 대한 배려와 자기성찰’이 이루어졌다. 그 가운데 ‘조직이 한 방향으로 정렬되어 성과물을 창출’하였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코칭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고 했다.아울러 B회사의 신임팀장 리더십 함양을위한 그룹코칭 사례이다. 그들의 반응은 다음과 같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성찰하여 강점과 개선점을 파악하고 실천’하게 되었다. 비록 ‘사소한 것이라도 칭찬과 격려를 일상화하여 자신과 구성원간 신뢰를 형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구성원들에 대한 부정적 측면을 긍정적인 측면으로 바라보게 되는 사고의 전환’을 이루었다. 이를 통해 ‘구성원들과 함께 성과 목표를 정하여 그들의 주도성 확보 및 조기 성과목표를 달성’하게 되었다.이제 현업의 부서장이 코치가 돼야 한다!비즈니스 현장에서 사업목표를 달성하고, 그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부하를 육성하는 주체는 현업 부서장이다. 이제 그들은 과거처럼 보스형 리더가 되어 조직구성원을 이끌어가는 상황은 위험이 수반되는 긴급한 경우를 포함한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좀처럼 허용되지 않는다. 밀레니얼세대, Z세대와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지시보다 질문을 통해 그들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도록 자율성을 주어야 하는 코치형 리더가 되어야 한다.특히 구성원의 지식-스킬 등의 역량과 자신감-열정 등의 의욕을 진단하여 4가지 케이스별 맞춤형 코칭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역량과 의욕이 모두 떨어진 구성원에게는 그들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신뢰를 표현하고, 업무지식 및 기술향상을 위한 원리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지도형 코칭이 요구된다. 반면에 역량은 높으나 의욕이 떨어진 구성원에게는 그들의 역량과 기여도에 대해 인정하고. 더욱 의욕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하고 지지하는 촉진형 코칭을 해야 한다.비즈니스 코칭도 출발점은 라이프 코칭이다. 그래서 필자가 늘 강조하는 자신과 조직을 위해 성찰해야하는 4가지 포인트가 중요하다. ‘나는 왜 존재하는가(나는 누구인가)?’, ‘내가 이 조직에서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마지막으로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내가 속한 조직과 사회에 어떤 공헌을 하는 건가?’에 대해 코칭은 매우 유용한 방법임에 틀림없다. 그런 만큼 지금은 바야흐로 코칭 리더십의 시대다.이제 HRDer가 먼저 코치가 되고 그 다음 현업 부서장을 코치로 활동하도록 만든다면 그 조직은 건강하고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를 내재한 조직 구성원이 함께하게 되면 지속가능한 경영의 토대가 될 것이다.김영헌 교수경희대학교 경영대학 겸임교수. 한국코치협회 부회장 겸 대외및교육기관협력위원장이자 CMOE 파트너 코치. 경영, HR, 코칭 전문가로서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 원장을 비롯해 고용노동부 옴부즈만위원, 고용노동부 국가기술자격 정책 심의위원, 산업현장교수단 운영위원회 위원. 한국산업교육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산업포장을 수상한 바 있다.
-
[이영민 교수] 근로시간 단축과 독일 기업의 인적자원개발 대응 사례
지난 호에서는 국회가 2018년 2월 28일 주당 법정 근로시간의 한도를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입법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쟁점과 기업의 인적자원개발 대응 방안에 대한 제언을 제시하였다. 이번 호부터 3차례에 걸쳐, 근로시간을 단축한 다른 국가의 사례와 이에 대응하는 기업들의 방안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대표적인 선진국가 독일의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의 다각적 대응 현황을 설명하고 우리나라 기업교육에 주는 시사점을 논의하고자 한다.독일은 1994년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법을 시행했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큰 반향이나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단축된 법정 근로시간이 실제 근로시간과 차이가 작았기 때문이다. 독일은 근로시간 단축 목표치를 설정할 때, 실제 근로시간의 감소 정도나 기업의 가용 근로시간을종합적으로 고려했고 사회적인 수용성이 발휘될 수 있는 시점을 선택해서 근로시간을 단축했다. 특히, 다른 나라와 달리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라는 특별한 제도 시행을 통해 근로시간과 생산성의 연계를 높이고 있다.독일의 평균 근로시간은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중하위 수준이다. 법적으로 허용된 근로시간은 주당 48시간이고, 연간 1,362시간이다. 독일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1991년 기준 1,554시간에서 2018년 기준 1,362시간으로 단축되었는데, 단순히 근로시간만 단축된 것이 아니라 일의 효율성은 상대적으로 급격하게 상승했다. 다만, 앞서 제시한 평균적인 근로시간은 전일제와 시간제 근로를 합산한 결과이며, 전일제 근로자들의 경우 남성 근로자 50% 이상이 주당 40시간에서 50시간 일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근로시간과 관련해서 독일의 제도 중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는 근로자가 회사와 계약한 근로시간을 저축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학습, 휴가, 병가 등) 활용하는 특별한 제도다.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는 근로자와 더불어 사업주들에게도 장점이 많은 시스템이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기업의 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는 수단이 되고, 근로자 입장에서는 연장 근로를 통해 자유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대해서 필요에 의해 가용시간을 확보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아울러 독일 근로자의 교육훈련 참여율은 25세~64세의 경우 평균 43%로서, 사업주훈련을 포함 개인훈련 전체를 포괄하고 있으며, 1년 동안 한 번이라도 교육훈련에 참여한 근로자의 수만 계산할 경우 거의 100%의 근로자가 교육훈련에 참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독일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교육훈련을 실시하는 비중은 53% 수준이고, 교육훈련에 참여하는 근로자들의 50% 이상은 35세~49세이며, 이들의 50%는 직무역량을 강화할 목적으로 교육훈련에 참여한다. 그러나 전공이 아닌 직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들이나 저학력 근로자들의 교육훈련 참여율은 20% 미만이다. 최근 법 개정으로실업급여에서 근로자들의 교육훈련을 지원할 수 있도록 허용되어,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재직 근로자의 교육훈련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고용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거시적인 안목으로 교육훈련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기존의 직업교육과 기업교육 시스템을 연계해서노동시장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근로시간 단축과 독일의 현재 기업교육훈련 상황은 우리나라 기업교육훈련 시스템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첫째, 독일은 노동시장에서의 실제 근로시간 조사를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했고, 노동시장의 충격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면서 제도 정착의 실효성을 높였다. 독일의 경우 1990년대에 있었던 근로시간 단축에도 불구하고, 근로시간 단축이 교육훈련 시간 감소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다. 전일제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감소가 거의 없었고, 교육훈련 시간의 감소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전일제 근로자의 경우, 법정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실제 근로시간과 교육훈련을위한 시간의 감소 폭도 미미했고, 생산성측면에서는 오히려 효율성이 증가했다. 따라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교육훈련시간의 감소를 만회하거나 생산성 향상을 실현할 수 있는 교육훈련 정책을 수립해서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둘째, 4차 산업혁명시대로 대변되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교육훈련 강화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와 관련하여 교육훈련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기존에 이미 잘 정착되어 실행되어 온 교육훈련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이는 새로운 교육훈련 제도를 구축하기보다 추가적인 예산 투입이나 사업 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즉, 기존 교육훈련 시스템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면서도 새로운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예산 확대를 통해 교육훈련 시장의 적응성을 높이거나, 신규 사업 확대를 통해 대응하는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독일에서는 근로시간 자체가 명확하지 않은 플랫폼 이코노미가 확산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존의 고용주와 근로자 간 전통적인 관계를 벗어나는 노동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훈련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셋째, 여성들에 대한 교육훈련을 확대하고, 경력단절여성이 노동시장에 조기에 진입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훈련과 지원을 확대한다면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향후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입법이나 일과 가정의 양립 확산 등으로 법정 근로시간이 지속해서 단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비판적인 견해도 있으나 주당 15시간 미만의 짧은 초단시간 고용형태를 말하는 미니잡(mini job) 확대를 통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들을 추진했다. 향후 지속적인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신규 인력채용이 확대될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직무개발이 필요하며, 시간제 전환과 같은 고용형태의 변화도 예상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여성 인력 활용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특히, 직무경험이 있는 경력단절여성들의 복귀프로그램과 직무향상 교육훈련을 통해 여성들이 인력수요가 예상되는 분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인력부족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넷째, 미래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전문 분야에서는 더 다양한 지식이 필요하고,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능력들에 대한 교육이 중요한데, 학교교육단계나 노동시장 진입단계의 교육훈련에서는 언급한 과정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래 노동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규율, 규칙, 법으로 규정할 수 있는 것들은 노동이 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으나, 사람들은 창의력, 직업능력, 의사결정능력 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근로를 계속할 것이다. 독일의 경우 학교에서 제공하는 직업교육 단계에서 이러한 직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래 노동시장의 변화와 기술 발전에 대응하며,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고용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긴 안목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훈련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기존의 직업교육과 기업의 교육훈련 체제를 연계해서,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 노동시장 변화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사업들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참고 자료]주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주요국 훈련동향 실태조사, 김주섭, 이영민, 신가희, 한국노동연구원(2019)이영민 교수플로리다주립대학교 교육학 박사로 숙명여자대학교 인적자원개발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4차 산업혁명위원회, 직업능력개발제도발전위원회, 고용서비스전문위원회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며, 노사정위원회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공익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기업들을 대상으로 컨설팅, 평가, 자문 등을 수행하고 있다.
-
[장영균 교수] 소프트터치 능력을 개발하라
지난 2016년 1월 국내의 한 매체에 ‘포용의 리더십, 이젠 인도식 경영이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구글은 2016년 8월 래리 페이지(Larry Page)를 이을 새 CEO로 인도 출신의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를 내세웠고, 같은 해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역시 자신의 후계자로 인도 출신의 니케시 아로라(Nikesh Arora) 부사장을 지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노키아, 펩시코, 마스터카드, 어도비에서도 모두 인도 출신 CEO가 등장했다.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학장 역시 니틴 노리아(Nitin Nohria) 교수로 인도인이다. 공유한 기사는 어느 순간 세계 유수의 기업들 수장이 인도인으로 속속들이 채워지고 있다고 말하며 산업계 리더로서 인도인의 진출 자체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은연중에 기업에서 요구하는 리더십 역량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기사로 읽혔다.소프트 리더의 시대일부 경영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전 세계를 휩쓴 경영 방식은 테일러리즘과 GE Way로 대변되는 효율성, 생산성, 단기적 성과를 중시한 경영 방식이었는데, 그 중심에는 카리스마 있는 CEO의 강력한 리더십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문역량과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 구성원에 대한 배려와 포용력도 겸비한 소프트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마이크로소프트 CEO는지난 2012년 서버 부문 사장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 행사를 주관하며 개발자들의 프레젠테이션 시간을 오전 9시에서 오후 1시로 옮겼다고하는데, 이는 개발자들 대부분이 밤늦게까지 일한다는 점을 배려한 것이었다고 한다. 아닐 굽타(Anil Gupta) 메릴랜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전 CEO였던 스티브 발머(Steve Ballmer)의 리더십이 권위를 바탕으로한 강력한 카리스마 리더십이었다면, 사티아 나델라의 리더십은 배려에 집중되어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니르말야 쿠마르(Nirmalya Kumar) Singapore Management School(SMU) 교수도 “배려와 포용성 중심 경영 방식은 구성원들의 개성과 자존심이 강한 요즘 같은 기업 문화에 적합하다.”라고 분석하며, 특히 실리콘밸리처럼 개성을 중시하는 곳에서는 과거처럼 권위로만 접근하면, 구성원들이 다른 곳으로 이직해 버릴 뿐이라고 경고하고 있다.인클루시브 리더십의 등장 배경소프트 리더를 개념화한 것이 바로 인클루시브 리더십(inclusive leadership)이다. 인클루시브 리더십이 주목받게 된 배경에는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포용성(diversity and inclusion)에 대한 관심 증대가 있다. 다양성은 다원주의적 사고를 장려하고 주체적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개성을 강조하는 시대적 정신과 맞닿아 있다. 기업 현장에서는 주로 사회적약자들에 대한 차별 금지와 공정한 고용기회 제공과 같은 이슈로 적용되어 왔다. 미국 기업들이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는 Affirmative Action(AA)이나 Equal Employment Opportunity(EEO)는 다양성 추구를 위한 노력의 제도화다.그러나 많은 학자와 기업의 실무자는 다양성 추구라는 목적 자체에는 동의하면서도 그 실현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실제 다양성 추구는 형식화되기 시작했고, 역차별이라는 문제도 생겼으며, 다양성 주체들의 소극적이거나 비생산적 행위들로 조직에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다양성에 대한 질적인 고민이 시작됐다. 그에 따라 포용성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됐다. 포용성이란 다양성 주체들이 엄연한 생산 주체로서 지위를 인정받고 조직의 진정한 구성원들로 융화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흔히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다양성이 나와 다른 사람을 파티에 초대하는 것이라면, 포용성은 그들과 파티에서 춤을 추는 행위를 뜻한다. 아무리 다양한 주체로 조직이 구성되어도 진정한 의미의 조직 구성원들로 융합되지 못한다면 다양성은 오히려 조직에 독이 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포용성 중심의 인클루시브 리더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인클루시브 리더의 역량그렇다면 인클루시브 리더의 역량에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있을까? 인클루시브 리더십은 학계에서 지난 2006년 넴하드와 에드몬슨(Nembhard & Edmondson)에 의해 최초로 개념이 소개됐다. 아울러 후속 연구를 진행한 카멜리(Carmeli) 등의 연구에 따르면, 인클루시브 리더는 세 가지 중요한 역량을 갖춘 리더로 정의되는데 각각 개방성(openness), 가용성(availability), 접근용이성(accessibility)이다. 개방성은 문자 그대로 부하 구성원들의 고충이나 의견을 경청하고 그들에게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말한다. 가용성은 부하구성원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 늘 응대할 준비가 되어 있고, 리더 자신의 전문성과 식견을 바탕으로 어려움을 해결해주려고 노력하는 태도를 뜻한다. 접근용이성은 리더가 고자세로 부하 구성원들을 일방적으로 지휘하거나 통솔하려고하지 않고, 수평적인 자세로 부하 구성원들이 리더에게 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위의 세 가지 역량을 갖춘 인클루시브 리더는 팔로워들에게 소위 ‘심리적 안정감’을 보장해서 보다 창의적인 업무를 하도록 유도한다. 여기에서 심리적 안정감이란 부하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제안하거나 불만을 토로해도 상사나 조직으로부터 무시, 비난, 공격 등을 받지 않을것이라는 심리적 믿음을 일컫는다. 다양성 주체들은 가뜩이나 사회적 약자이기때문에 심리적 위축감이나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 인클루시브 리더는 이러한긴장감을 제거해서 다양성 주체들이 자신의 고유한 경험과 보유한 역량을 업무활동에 마음 편히 활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줄 수 있다. 인클루시브 리더십의 개념을 최초로 소개한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dson) 하버드대학교경영대학원 교수도 자신의 저서인 『두려움 없는 조직』에서 구글의 창의성과 성공의 핵심 원동력으로 심리적 안정감을꼽으면서, 구성원들이 업무와 관련해서 어떤 의견을 제시해도 벌을 받거나 보복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조직문화 구축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우리나라 조직들은 여전히 폐쇄적이고 위계적이다.이러한 조직들은 창의성과 역동성이 떨어진다.구성원들의 가치와 개성이 중요해진 시점에서우리나라 조직의 리더들은 소프트터치 역량을 함양해서포용성 중심의 인클루시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인클루시브 리더의 역할그렇다면 우리나라 조직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많은 시도와 변화가 있었지만 폐쇄적이고 위계적이며 상명하복식 조직문화가 여전하다. 리더들은 구성원들을 칭찬하고 인정하는 것에 인색한 편이며,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는다. 단기적 성과 달성에 대한 압박 때문에 직장 내에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관계가 만들어지기 어렵고, 리더들은 과오에 대한 책임이 두려워서 부하 구성원들을 지나치게 통제하고, 과감하게 권한을 이양하지 못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구성원들은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다소 보수적이고 비난 받지 않을 만한 평범하고 안전한 의견들만을 개진한다. 그렇게 되면 조직은 창의성과 역동성이 떨어지게 되고 최악의 경우 기업의 성장 동력마저 상실하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게다가 가치와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밀레니얼세대들의 등장으로 통제 중심의 위계적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은 점점 설 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제 우리나라 기업의 리더들은 카리스마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소프트터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구성원을 눈높이에서 배려하고 그들을 포용해 줄 수 있는 인클루시브 리더가 되기 위해 힘써야 한다.장영균 교수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인사조직전공 교수. 미국 인사관리협회 SHRM에서 인증하는 인사관리전문가 시니어레벨(SHRM-SCP) 자격증 보유자이기도 하다.
-
[이인석 교수] 문화비교이론으로 조명하는 프라이버시, 기업문화, 기업이미지
네덜란드의 사회학자 거트 홉스테드(Geert Hofstede)는 국가문화나 국민성을 나타내거나 비교하기 위해서는 척도가 필요하다는 전제 아래 연구를 시작했다. 그 결과 홉스테드는 국가문화를 분류하기 위한 4개의 척도를 도출해낼 수있었다.첫째, 권력거리(power distance)는 구성원들이 자신이 속해있는 사회나 조직의시스템 속에서 권력이 불평등하게 배분되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러한 불평등을 어느 정도까지 용인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척도다. 둘째, 불확실성의 회피(uncertainty avoidance)란 어떤 사람, 사회, 국가가 불확실하거나 애매한 상황에 두려움을 느껴서, 불확실성에서 오는 두려움을 회피하려는 노력을 의미한다. 따라서 두려움을 회피하기 위해 구성원들은 확실한 경력(career)의 보장, 조직은공식적인 규칙(rules)의 제정, 사회는 일탈행위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불확실성을 확실성으로 해주는 전문성 강조 행위를 통해 안정을 확보하려고 한다.셋째, 개인주의-집단주의(individualism -collectivism)는 자신과 자신의 직계가족들만을 돌보는 사람과 집단과 조직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의 차이를 말한다. 해당 척도가 높으면 단체나 조직의 행복보다 개인의 성취를 중시하고, 낮으면 집단과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넷째, 남성적임-여성적임(masculinity-femininity)은 남성성을 기준으로 어떤 사회의 남성적 가치를 측정한다. 해당 척도가 높으면 금전, 권력,지위 등과 같은 목표 달성을 중시하며,낮으면 존중, 배려, 겸손, 안정감 등에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그러나 남녀 간역할이 확실하게 구분되지는 않는다.미국의 한 유통회사의 서울지사에 근무하는 A라는 차장이 있었다. 그는 얼마전 회사로부터 해고통지서를 받았다. 징계사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 성희롱 및 성추행이었다. A차장은 술자리에서 B대리에게 입맞춤했으며, A와 B는 모두 남성이었다. 둘째, 동료 구성원들을 부를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님’ 문화를 준수하지 않았다. 셋째, 임금에 대한 비밀유지를 위반했다. A 차장은 동료들에게자신의 인센티브 액수를 알려주고 그들은 인센티브를 얼마나 받았는지 세세하게 물어봤다.첫 번째 사유인 성추행에 대해서는 누구든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조직 측면에서 보면 업무 외적인 술자리였기 때문에 불건전한 행위에 앞서 이미 B대리의프라이버시를 침해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사유인 ‘~님’ 문화 미준수는 조직에서 제도화한 행동양식을 지키지 않은 경우다. 세 번째 사유인 조직 구성원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다. 두 번째 사유와 세 번째 사유는 모두 A차장이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기업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은 사례다.미국은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권력거리가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불평등을 부당하게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저항한다. 또한 개인주의도 두드러진다. 그래서 상대방을 권력으로 제압하려고 했고, 회사에 대한 존중도 부족했던 A차장은 당연히 해고당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뿐 아니라 A차장은 기업이미지에도 막대한 피해를 줬다. 회사의 다른 구성원과 일반 대중이 A차장의 행위를 접한 후로 회사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것이고, 심각할 경우 소비자들은 A차장이 속해있던 유통회사의 제품 구매를 거부할 수 있고, 다른 회사들 역시 A차장이 다니던유통회사와의 거래를 선호하지 않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라이버시, 기업문화, 기업이미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문화다. 문화라는 용어는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 매우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문화라고 하는 요소는 취업규칙이나 업무 매뉴얼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 또한 홉스테드의 척도도 100% 정확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만큼 문화는 구체적으로 측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실제 A차장은 순간의 잘못된 행동으로하루아침에 해고당하며 직장을 잃어버렸다. 이는 문화가 조직 전반의 운영과 성과에 영향을 주는 주요한 요소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개인 웹페이지[홈페이지] http://insuklee.sogang.ac.kr/insuklee/index.html
-
[고현숙 교수] 변혁적 코칭과 코칭 슈퍼비전
“코칭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스스로 발견하도록 이끄는 일이기 때문에 코치가 고객의 영역에 대한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라는 말은 일견 맞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거기에 문화적인 특성이 작용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어떤 필요에 의해 ‘코치를 고용(hire)’하지만 한국에서는 ‘코치님을 모시며’ 선생님처럼 대접하기 때문에 코치들이 내공을 갖추기를 기대한다. 그런 면에서 코치가 되기 위해서는 높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코치로서의 전문성은 물론이고, 윤리적 기준도 어느 전문가보다 더 높아야 하며, 세상의 변화에 대한 민감성, 인간에 대한 인문학적인 성찰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코치들은 남을 변화시키고 계몽하기에 바빠서 정작 자신을 개발하는 데 소홀하기 쉽다.평생학습자로서의 코치 코치나 멘토처럼 남을 돕는 일의 전문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 무엇일까? 누군가 필자에게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학습 능력’이라고 답할 것이다. 코칭과 멘토링은 사람을 개발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치와 멘토들도 끊임없이 배워서 성장해야 하며, 스스로를 변화시킨 경험이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이스스로의 학습을 멈출 때, 그들의 우수한 실행력도 멈춘다.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과거의 명성에 기대는 전문가들을 별로 존경하지 않는다. 10년 전과 똑같은 진부한 얘기를 하고 있다면, 설령 틀린 내용이 없더라도, 메시지의 효과성은 떨어진다. 요즘 경영학에서 가치 있는 자원으로 주목받는 것은 재무적 자원이 아니다. 바로 사람들의 ‘주의(attention)’다. 자원기반 이론에서 상사의 주의는 가장 희소한 자원으로 평가될 정도다. 코칭의 고객이나 멘토링을 받는 멘티들의 주의도 희소해지고 있다. 그들은 넘쳐나는 정보, 눈길을 끄는 것들, 즉각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일들로 인해 끊임없이 주의가 산만해지는 삶을 살고 있다. 여기에서 코칭이 효과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코치도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배우고, 전문성을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한다. 요컨대, 고객에게 변화를 강조하기 이전에 우리 스스로가 변화해야 한다.전문가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필자를 비롯한 많은 코치가 빠지기 쉬운 결정적인 함정이 있다. 비밀유지가 되는 코칭의 특성상 코칭은 내용과 프로세스가 공개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직업과 비교해서 냉정하고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기가 어렵다. 임원코칭을 다룬 한 논문은 제목을 ‘닫힌 문 뒤에서: 임원코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Behind closed doors: What really happens in executive coaching., Hall, D.T., Otazo, K.L., & Hollenbeck, G.P., Organizational Dynamics 1999)라고 붙일 정도다.코칭 전문가들은 고객 혹은 고객이 일하는 조직으로부터 표면적으로는 감사와 인정의 인사를 받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는 그들이 말하지 않은 아쉬움, 실망감, 의문은 접수되지 않는다. 그 결과 자신의 실행력 수준을 있는 그대로 평가받기가 어렵다. 게다가 코치 자신도 인식과 감정의 편향(bias)에서 자유롭지가 않다. 고객이나 고객의 상황에 대한 판단도 그 편향의 영향을 받게 되고, 실행의 결과를 자기 방식대로 합리화하기 쉽다. 몇백 시간, 몇천 시간 코칭했다는 경험을 자랑하기 전에, 자기 편향에 빠진 채 같은 수준의 실행을 반복하고 있지 않은지를 돌아봐야 한다."코칭의 고객이나 멘토링을 받는 멘티들은 넘쳐나는 정보와 시시각각 일어나는 변화로 인해끊임없이 주의가 산만해지는 삶을 살고 있다.여기에서 코칭이 효과적으로 기능하려면코치들의 빠른 대응력과 높은 전문성이 요구된다."코치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제안그렇다면 코치의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은 무엇인가? 이에 관해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코칭의 수준을 변혁적 코칭으로 높여야 한다. 둘째, 실행의 전문성과 코치의 개발을 위해 코칭 슈퍼비전을 해야 한다.변혁적 코칭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코칭 받는 사람이 자신, 조직, 세계를 보는 시각 및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질적으로 전환시키는 코칭이다. 자신이 누구인가, 어떤 존재가 되고자 하는가, 조직과 이 세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려고 하는가를 탐구하는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존재론적인 코칭이다. ‘doing’만이 아니라 ‘being’에 초점을 맞추는 코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필요한 스킬을 갖추게하는 스킬 코칭(예: 커뮤니케이션 스킬향상 코칭), 성과를 높이고 성과의 걸림돌을 해결하는 성과 코칭(예: 목표 설정코칭)과 다르다. 또한 변혁적 코칭은 단지 뭔가를 깨닫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 전환을 이루는 코칭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코치가 단지 변화를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변화 그 자체의 존재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Tolbert의 발달 모델에서 성취가(achiever)인 고객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코치가 적어도 그 이상의 발달 수준에 있어야 한다. 실로 도전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다음으로 코칭 슈퍼비전이 필수적이다. 코칭 슈퍼비전이란 무엇인가? 바로 코칭 수퍼바이저의 조력과 함께 수행하는 구조화된 공식 프로세스로서, 코칭의 질을 향상시키고 코칭 역량을 성장시키며, 코치와 코칭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슈퍼비전은 조직학습의 원천이 돼야 한다(Hawkins and Schwenk, CIPD research 2006).조직학습 수준을 계속 높여가기 위해서는 코치, 상담가, 멘토들에게 슈퍼비전이 전문가 생활의 일부가 돼야 한다. 코칭 슈퍼비전은 앞서 말한 코치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슈퍼바이저와 함께 자신의 실행을 검토해보면서 익숙하게 반복되는 안전지대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슈퍼비전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코치에게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실행력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어렵고, 고객 시스템에 의해 소모되고 도전을 받는 작업의 특성상 따뜻하고 깊이 있는 지원 속에서 회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슈퍼비전은 그 안전한 공간을 제공한다.그런가 하면 코칭 슈퍼비전은 코치의 자격인증을 위한 멘토 코칭과는 다르다. 멘토 코칭이 주로 코칭의 스킬과 더 나은 코칭을 주제로 삼는다면, 코칭 슈퍼비전은 코칭 인터벤션의 효과성만이 아니라, 고객과 코치의 존재 자체를 다루며, 코칭 관계와 슈퍼비전 관계를 깊이 있게 다룬다. 또한 그 과정에서 코치와 슈퍼바이저의 ‘지금 여기’에서의 경험을 학습의 소재로 삼는다. 언급한 과정에서 슈퍼비전은 취약성을 공유하며, 전체 시스템의 일부로서 코칭 및 우리 자신이 받는 영향을 인식하게 함으로써 훨씬 큰 시스템적 시각을 갖게 한다. 이러한 접근법을 통해 코치의 발달단계를 높여가는 것이 슈퍼비전이며, 그런 면에서 변혁적 코칭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고현숙 교수국민대학교 경영대학원 리더십과코칭MBA 교수이자 코칭경영원 대표코치.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비즈니스 코치로서, 17년 동안 국내 대기업, 글로벌 기업, 세계은행 등의 기관에서 고위 리더를 코칭하며 그들이 긍정적으로 변화화도록 도왔다. 한국코칭센터 대표, 한국리더십센터 사장, 한국코치협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유쾌하게 자극하라』, 『결정적 순간의 리더십』, 『티칭하지 말고 코칭하라』 등이 있다.도서에는 비전 수립부터 목표 공유, 조직문화 혁신, 인재 양성, 시스템 점검, 리스크 관리 등 실용적인 노하우부터 항구적인 전략까지, 조직 관리 전반에 걸쳐 리더가 갖춰야 할 마음가짐과 실천적 지침들이 가득하다. 한국 기업 현장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실제 사례를 분석해, 현장에서 찾은 맞춤 해결책이기에 경쟁 속에서 늘 분투하는 리더들의 갈증을 단번에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
[이정민 교수] 성공적인 플립러닝을 위한 가이드라인
플립러닝은 집단학습으로 이뤄지던 일방적인 강의를 개별적인 온라인학습으로 전환하고, 본 학습은 학습자들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학습한 개념을 현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역동적이고, 상호작용적인 교육 환경을 만드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교육에서 제공되는 학습컨텐츠 및 학습자원(Learning Resource)과 함께 본 학습에서 이뤄질 활동들도 미리 계획해야 한다. 그래서 초기에는 다른 교육에 비해 시간과 자원을 많이 투자해야 한다. 또한 사전학습과 본 학습이 잘 연계되어 운영되지 않는다면 플립러닝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에 따라 성공적인 플립러닝 도입을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제언하고자 한다.플립러닝은 근무시간이 짧아지고, 산업의 변화가 급격해지는 시점에서 기업과 직장 내 학습자들에게 빠르고 적절하게 학습할 수 있는 컨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조직 차원에서도 학습시간과 장소를 따로 할당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용을 줄이고, 효과도 높일 수 있는 교수학습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교수자 중심의 일방향적인 강의식 학습을 제공하는 집합교육을 학습자 중심의 다양한 토론과 체험 중심 학습으로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학습자들의 깊이 있는 상호작용을 높일 수 있고, 자신의 학습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수 있다. 아울러 교수자나 동료로부터 코칭이나 피드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식의 이해뿐만 아니라 적용 및 문제해결과 같은 고차원적 학습효과나 학습전이를 높일 수 있다.과거의 강의식 학습이 시간과 장소의 제한으로 다양하고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지 못했다면, 플립러닝은 학습자들이 편한 시간에 본인에게 맞는 적정한 속도로 충분히 이론을 학습한 후에 내용을 적용해보기 때문에 완전학습도 가능하다. 또한 비디오, 블로그, 위키 등의 학습자원에 대한 상시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해서 즉시학습도 가능하며, 학습분석학을 적용하면 사전학습에서 수집된 학습자의 데이터들을 분석함으로써 학습자들의 학습과정 및 학습향상을 점검하고 적절한 처방이 이뤄지는 선순환적인 학습 시스템 구축도 가능하다."플립러닝은 일반적으로 사전학습이 온라인으로 이뤄지기 때문에학습자들의 테크놀로지 리터러시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또한 학습자들의 꾸준한 학습과 동기부여가 필요하기 때문에조직 차원에서 구성원들이 자기계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한다."그러나 이러한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플립러닝은 여러 가지 극복해야 할 단점이 있다. 우선 일반적인 집합식 교육에서 중요하지 않았던 테크놀로지 리터러시가 학습과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면 모바일러닝이 많은 기업에서 보편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앱조차 설치하지 못해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습자들도 종종 있다. 플립러닝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전학습이 온라인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테크놀로지 리터러시수준에 따라 학습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전통적 학습과 달리 학습자들의 꾸준한 참여를 요구하므로 학습자들스스로 학습에 대한 동기나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이 없다면 학습을 중도에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사전교육을 수강하지 않아서 본 학습에서 진행되는 활동에 잘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자기주도적인 학습이 중요하고, 학습몰입이 지속돼야 성공적인 플립러닝이 가능하다.그래서 조직의 학습문화가 중요하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자기계발에 규칙적으로 투자하는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플립러닝을 도입할 때 학습자, 교수자, 교수설계자뿐 아니라 조직 차원의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따라서 성공적인 플립러닝을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제언하고자 한다.가이드라인 1_사전훈련을 제공하자플립러닝을 진행하기 전에 학습자와 교수자 모두 플립러닝에 익숙해지는 사전훈련이 필요하다. 플립러닝의 필요성, 잠재적 장점과 한계점, 학습자가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는 사전훈련을 제공하면 플립러닝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가이드라인 2_학습목표나 학습내용을 고려해서 소규모 플립러닝을 먼저 시도해보자조직에서 처음 플립러닝을 시도할 때는 플립러닝을 코스 전체에 도입하는 것보다는 먼저 학습목표나 학습내용을 고려해서 제한적으로 플립러닝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교수자, 교수설계자, 학습자가 플립러닝에 익숙해지며, 조직 구성원들의 경험을 통해 플립러닝의 효과에 신뢰가 생기며, 플립러닝을 지원하는 학습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 플립러닝을 시도해보기 적정한 분야로는 신규제품이나 소프트웨어 사용 교육을 제안한다. 플립러닝의 창시자 샘과 버그만도 효과적인 플립러닝의 예시로 새로운 헤어제품이 출시된 이후에 교육에 앞서 제품을 헤어디자이너들에게 소개하는 방식을 제안한 바 있다. 전통적으로는 1일 워크샵을 개최해서 헤어제품사용을 시연하는 방식으로 교육이 이뤄졌었다. 그러나 플립러닝 방식으로 교육이 설계된 이후에는 미리 헤어제품 사용방법에 대한 영상을 제공하고 사용한 후에 실제 교육을 실행하거나 비실시간 게시판을 통해 제품을 사용하면서 생기는 문제점들을 공유하게 했다.가이드라인 3_영상 외에도 다양한 사전교육방법을 고려해보자사전교육이 반드시 영상 중심의 교육으로 설계될 필요는 없다. 교육을 받아야 하는 학습자의 테크놀로지 리터러시 수준이나 교수목표에 따라 책과 잡지와 같은 교재도 가능하며 체험이 중요한 컨텐츠의 경우는 온라인 시뮬레이션도 학습내용에 맞게 설계하면 된다.가이드라인 4_사전교육 후에는 스스로 학습한 내용을 성찰해볼 기회를 제공해보자사전교육 후에는 간단한 연습문제를 제공해서 학습자가 스스로 자신의 지식이나 스킬을 성찰해볼 기회를 제공하면 본 학습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교수자나 교수설계자들이 본 학습을 준비할 때도 도움이 될 수 있다.가이드라인 5_학습분석학을 적용한 학습자 적응적인 본 학습설계(adaptive learning)가 필요하다사전교육에서 수집된 학습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본 학습의 수준이나 활동을 적절하게 수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가이드라인 6_본 학습에서는 학습자들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협력활동을 많이 제공하자사전교육이 학습내용에 대한 기억과 이해를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본 학습에서는 적용과 창조 같은 고차원적 활동으로 이어지는 협력활동을 많이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협력활동을 설계할 때는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이나 트리즈(TRIZ)를 활용해보는 것을 제안한다.이정민 교수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교육공학과 교수로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학습설계 및 평가 연구 전문가다. 현재 교육공학과장 및 멀티미디어 연계전공 주임교수를 맡고 있으며 플립러닝, MOOC, 로봇활용 융합교육 등 다양한 테크놀로지 활용 학습에 대한 연구들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주요 연구로는 ‘MOOC 학습몰입과 지속’, ‘로봇활용 SW교육 설계’ 등이 있다.
-
[진규동 소장] 평생학습인 다산 정약용과 다산정신의 현대적 가치
평생학습인 다산 정약용과 다산학다산 정약용(1762-1836) 선생은 7세때부터 75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600여권의 책을 저술하였다. 이 위대한 업적을 후세 사람들은 다산학이라 한다. 다산학은 홍이섭(1959)이 발표한 ‘정약용의 정치경제 사상 연구’ 논문의 서론에 “정약용의 학學의 전체계全體系가 이루어진 다산서옥 시대에 인因하여 그의 아호雅號의 하나이니만치, 그의 학을 「다산학」이라 부른다.”라고 짚은 데서 시작됐다.이 다산학 속에 다산의 사상과 정신이 온전히 담겨져 있다. 오늘날 다산에 대한 논문과 책들은 많다. 그러나 한마디로 다산의 정신을 요약한 연구는 없었다. 정신은 사상의 정수 즉, 골수라고 한다. 다산학에서 ‘다산정신이 무엇인가’라는 명제는 우리사회의 시대정신은 물론 사회적 가치 실현에 있어 무엇보다 소중하다.다산학 기반의 다산정신흑자도산(黑字倒産)이란 말이 있다. 아무리 우수한 제품이라도 알려지지 않고 사용되지 않으면 그 제품은 사라지고 기업은 망한다는 의미의 이야기다. 이처럼 아무리 위대한 다산학이라고 할지라도 한마디로 보다 쉽게 표현할 수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보편적으로 우리의 실생활을 통해서 그 위대성을 계승,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다산정신을 한마디로 정의한 논문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산정신에 대한 연구가 뒤늦은 감이 있었지만, 다산학을 중심으로 다산정신을 탐색하게 되었다. 2년 동안 다산박물관에서의 현장경험과 120여 차례 다산초당을 오르내리며 다산 선생과 나눈 마음속 대화, 그리고 향토 사학자로서 50여년간 다산을 연구한 청광 양광식 선생님이 전해주신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또 평생교육 전문가 렌즈를 통해 평생학습인 다산의 정신에 대해 연구를 집중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다산정신은 ‘다산학을 기반으로 주인정신과 위국애민에서 드러난 소통, 청렴, 공정 탐구, 창조 개혁’으로 정의할 수 있었다.다산정신의 현대적 가치지금은 제4차 산업혁명시대로 위기이자 기회이다. 닥쳐올 문제점 역시 벅차고 무겁다. 따라서 시대정신에 걸맞는다양한 가치를 창출하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주인정신을 핵심으로 한 소통, 청렴, 공정, 탐구, 창조, 개혁의 다산정신은 비록200여년 전의 정신적 가치라 할지라도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사회적 가치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 최진석 전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생각의 높이가시선의 높이를 결정하고, 시선의 높이가 활동의 높이를 결정하고, 활동의 높이가 삶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얘기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생각의 수준이 세계적 수준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HRD 관계자들은 평생학습인 다산정약용 선생의 다산정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다산정신은 제4차 산업혁명시대, 미래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자리매김해서 현대적 가치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근간이기 때문이다.진규동 소장다산정신실천연구소 소장. KBS인재개발원 부원장을 역임했고, 다산박물관 다산교육전문관으로 활동했다. 그 가운데 논문 「다산정신」과 도서 『다산의 사람 그릇』을 저술했다. 현재 다산정신실천운동을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사회적 가치 창출에 노력하고 있다.